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사라 장과 17인의 비르투오지

바다가는길 2018. 2. 14. 23:30

예술의전당 개관30주년 기념 음악회 - 사라 장과 17인의 비르투오지포스터

사라 장과 17인의 비르투오지-예술의전당 개관30주년 기념 음악회. 2018.02.13




프로그램


Vitali : Chaconne  


Vivaldi :  Four Seasons

           (Spring 1st allegro+2nd mov.largo /Summer 3rd mov.presto /Autumn 1st mov.allegro /Winter1st allegro non molto, 2nd largo and 3rd mov. allegro)  

 

Piazzolla :  The Four Seasons of Buenos Aires

              (여름/가을/겨울/봄)


<출연>
리더 및 협연 | 사라 장
바이올린 | 신아라(악장) 김다미 김지윤 윤동환 김덕우 양지인 양정윤 김계희
비올라 | 이한나 정승원 윤소희 홍윤호
첼로 | 박노을 이정란 심준호
베이스 | 성민제 최진용 







또 무척 라이브 공연이 듣고 싶던 중.

그런데 딱히 듣고싶은 레퍼토리가 없네, 하던 중.

신문을 보니 바흐첼로조곡 전곡 연주가 있었다는데, 진작에 알았으면 달려갔겠지만 아쉽게 놓쳤고.

습관처럼 켜놓은 TV에 장영주가 나오네. 내일 공연이 있다고.

그녀라면 괜찮은데... 하며 검색하니 마침 프로그램도 비탈리 샤콘느, 비발디 사계, 피아졸라 사계. 레퍼토리가 좋다, 예매.

예매를 진행하자니 예술의 전당 전석이 매진, 3층에 달랑 한 자리가 남아있었다.

아니, 나더러 오라는 얘긴가?

달랑 하나 남은 그 자리 예매.


예술의 전당 개관 30주년 기념공연이라 공연시작에 앞서 30주년 축하 영상이 상영된 후 연주 시작.

장영주는 예전에도 좋았던 기억.

유려하고 생생하던 소리의 기억.

그런데 그 소리의 유려함은 그대로이면서 깊이가 깊어졌다.

비탈리의 샤콘느는 눈물 가득한 소리, 울음 가득한 소리...

악기로 어떻게 그런 감정을 낼까, 하며 아린 마음으로 들었고.

비발디의 사계도 좋았다. 나머지 현악연주자들의 그 현의 물결도 장영주의 바이올린과 잘 섞이고.

하지만 특히나 좋았던 건 피아졸라의 사계.

아마 난 처음 듣나봐.

이렇게 재미난 곡을 그동안 못들어봤구나, 싶었으니.

그런데 곡 순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아니라 여름, 가을, 겨울, 봄 순이었다.

들어보니 '봄'이 워낙 강렬해서 오히려 마지막을 장식하기 적당해서 그랬나 싶었는데, 돌아와 검색해보니 작곡된 순서로 연주된 거더라.

원래 곡은 1965년-70년 사이 자신의 5중주단을 위해 각기 따로 작곡된 곡들을 나중에 사계라는 이름으로 묶은 것.

이번 공연의 연주는 레오니 데샤트니코프(L.Desyatnikov)가 바이올린과 현악오케스트라를 위해 편곡한 곡.

정말 유머러스하고 생기발랄하고 위트있고 다채롭고...

너무너무 재미있는 편곡이어서 엄숙하게 가만히 앉아 듣기 너무 어렵던 곡, 저절로 발이 까딱거리고 탱고리듬에 몸이 이리저리 흔들리던 연주였다.

비발디에 대한 오마주인지 비발디의 사계에서 몇 소절을 아예 통째로 끼워넣거나, 아니면 아닌 척 살짝 모티브만 따오거나 해서 엮는데, 그게 하나도 어색하지않고 신선했었다.

사라 장의 연주도 너무 좋았고, 특히 독주도 너무 좋았고.

그녀의 연주는 표현이 깊고, 섬세하고, 진하고, 풍부해서 이젠 한껏 넓어진 스펙트럼으로 모든 색, 모든 감정을 표현해 낼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예전 30주년 기념공연이라 해피버스데이송을 비발디풍으로, 피아졸라 풍으로 이리저리 편곡해서 앵콜곡으로 들려주었는데, 그 자체는 재미있었지만, 차라리 앵콜곡으로 피아졸라의 소품을 들려주지... 피아졸라의 사계를 너무 재미있게 듣고 그 여운을 간직하고 싶었는데, 해피버스데이송이 그 위를 덮는 바람에 입에 원치않는 그 멜로디가 매달려 피아졸라를 지워버렸다.

레퍼토리도 비탈리 샤콘느를 빼고 비발디의 사계 전곡과 피아졸라의 사계로 꾸몄으면 더 완성도가 있었겠다 싶은 생각.

이가 빠진 비발디의 사계는 빠진 악장만큼 아쉬움이 있었으니.


피아졸라의 사계가 너무 재미있었어서 유투브를 검색하니 버전도 가지각색.

그런데 들어보니 데샤트니코프가 얼마나 재기있게 편곡했는지 알 수 있는 게, 그리고 공연이 얼마나 좋았었는지 알 수 있는게 그만큼 재미있는 연주를 찾기가 힘들더라.


우연히 만나 우연히 가게 된 공연이지만 참 좋았던 공연.

버전별로 피아졸라 사계들 다 들어보고, 늘 들어도 좋은 비발디의 사계도 들어보고... 한동안 그 여운을 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