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리는 아름다운 사람들. 찜.
지난 11일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의 한 중고품 가게에서‘비밀 산타’가 네 살배기 소녀에게 20달러짜리 지폐를 주고 있다. /AP연합뉴스
빈자(貧者)에 100달러 건네는… 제2의 ‘비밀 산타’
선행 베풀던 백만장자 스튜어트 죽자
뒤이어 익명의 사업가가 돈 선물해
이태훈 기자 libra@chosun.com
이달 초, 미국 중서부의 한 도시 버스 정류장에 지쳐 앉아 있던 노숙인 수잔 달(Dahl·56)에게 빨간 모자를 쓴 한 남자가 “어디로 가느냐,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며 말을 걸어왔다.
“등이 너무 아파 얼음찜질을 해야 하는데… 배도 고픈데… 돌아갈 집도, 돈도 없어요….” 달의 말에 곧 눈물이 섞였다. 빨간 모자 남자가 말했다. “여기 100달러를 받으세요. 래리 스튜어트를 추모하며 드리는 돈입니다.”
매년 겨울 미국인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했던 ‘비밀 산타’가 다시 나타났다고 AP통신이 21일 보도했다. ‘원조’ 비밀 산타는 캔자스시티의 백만장자 사업가 래리 스튜어트(Stewart)였다. 그는 올해 초 암으로 숨졌다. 그는 1979년부터 작년까지 28년간 겨울이 되면 지치고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 다니며 100달러를 선물했다. 아무 대가 없이 이렇게 내준 돈이 총 130만 달러(약 12억원). 그러나 철저히 신분을 숨겼다.
스튜어트는 작년 말 숨지기 전에, 자신이 ‘비밀 산타’였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자신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안 뒤, 누군가 자신의 일을 계속하길 바랐다.
올해 크리스마스부터는 병상에서 스튜어트에게 ‘뒤를 잇겠다’고 했던 또 한 친구가 거리에 ‘비밀 산타’로 나섰다. 캔자스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는 새 산타 역시 익명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가, ‘래리 스튜어트, 비밀 산타’라는 스탬프가 찍힌 100달러 지폐를 건넬 뿐이다. 새 비밀 산타는 웹사이트(www.secretsantaworld.net)를 만들어 세계 각국의 비밀 산타 후보를 모집 중이다. 현재 두 사람 정도가 수습 비밀 산타 훈련을 받고 있고, 지원자는 계속 늘어난다. 그는 “모든 도시에서 비밀 산타가 활동하는 것이 래리의 꿈이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