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미즈노 시게노리 / 배우 : 안도 타다오 장르 : 다큐멘터리/ 기본 : 전체, 73분, 일본
심플한 다큐.
쓸데없는 요소들을 끼우지않고 그의 작품들과 철학만을 이야기해 좋았고,특히 2D의 사진으로 보던 것들을 3D의 입체영상으로 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그의 유명한 작품들, 중정을 둔 개인주택이라든가, 빛의 교회, 물의 교회, 물의 절, 나오시마섬의 미술관, 해외프로젝트들, 구상했으나 실현되지않은 건축물 등등이 그 과정과 뒷이야기까지 재미있게 엮였다.
빛의 교회의 뚫린 십자가형 틈에 유리가 끼워져있는데, 본인은 그냥 뚫린 공간으로 하고 싶었지만, 비나 바람같은 현실적 제약으로 인한 반대의견들때문에 할 수 없이 유리를 끼웠는데 언젠가는 그 유리를 치워버리고 싶다는 얘기라든가, 물의 절을 설계하고 신도들의 의견을 물었을 때 모두가 반대했지만 그 지역의 가장 나이많은 고승께서 마음에 든다 하신 후 다들 찬성으로 돌아서 설계대로 짓게 된 이야기며, 나오시마 섬의 미술관은 오히려 누가 거기까지 미술품을 보러 오겠냐고 안도 타다오 자신은 불가능하다고 반대했지만 거의 버려진 섬을 기어코 새로이 살려내겠다는 재단의 회장의 의지로 설계를 맡게 된 이야기, 그 후로도 지금까지 나오시마 섬은 이런 저런 건축물을 늘려가며 성장중이라는 얘기, 지중미술관의 모네 작품들은 정말 언젠가는 꼭 한 번 가서 내 눈으로 봐야겠다 싶게 좋았는데, 한편 자연광속에 노출돼있는 그림들이 안전할지... 하는 생각도 들었었고..., 또 911테러로 무너진 쌍둥이빌딩 프로젝트에서 안도 타다오는 그 테러를 잊지말자는 의미로 그 곳을 말그대로 그라운드 제로, 지상을 평면으로 남기고 건축물을 지하로 들이는 시안을 제시했지만, 미국답게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않았다나... 그 밖에 여러 이유로 통과되지 못한 프로젝트들도 재미있었고, 한편 불가능할 것 같은 아이디어가, 가령 상하이 오페라하우스는 육면체 큐브에 여러 원통들이 관통하는 것 같은 설계였는데, 그게 그대로 건축물로 드러나는 과정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건축은 영상을 보니 아무리 적게 잡아도 반 이상은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시공자들의 공이다.
그는 몇 년전 암발병으로 췌장과 비장을 도려냈다는데, 언제나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려 노력해야 하고 그런 전진이 없으면 이 일을 계속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여전한 열정을 보인다.
건축에 항상 자연을 들이고, 건축물의 형태보다 그 안에서 건축물을 이용할 사람의 시점에서 건축을 보는 사람.
자신의 고향과 일과 삶에 무한애정을 지닌 꾸밈없는 그의 모습이 참 좋았다.
다만 좀더 다양한 영상자료들을 더 풍부히 보여줄 수도 있었을텐데 너무 짧게 끝나 아직 배도 안 불렀는데 요리 코스가 끝난 것 같은 아쉬움이 있었다.
아마 언제가 티비같은데서 방송되면 그 때 봐도 됐을지 모르지만 영화관의 커다란 화면에서 생생히 보는 것도 의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