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아침, 저녁으로 바람이 좀 차도 이젠 별수없이 봄이다.
베란다는 이미 군자란들의 왕국이다.
다들 일제히 배구공만한 꽃덩어리들을 한아름씩 피워올려 꽃밭을 이루었다.
꽃을 다치지않으려 잎을 들춰 물을 주려는데, 휘영청 늘어져 화분을 덮은 잎을 들추니 거기,
'얘, 너, 어디서 어느 틈에 와있었니?'
화분 한 구석에 야무지게 자리잡은 손톱만한 꽃.
거인같은 군자란 둥치밑에서 군자란 화려한 꽃에 기죽지않고 당당히 자신만만히 봉오리까지 몇 개 거느리고 활짝! 피었다.
지지않고 자신만의 한 세계를 만들었다.
이렇게 환한 얼굴인 너를 잡초로 치부할 수가 없다.
함부로 뽑아낼 수 없다.
그러니 올 봄엔 군자란 대신 너를 기억해줄게.
누가 뭐래도 스스로의 삶에 한껏 충실한, 기특한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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