꽃들
-문태준
모스끄바 거리에는 꽃집이 유난히 많았다
스물네시간 꽃을 판다고 했다
꽃집마다 '꽃들'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었다
나는 간단하고 순한 간판이 마음에 들었다
'꽃들'이라는 말의 둘레라면
세상의 어떤 꽃인들 피지 못하겠는가
그 말은 은하처럼 크고 찬찬한 말씨여서
'꽃들'이라는 이름의 꽃가게 안으로 들어섰을 때
야생의 언덕이 펼쳐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나는 그 말의 보살핌을 보았다
내 어머니가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방을 두루 덥히듯이
밥 먹어라, 부르는 목소리가 저녁연기 사이로 퍼져나가듯이
그리하여 어린 꽃들이
밥상머리에 모두 둘러앉는 것을 보았다.
오늘 신문에 실린 시.
시인이 '꽃들'이라는 '간단하고 순한' 간판이 마음에 들었듯이 나도 이 간단하고 순한 시가 마음에 들었다.
꽃들,... 꽃들,... 이라고 몇 번 가만히 되뇌이자 내 뇌 안에 가득, 눈 안에 가득 꽃집의 꽃들이 피어난다.
뒤이어 나는 별들,... 별들,...이라고 말을 떠올려본다. 그러자 또 머리 위로 하늘 가득 별이 들어찬다.
그리고 재미들려 바람들, 구름들, 산봉우리들, 바다들,... 모두 불러내온다.
부르는 대로 다들 온다.
새삼 시인이 말한 '말'의 힘을 '말의 보살핌'의 힘을 느끼며 잠깐 즐겁게 놀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