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간직하고 싶은 이야기

천재 해커 출신 대만 디지털 장관 "내 일은 국민 목소리를 듣는 것"

바다가는길 2020. 8. 31. 18:09

날고 긴다는 MIT 미디어랩에도 전설처럼 전해 오는 뼈아픈 실패담이 있다. 3년 전 연수 때 여러 차례 들은 '모든 어린이에게 컴퓨터 한 대씩'이란 프로젝트다. 미디어랩을 세운 니컬러스 네그로폰테가 주도해 2005년 시작했다가 2014년에 사실상 접었다. 발상은 그럴싸했다. '저개발국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보급해 디지털 인재로 자라게 하자.' 실패했다. 저개발국 아이들은 컴퓨터에 별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가르쳐줄 선생님도 없었다. 알렉시스 호프 미디어랩 연구원의 얘기다. "사용자 의견을 미리 들었어야 했다. 이들은 컴퓨터보다 식수·백신을 원했다. '컴퓨터가 너희를 구원하리라'는 발상은 배부른 미국인들의 허세일 뿐이었다."

얼마 전 인터뷰한 대만의 오드리 탕 디지털 장관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천재 해커'로 이름을 날려온 그는 "내 일은 국민의 목소리를 수집해 이를 증폭하는 것이다. 장관이 된 후 5461명을 만났다"고 했다. 코로나를 잘 막아낸 대만은 방역에도 국민 아이디어를 많이 접목했다. 예를 들어 한국도 따라 도입한 코로나 마스크 재고 앱은 대만의 한 일반인이 가족·친구를 위해 만든 채팅방을 정부가 발전시켜 완성했다. 탕 장관은 매주 수요일 장관실을 완전히 개방한다. "국민의 기발한 발상을 듣기 위해서"란다.

한국을 돌아본다. 소통을 내세워 당선된 대통령과 정부는 현장 목소리를 얼마나 듣고 있나. 정부가 귀를 막고 있다는 답답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급기야 이번 주엔 국민 의견 수렴 창구라며 만든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정부 비판 글이 인기를 끌자 이 게시물을 숨겼다는 논란까지 발생했다. 누더기가 된 부동산 정책의 입법 과정에도 국민 의견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집값을 잡겠다'는 구호 아래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법이 대부분이다.

부동산 시장은 참으로 복잡해서 '세입자를 보호하려면 임대료를 못 올리게 하면 된다' 같은 단순한 정책은 잘 먹히지 않는다. 집값과 집세가 오히려 오르는 등 부작용이 잇따라 불거진다. 그런데도 정부는 국민 사이에서 왜 '비명'이 나오는지 진지하게 알아볼 생각이 없다. 국토부 장관은 오히려 "이럴 때 집을 사다니"라며 혀를 찬다. 코로나 재확산 와중에 의사 파업까지 불러온 갑작스러운 의대 정원 확대, 외곬으로 밀어붙이는 원자력발전소 전면 폐쇄…. 입맛에 맞지 않으면 일반 국민과 전문가 모두에게 귀를 닫는 정부가 사회를 피곤하게 한다.

대만 디지털 장관은 IT 거물,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사 출신이다. 각 분야 전문가인 이들은 '그래도 국민이 더 잘 안다'고 말한다. 그다지 전문적이지도 않은 한국 관료들은 반대다. 부동산·방역 등 일이 안 풀리면 국민이 잘 모르거나 잘못해서라 한다. 탕 장관은 말했다. "우리는 국민이 반대하면 이기려 하지 않는다. 합류해버린다. 지지율 94%를 얻는다 해도 만족하지 않는다. 6%에겐 그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니까. 정부엔 소수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 이것이 민국(民國)이다." 뒤집으니 한국 버전이 된다. "정부는 국민이 반대하면 들으려 하지 않는다. 밀어붙여 버린다. 조금이라도 호응하는 자들이 있으면 그걸로 만족한다. 어쨌거나 골수 지지층은 안 떠나니까. 소수는 무시된다. 이것이 민국인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29/2020082900025.html

 

 

 

천재 해커 대만 장관 "디지털 시대 우리는 모두 IQ 180"

 

