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과 예술 -범우문고082 야나기 무네요시 저/박재삼 역 | 범우사 | 1997년 07월
일본인으로서 조선인보다 더 조선의 예술을 사랑하고 이해했다는 평을 듣는 저자.
하지만 내가 읽기엔 어쩔 수없이 일본인으로서의 시각을 그다지 많이 벗어나있지 않은 것 같은데...
우리의 예술을 사랑하고 한국을 위해 많이 애쓴 것 같지만 그의 글들에선 한 수 위에 서있다고 생각하는 우월감, 오만함이 보인다.
그가 평하기를 중국은 거대한 대륙의 나라라 '形'을 발달시키고, 일본은 모든 게 구족한 풍요로운 섬나라로서 그 삶의 즐거움으로부터 '色'을 발달시켰고, 한국은 역사 이래 고난의 연속이었고 척박한 환경에 삶의 즐거움을 누릴 수없이 인고의 세월을 견뎌왔기에 '線'을 발달시켰다고 한다.
그가 보는 한국이란, 역사가 생긴 수천년간 중국에 핍박받고, 일본에 침략당한, 한번도 환하게 빛나본 적 없는, 늘 짓밟히고 착취당한 가엾디 가엾은 나라다.
게다가 일본의 식민지정책을 '약탈이나 억압이 전혀 아닌 많은 돈과 정치조직, 교육을 베풀려고 노력한 것'이라고 평한다.
아전인수.
따라서 그의 '조선의 미'에 대한 해석에도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꽤 있다.
조선도자기에 색이나 무늬가 없는 것을, 색을 즐길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또 조선인이 색깔옷을 입을 줄 모르고 흰 색옷을 입는 것도 같은 이유로 해석했지만, 내 생각엔 색스러운 것을 즐길 줄 몰라서가 아니라, 유교적인 정신적 엄격함에 의해 색스러운 것을 즐기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은데...
정신적인 것을 우위에 두었기 때문에 물질적으로 검박하고 청빈함을 추구했던 게 아닐까?
ㅎ, 이건 또 한국인으로서의 또다른 아전인수인가?
어쨌든 내가 조선백자를 좋아하는 까닭은 그 군더더기없음때문인데...
그의 조선예술평 중 가장 공감이 가는 건 '조선의 목공예'편이다.
인위가 아닌 자연에 맞겨 스스로 이루어지게 한 목공품들.
'도'를 깨쳤다고 스스로 알지도 못하면서 이미 깨치고 있었던 장인들의 모습은 제대로 본 것 같다.
그의 시선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남의 나라 예술에 대해 그렇게 깊은 애정을 지니고 분석하고 감탄하고 사랑했다는 건 흔치않고 쉽지도 않은 일임이 분명하다.
한국사람인 나보다 더 석굴암에 대해, 광화문에 대해, 그 아름다움에 대해 잘 알고 있었으니.
'예술은 公利를 초월한다',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보존하라', 마음에 남는 말.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상륭 깊이 읽기 (0) | 2006.01.25 |
---|---|
듄-로버트 프랭크 (0) | 2006.01.25 |
아함경-마스타니 후미오 (0) | 2006.01.25 |
사다리 아래에서의 미소 (0) | 2006.01.22 |
티베트의 지혜 (0) | 2006.0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