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바다가는길 2020. 2. 18. 21:08

기생충 포스터 

드라마 한국 2019.05.30 개봉

감독) 봉준호

(주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사전 정보는 별로 없었다.
티비에 나오는 예고편 영상들, 유투브에 회자된다는 제시카송, 빈부격차를 묘사한 영화라는 얘기...
여기저기서 수상소식이 들리더니 아카데미에서마저 몇 개의 주요상을 거머쥐는 걸 보고, 어떻길래? 이쯤이면 한 번 봐야되려나?
결론은 나는 별로.


영화의 초반부를 보면서, 어? 뭐지? 가난에 대한 경멸인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조롱인가 하는 생각.
가난한 사람들은 그렇게 몰염치해도 된다는 건가? 파렴치하다는 건가?
가정교사를 지원하기 위해 가짜 졸업장을 만드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하는 얘기는 그런 짓은 하면 안돼, 가 아니라 아들아,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참 신묘한 아이디어를 냈다는 듯...
가짜 직인을 찍어붙이며 그 졸업장을 만드는 딸에게는 문서위조학과가 있다면 네가 수석인데...  네 재주를 몰라주는 세상이 안타깝다는 듯...
가난한 사람들은 다 그렇게  찍찍 욕지거리에, 아무 죄의식도 없이 거짓말로 다른 사람을 속여 자신의 이익을 취한다는 건가?
그래도 처음엔 크게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 수준은 아니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는  일부러 누명을 씌우거나  알러지를 일으켜 전 고용인들을 쫒아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탐스런 복숭아 하나를 집어들고 골목을 오르는 그 발랄한 모습이란..), 집주인이 집을 비운 사이 남의 집에서 난장판을 벌인다.
예기치않은 폭우로 캠핑에서 이르게 집주인들이 돌아오고 부리나케 집을 도망쳐 나온 그들은 비맞은 쥐, 쥐새끼들이 되어 그 부자동네의 언덕길을 바삐 내려오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지그재그의 긴 계단을 내리고 또 내리고, 아랫 동네의 좁은 골목길을 내려가고, 또 내려가고, 그렇게 도착한 반지하집은 폭우로 이미 집 안은 가슴께까지 물에 차있고 변기는 역류해 오수를 뿜어내고 있다.
그래, 사는 게 그 지경인데 무슨 인간으로서의 존엄, 도덕을 운운할 여유가 있나, 생존을 위해선 무슨 짓이든 할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반지하집에선 그깟 비에 가슴까지 물에 잠긴 집안을, 둥둥 떠다니는 물건들을 헤치며 다니고 뿜어져나오는 오수를 막으려 변기를 타고 앉아야하지만, 언덕 위 부자집에선 폭우가 무슨 상관이랴, 비오는 잔디밭에 미제 텐트를 치고 그 집 막내가 못다한 캠핑을 한다.
맑게 개인 다음 날, 비로 망친 막내의 생일파티가 푸른 잔디밭에서 다시 펼쳐지고, 이재민 대피소에서 전쟁같은 밤을 지샌 식구들이 파티에 동원된다.
반지하사람들과, 지하의 지하사람들과, 언덕위의 사람들과의 한바탕 괴기스런 소동이 벌어지고, 반지하집 아버지는 자신을 향해 코를 쥐어잡는 사장의 가슴에 분노의 칼을 꽂는다. 그 분노는 자신을 멸시하는 사장에 대한 분노이기도 하지만, 실은 타인의 눈으로 보아 버린 저 무의식 깊숙히 숨겨두고 외면하고있던 자신의 실체에 대한 분노이기도 하다.
남의 가슴에 칼을 꽂고도 자신의 잘못을 알고 댓가를 치루는 대신 그는 그 집 지하의 지하로 숨어들어 기생하기 시작한다.
얼마 후, 아들은 말한다. 아버지 저는 계획이 있어요. 돈을 많이 벌겠어요. 그리고 제일 먼저 이 집을 사겠어요. 그리고 아버지를 꺼내 드릴게요.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알지. 그 계획은 절대 이루어지지 않으리라는 걸.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그나저나 무시무시한 일들을 보아 버린 무구한 그 꼬마는 그 트라우마를 어찌하고 살아갈까...


이건 요즘 트렌드인가?
죄를 지으면서도 죄의식이 없는 것. 잘못을 저지르고도 잘못으로 인식하지도 않는 것. 당연히 그에 대한 댓가를 치를 생각도 없다.
거리낌없이 무슨 짓이든 하는 영화 속 가난한 사람들은 한없이 비루하고(반지하집 엄마는 말한다. 부자들은 참 구김살이 없고 순수해. 잘도 속아넘어 가. 나도 돈 많았으면 이들보다 더 한 점 구김없었을 걸? 과연 그럴까...), 너희는 우리와 달라, 보이지않는 선을 긋고 당사자 앞에서 냄새에 코를 싸쥐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없는 부자들은 아무 생각이 없다.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건가?
사람들은 영화에 열광하지만 난 별로 공감이 안됐다.
설국열차때처럼 뭔가 설익은 느낌.
그래도 몇 몇 괜찮다 싶은 아이디어들과 미장센들이 있었다.


칸느도 그렇고 아카데미도 그렇고 경쟁후보작들을 하나도 못 봐 이 영화가 그들에 비해 얼마나 뛰어났던 건지 알수는 없다.
그리고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사실.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기 위해 사전에 엄청난 돈을 들이는 마케팅, 홍보가 필요하다는 것.
그건 이미 영화의 일부. 물밑 작업을 잘 한 투자자가 시상대에 같이 올라 긴 소감을 말하는 걸 보면.
자본주의 사회의 자본에 의한 인간 계급의 모순을 이야기하면서, 그 자본의 논리, 자본의 규칙의 대단한 수혜자가 되었다는 아이러니.

무튼, 내게 있어서 봉준호 최고의 작품은 아직은 살인의 추억.


빼어난 성과를 축하하고, 살인의 추억을 뛰어넘을 다음 작품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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