대만 디지털장관 집무실은 매주 수요일 오후 문을 열어둔다.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원칙은 둘이다. 대화는 30분 이내로만(다른 사람을 위해서), 그리고 대화 내용은 모두 인터넷에 공개한다(사적인 민원을 방지하려고). 매주 ‘집무실 방담’을 하는 이는 애플 등 실리콘밸리 회사들에 조언을 해온 천재 해커 출신 오드리 탕(39)이다. 그는 최근 Mint와 화상 인터뷰에서 “진짜 좋은 아이디어는 시민으로부터 나온다. 코로나와 맞서기 위한 좋은 아이디어 대부분은 시민이 먼저 냈고, 정부는 이를 증폭시켰을 뿐이다”라고 했다.

대만은 세계에서 코로나 방역을 가장 잘한 나라로 꼽힌다. 확진자 480명 선에서 바이러스를 통제했다. 단순히 감염자만 적은 게 아니다. 마스크 배급제, 마스크 실시간 재고 앱을 제작해 한국 등 여러 나라에 이를 전파한 나라도 대만이다. 정치적 특수성 탓에 WHO(국제보건기구)에 가입조차 못 하는 이 나라는 어떻게 코로나에 압승했을까. 탕 장관은 “국민의 집단 지성을 활용했다”고 했다. 온라인으로 활발히 토론하며 프로그램을 완성해가는 해커들의 크라우드(crowd)형 작업 방식을 코로나 격파를 위한 작전 수립에 도입했다는 얘기였다. 탕 장관으로부터 들은 ‘코로나 해킹’ 이야기다.

◇마스크 재고 앱 아이디어 시민이 냈다

―대만의 성공적인 코로나 방역, 비결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
“사회적인 결의가 있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대만의 서른 넘은 모든 사람들은 사스(SARS)가 얼마나 끔찍했는지를 기억하고 있고 그 당시처럼 사회 활동을 완전히 멈추는 경험을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다짐 같은 것이 있었다. 그런 집단적 기억은 우리의 집단적 지성을 가동하게 만들었다. 정부가 움직이기도 전에 국민들이 먼저 움직였다. 정부는 국민이 낸 좋은 아이디어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을 뿐이다. 예를 들어 한국도 차용한 마스크 재고 앱도 국민에게서 나온 것이다.”

―국민 아이디어가 어떻게 모두가 쓰는 앱으로 바뀌었나.
“대만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마스크 때문에 난리가 났었다. 배급제를 시행하고 나서도 초기에 생산 물량이 부족하다 보니 혼란이 컸다. 그때 하워드란 이름의 한 시민이 가족과 친구를 위한 일종의 ‘마스크 그룹 채팅방’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약국엔 마스크가 있어’ 같은 간단한 정보를 올리는 방이었다. 이 채팅방이 후일 마스크 재고 앱으로 진화했다.”

―간단한 채팅방과 앱은 상당히 수준이 다른 듯한데.
“그렇다. 이 변환 과정을 정부가 도왔다. 하워드가 만든 서비스의 인기는 폭발적이어서 구글 서버 용량을 점점 더 많이 잡아먹었다. 그 결과, 하워드는 도저히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막대한 금액의 청구서(2만5000달러)를 받아들 지경이 됐다. 하워드는 비용 때문에 서비스를 지속 못 한다고 공지했고 사용자들은 난리가 났다. 그 사용자 중 한 명이 나였다. 나는 총통에게 연락해서 ‘지금 정부가 이 사람을 도와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총통은 ‘당장 도와줘!’라고 지시했다. 정부의 최고급 프로그래밍 인력과 실시간 약국 정보, 그리고 돈이 투입됐다. 하워드 채팅방은 이렇게 실시간 마스크 재고 앱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오드리 탕

 


―당신도 앱 제작에 참여했나.
“그렇다. 앱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돕는 일을 했다. 초기 앱은 마스크 재고가 한두개만 있어도 마스크가 ‘있다’고 표시를 했다. 그러나 그런 마스크는 대부분 팔기 어려운 망가진 마스크인 경우가 많았고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이 늘었다. 나는 그 문제를 찾아내 마스크 수량이 적정할 때만 ‘초록’(마스크 있음)으로 표시되도록 고치는 등 프로그래밍을 도왔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 아이디어가 없었으면 이 앱이 나오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나는 정부가 정책을 하달하는 방식은 이제 먹히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시민 사이의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P2P(peer to peer·개인 간) 방식이 더 효율적이다. ‘민국(民國)’이란 개념에도 걸맞는다. ‘코리아’도 ‘대한민국’ 아닌가.”(그는 나라 이름을 그 나라 말로 어떻게 발음하는지 알아보는 게 취미라며 ‘대한민국’을 정확하게 발음했다.)

