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기행

바다가는길 2006. 7. 16. 21:57
조용헌의 고수기행

 

'인생을 재미있게 사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다른 사람이 줄 서는 곳에는 줄을 서지 않는 것이다. 길게 줄 서 있는 곳에 줄을 서는 삶은 피곤하고 따분하다. 그 나물에 그 밥이고, 본 영화 또 보는 격이다. 재미 하나도 없다. 줄을 서지 않는 곳에 뛰어들어야 박진감 넘치는 볼 만한 구경거리가 나온다.'

 

 

그의 전작 <방외지사>의 연장선.

하나같이 세속기준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삶을 사는 사람들.

누가 알아주거나 말거나 자기 삶을 살면서 그 삶을 통해 한 경지를 이룩한 사람들, 말 그대로 고수들이다.

 

목차대로 열거하자면, '고려적 얘기' 족보를 연구하는 서수용, 그에게서 책 속의 것이 아닌 살아있는 생생한 맥락을 지닌 역사가 풀려져 나오고, 월급 한 푼 받는 바 없이 남의 선산을 지켜주는 것으로도 별로 부족함없이 너끈히 자연 속의 삶을 충만히 살아가는 산지기 이우원, 사주도사, 컴퓨터도사이면서 안 어울릴 것 같은 그 둘을 접목시키는 고등학교 교사 김상숙, 이미 나름 명망을 얻은, 아직도 우리 역사계를 지배하고있다는 식민사관에 대항해  우리 고대사를 재건하는 역사문필가 이덕일, 비싼 편백나무와 숯으로 집을 하나 잘 지어놓고 누구나에게 무료로 그 집을 개방해 누리게하고 스스로는 관리인이 된 변동해, 계룡산에서 선도를 수행하며 儒, 佛, 仙 중 이젠 사라진 것만 같은  선도를 계승하는 정재승, 오디오마니아로 소리로써 불도를 이루는 스님 일명, 공대를 나와 브라질에서 의대를 마치고 다시 한의학 전문가가 된 이의원, 매스컴에도 여러 번 등장한 적이 있는 미국에서 태권도 대부가 된 이준구, 집도 절도 없이 마음 내키는 대로 어디든 머물며, 움직이며 명상수행을 하는 한바다 등.

 

이들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한 일상을 사는 범인에 비해 짜여진 틀없이 널널하고 자유스러워 보여도, 들여다보면 그 누구보다도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스스로의 삶에 치열했음을 알 수 있다.

'思之思之 鬼神通知', 마침내 귀신과도 통할 정도로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그리하여 '去去去中知 行行行裏覺', 가고 가고 또 가는 중에 알게 되고 행하고 행하고 또 행하는 중에 깨닫는 경지에 이른다.

역시 고수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피나는 자기수련이 필요한 법.

'修者如虛而有實 聞者如實而有虛' 수행하는 사람은 허해보여도 실은 실속이 있고, 듣기만 하는 사람은 실해보여도 막상은 허하다는 동학에 나오는 말이라는데, 또 마음이 콕 찔렸다.

 

전의 <방외지사>를 읽을 때도 그랬지만 저자의 글솜씨는 꽤나 재미있어서 책의 첫 장을 넘기기 시작하면 어느 새 마지막 장이곤 하다.

오지랖도 넓게 각 종의 사람들과 만나고, 종횡무진하는 박학다식으로 그 얘기들을 풀어놓는다.

각기 분야는 달라도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고수들의 삶의 방식을 엿보며, 어떤 길을 통해서든 끝까지 오르면 정상, 道에 이른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우리나라 어느 곳 곳에 그렇게 자기만의 삶을 가꾸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신선하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적의 손치유  (0) 2006.10.10
내 삶에 색을 입히자  (0) 2006.08.28
바라는 대로 이루어진다-초프라  (0) 2006.07.08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장석남  (0) 2006.06.29
위험한 책  (0) 2006.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