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와 함께 한 건축여행

바다가는길 2007. 8. 12. 22:08

 

 

 

 

 그의 작품중 제일 내 마음에 드는 곳, 나오시마 미술관. 언제건 꼭 한 번 가보고 싶은데...

그의 건축엔 항상 자연적 요소가 함께 한다. 물이나, 빛이나, 바람이나...

건물 안으로 바다를 들일 생각을 하다니...

콘크리트라는 건조한 재료로, 원, 사각형, 직선의 건조한 기본도형으로 그렇게 절묘한 공간을 만들어내는 솜씨, 역시 탐나는 작가.

 

 

 

 

 

치카츠 아수카 역사박물관.

책을 통해 그의 작품들을 보자니 몇가지 공통점이 있는 걸 알겠는데, 콘크리트재질이라는 것, 그리고 자연의 요소를 들인다는 것, 기본도형으로 이루어지는 디자인이라는 것, 그리고 또 하나 땅 위로 솟아 존재를 과시하기 보다 경사진 면에 위치하면서 자연적 스카이라인을 부수지않으려 하고 따라서 본 건물은 지하로 들어가게 설계된 경우가 많다는 것.

이 박물관은 오사카의 고분군 근처에 지어졌다니 무덤이라는 이미지에 맞게 주공간은 땅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표면은 계단으로 다 덮이고, 마치 묘석처럼 직사각형의 작은 매스하나가 튀어나와 있을 뿐. 

정방향의 건축에 건물입구로 드는 통로라는 대각선이 포인트. 멋지다!

 

산토리 뮤지엄.오사카

직육면체와 원뿔모양의 덩어리들이 끼워맞춰져있다. 역시 물가.

 

 

 

빛의 교회.오사카

와, 이런 아이디어. 빛의 십자가를 만들다니. 다시 봐도 기발하다.

책의 설명을 읽어보니 별다른 조명없이 벽에 뚫린 십자가형의 공간으로부터 들어오는 빛을 그대로 이용한다고 한다.

그 빛이 검은 마루바닥에 비치며 경건한 공간을 만든다고...

게다가 설교석이 오히려 신도들이 앉는 좌석보다 낮게 설계돼있다니, 예수가 낮은 곳으로 임한다는 기독교사상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물의 교회. 홋카이도

이번엔 십자가를 건물 밖 물 위에 세웠다. 근처의 강에서 물을 끌어들여 인공호수를 만들었다고. 혹시 침례교 교회였을까?

 

 

 

  

  

물의 절. 오사카

이 건축물은 아예 머리 위에 연못을 얹었다. 절답게 연못엔 연꽃이 가득하고.

누수문제때문에 처음엔 반대에 부딪쳤었다니, 충분히 이해된다.

역시 본 공간은 아래로, 아래로...

사진은 흑백이지만 건물 내부의 벽은 붉은 색으로 치장돼있던데, 책의 설명을 보니 예전에 가보았던 정토사라는 절에서 경험한 황혼무렵의 붉은 빛을 재현한 것이라고. 서방정토의 이상향을 구현한다는 의미?

또 그의 건축의 특징 중 하나, 인위적 조명대신 어떻게든 외부의 빛을 건물 내부로 끌어들이는 것.

이렇게 불투명 유리로 시선은 차단하지만 빛은 들이는 것처럼.

그리고 본 공간으로 들어가기 전 좁고 긴 통로를 통과하게 만드는 것.

외부와 내부를 마치 이 세상과 저 세상처럼 다른 세계로 분리하면서도 서로 이으려는 것 같다.

종교시설이나 박물관, 미술관에는 참 적절한 공간구성인듯.

 

 

 

코시노주택

책을 보자니 그는 공공건물뿐 아니라 개인주택, 연립주택, 그리고 상업적 건물도 많이 디자인했다.

이 집은 개인주택인데, 딱 내 스타일인 군더더기없는 디자인.

집주인이 건축가의 의도대로 살림살이를 간소히 해 내부도 아주 모던하게 집과 어울리게 꾸몄다는데, 콘크리트 건물이라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덥지만 아름다운 집에서 사는 댓가로 감수한다고 하니, 그건 좀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건물이란 건물 자체를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엄연히 그걸 사용할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거니까.

그런데 안도 타다오는 일부러라도 건물을 좀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단다.

예를 들어 건물 가운데 중정을 만들고 하늘을 향해 그대로 뚫려있게 해서 한 건물 내에서라도 이 쪽에서 저 쪽으로 이동할 때 비라도 오면 짧은 거리를 우산을 쓰고 지나야하는 경우도 있단다.

자연과 때때로 조우하기 위해 일부러 만든 장치.

 그리고 이 집, 콘크리트 벽에 뚫린 굵은 직선의 공간으로 들어오는 빛이 이쁘다.

 

 

카고시마 대학 내 이마모리 회관

계란형의 구체를 건물 안에 끼워버렸다. 계란의 내부는 강당으로 활용되는데, 온통 둥그런 공간이 정말 자궁속같기도 하고, 무중력의 공간같기도 하고...역시 독특한 아이디어.

 

 

안도 타다오는 정규교육을 받은 적 없이 독학으로 독보적인 건축가가 되었다니 대단한 사람이다.

그는 일본 내에서도 물론 유명한 건축가지만, 이미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나보다.

그의 건축물만을 찾아 여행하는 사람도 많다고 하고. 하긴 나도 나오시마 미술관은 한 번 가서 직접 보고 싶으니까.

그는 자기만의 특별한 미감과 철학을 갖고있는 것 같다. 그런 건 아무래도 배워서 된다기보다 생래적인 게 아닐지.

 

이 밖에 '효고 어린이 박물관'이니 '명화의 정원'도 좋았고, 또 여러 연립주택과 상업공간들도 이 책에 소개돼있었지만 그 중 특히 내 마음에 들었던 곳들의 사진을 담았다.

 

그런데 번역한 분께는 미안한 말이지만, 책은 어찌나 번역이 엉망진창이던지 그런 엉터리번역은 보다보다 처음이었다.

안도 타다오와 20년지기라는 평론가가 그의 건축물들과 당시의 안도 타다오와의 만남을 회고해본 글들과  그가 여러 잡지에 실었던 기고문들로 책이 꾸며졌는데, 두 번째 장은 그럭저럭 읽을 만 했지만,  첫 장은 도저히 읽기가 힘들어 대충 중요 단어들만 띄엄띄엄 읽고 그림만 봤다.

유난히 문장에 엄격한 소설가 김훈같은 사람이 만약 이 책을 봤다면, 그가 혹시 아무리 안도 타다오를 좋아했더라도 아마 첫 페이지를 다 읽지 못하고 책을 집어던졌을 것.

동네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해 빌려와 읽었는데, 번역이야 어쨌든, 전에 몰랐던 그의 건축물들을 사진으로나마 보고 그라는 사람의 철학을 엿볼 수 있었던 책. 

 

이 책은...

안도와 함께한 건축여행

 안도와 함께한 건축여행 . 

안도 타다오 (지은이), 고상균, 김선일 (옮긴이) | 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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