―시민 아이디어를 어떻게 모으나.
“일단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장관이 되고 나서 나는 1344번 행사를 통해 5461명을 만났다. 외우는 거 아니고… 지금 웹사이트 검색해서 말하는 거다, 하하. (이런 면에서 나는 화상 회의가 너무 좋다! 검색하면서 말할 수도 있고.) 이런 일이 있었다. 얼마 전 대만에 사는 한 독일인이 내 방에 찾아왔다. 대만 정부는 편의점 ATM을 통해서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캐시백 형식으로 지급하는데, 이 돈을 자기는 특정 시설에 기부하고 싶으니 이를 좀 쉽게 해달라고 했다. 정부는 그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기부처별로 7자리 고유번호를 부여하고 ATM에 이를 입력하기만 하면 기부가 되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 나는 오늘 아침 ATM에서 ‘5942140’을 입력했는데, 이주노동자 자녀가 다니는 학교로 돈이 들어가도록 한 것이다. 이처럼 시민들은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를 많이 낸다. 나는 또 젊은이들의 아이들을 많이 듣고자 한다.”

―동양 문화에서, 젊은이들이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을 텐데.
“그래서 대만 정부는 모든 장관이 의무적으로 ‘젊은 멘토’, 혹은 ‘역(逆)멘토’를 두도록 했다. 모든 장관에겐 서른 다섯살 이하의 젊은 멘토가 있다. 이들은 정말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낸다. 나도 예전에 한 장관의 역멘토를 했다가, 나이가 많아져서 그만뒀다, 하하.”

◇디지털 시대, 우리는 모두 IQ 180

탕 장관 IQ는 180이라 알려졌다. 사실이냐고 묻자 그는 “그게 중요한가. 인터넷 시대엔 모두가 IQ 180”이라고 했다. “IQ라는 게 뭔가. 그냥 패턴을 잘 알아채는 능력 정도다. 그저 컴퓨터로 하면 되는 기술이다. 우리는 컴퓨터를 쓰면 되고. IQ가 중요하던 시대는 지났다.”

―그럼 무엇이 중요한가.
“많은 이의 목소리를 듣는 것, 그리고 유머라고 생각한다. 위에 말한 젊은 역멘토부터, 시골의 할머니까지… 시민은 정말 기발한 생각을 많이 낸다. 유머는 왜 또 중요하냐고? 심각한 표정을 한 사람들이 모인 세상에선 새로운 아이디어가 증폭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만 정부의 코로나 캠페인 원칙은 ‘루머가 아닌 유머’다.” 대만 정부 페이스북에 가면 쑤전창 행정원장이 엉덩이를 흔드는 이미지가 보인다.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우리 모두 엉덩이는 한짝이잖아요. 휴지 사재기하지 맙시다.’

―유머를 그토록 중시하는 이유가 있나.
“웃음을 통해 더 가까워지니까. 그리고 혁신은 유머와 웃음을 통해 확산하니까. 혁신이라는 것은 그 정의상 새롭다는 것을 뜻한다. ‘웃음’은 당신이 새로운 것을 수용한다는 신호다. 예컨대 정부 관료들이 진지하기 짝이 없는 얼굴을 하고 있다면 ‘거절당할지도 몰라’,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야’라는 느낌을 줄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 확산을 위해선 농담과 웃음이 필요하다.”

 


―코로나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
“나는 코로나가 민주주의를 증폭시킬 것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그런데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반드시 민주주의뿐 아니라, ‘바로 지금 작동하는 정부의 시스템’이 증폭된다는 뜻이었다. 대만이 민주주의 국가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증폭된다는 것뿐이다. 만약 지금의 시스템이 자유 민주주의라면 민주주의가 증폭될 것이다. 만약 전체주의 사회라면, 전체주의가 강화할 것이다. 나는 코로나가 거대한 증폭기 역할을 하리라고 본다.”

―코로나가 왜 ‘증폭기’ 역할을 하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알려달라.
“기꺼이. 며칠 전 나는 유발 하라리와 대담을 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지금이 굉장히 유동적(fluid)인 시대라고 했다. 유동적인 시간이란, 우리가 당연히 받아들였던 것들이 코로나 때문에 도전을 받는 시기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앞으로 굉장히 유동적이고 쉽게 변하는 구조 안에서 일을 해야 할 것이다. 하라리는 만약 우리가 이 위기를 글로벌한 결속과 협력을 통해 돌파하기로 선택했다면 그 결과 결속과 협력이 증폭되리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가 이 위기를 전체주의적 체제로 돌파한다면? ‘전체주의로 이겨냈군. 역시 전체주의가 먹혀’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전체주의적 사고가 우리에게 깊이 각인될 것이다. 만약 투명성을 통해 코로나를 극복했다면? ‘그래, 투명성이 중요하지’라는 기억이 남는다. 코로나라는 거대한 위기를 어떤 방식으로 이겨내는가, 그 시스템이 미래까지 증폭되리라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하라리와 마찬가지로) 지금이 굉장히 유동적이고 가변적이고 증폭적인 사회라고 생각한다.”

―해커로서 정부를 위해 무슨 일을 더 하고 싶나.
“노노! 난 정부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 국민을 위해서 일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우리(정부)는 국민 뒤에서 일한다. 시민이 정부 정책에 반대한다면, 우리는 시민을 이기려 하지 않는다. 대신 시민에 합류해버린다. 시민을 향한 정부의 극단적 개방성(radical openness)을 증폭시키는 것, 나는 그 역할을 하고 싶다.”

 


◇오드리 탕은 누구

―39세. 트렌스젠더 여성. 2016년 대만 디지털총괄 정무위원(장관급) 선임
―8세 때 소프트웨어 개발 시작, 14세 때 ‘너무 똑똑해서’ 중학교 자퇴, 16세 때 프로그래밍 스타트업 창업, 이후 애플 등 IT 기업 자문으로 근무
―장관 선임 후 지표·정책보고서 등 공개해 ‘열린 정부’ 운동 시작. 마스크 배급제와 마스크맵 개발·도입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16/2020081602052.html

 



전에 대만이라는 나라는 그닥 내 관심권에 있는 나라가 아니었다.

다만 외신에서 대만을 압박하는 중국의 기사를 간혹 볼 때, 거대공룡 중국에 먹히지말길... 하는 정도였는데.

코로나 이후 그들의 방식은 어쨌길래? 하는 궁금증에 대만에 대한 관심이 생겼었다.

그러던 차 또 하나의 기사가 눈길을 끄네.

대만의 디지털부 장관.

그가 아이큐가 180인 천재라거나, 30대 어린 나이에 장관이 됐다거나 하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그의 말, 94%가 동의해도 동의하지않는 6%에게도 주의를 기울인다는 말에 와, 감동.

'어머니가 누구니?', 란 생각이 저절로 드네.

어떤 부모밑에서 자랐길래, 어떤 환경에서 교육받았길래 이런 마인드를 가질 수 있었던 건지.

인터뷰 기사를 읽으며 구구절절히 동감, 감동.

이런 마인드의 전문가가 있고, 이런 천재가 바로 쓰이는 나라.

대만, 또 부럽다.

 

이 나라는 독립국이라는 건지 아니라는 건지, 국제적으로 외교도 단절된 채 고립돼 보이고, 어쩌면 복잡한 우리나라보다 더 복잡한 상황속에 있어보이지만, 오늘을 보면 내일을 알 수 있듯, 훌륭한 리더가 있고 사람이 제대로 쓰이는 나라, 비록 물질적으로 작디작은 나라지만 분명 앞으로 한참 커나갈 것 같은 느낌.

다시,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