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Josh Lowell. 촬영 Brett Lowell. 2017
-세계적인 암벽등반의 성지로 불리는 미국 요세미티 계곡의 엘케피탄, 그 중에서도 900미터가 넘는 직벽 던월은 지금껏 그 누구도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 불가능한 벽으로 여겨졌다. 지난 6년을 한결같이 던월에 매진한 토미 칼드웰과 케빈 조거슨. 무려 19일 간 벽에 매달린 채 먹고 자며 계속된 이들의 도전에 미디어가 몰려들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세기의 등반으로 전 세계가 주목하기 시작한다. 특히 키르기스스탄 원정 등반 중 무장 반군의 포로로 붙잡혔던 트라우마, 이후의 손가락 절단 사고와 이혼까지 많은 고난을 겪은 토미 칼드웰은 던월 등반에 자신의 모든 걸 쏟아 부었다. 하지만 그토록 바랐던 성공과 동료애 사이에서 한치의 망설임도 없는 결정을 내리는 토미 칼드웰, 그렇게 그는 진정한 등반가이자 어른이 된다.-
인간의 한계는 과연 어디까지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
오직 손과 팔과 다리만인 맨 몸으로 900m의 수직 절벽을 오르다니!
거기 어디 붙잡을 틈이 있고 디딜 곳이 있을까?
물론 안전장치를 하고 오르는 거지만(아무리 도전이라지만 일부러 목숨을 바칠 필요는 없으니까), 그건 만약의 사태를 위한 것일 뿐 바위를 오르는 것은 온전한 나의 팔과 다리의 힘 만으로다.(게다가 주인공은 손가락 한 마디가 잘린 상태)
저게 가능한가, 보면서도 믿기지않았다.
아니, 그걸 옆에서 촬영한 사람은 뭐야?
엘케피탄은 전면은 수직벽이지만 뒤쪽 산으로 등반로가 나있는 모양, 그리로 정상에 오른 후 줄을 내려 촬영한 듯.
끝없이 실패하고 끝없이 도전하는 그 모습을 마치 옆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보여줬다.
도대체 왜?
참 쓸데없는 개고생을..., 하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속에서 와, 와하는 감탄이 끊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참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 만의 삶을 살아내는구나..
중간에 주인공이 키르기스탄으로 등반을 갔다가 무장반군에 붙잡혀 탈출하기 위해 그 반군을 절벽에서 밀어버린 사건이 일어난다.
나와 동료들의 목숨을 건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과 트라우마로 거의 폐인이 되었다가 다시 전보다 더 열정적으로 암벽등반에 매달림으로써 그 트라우마를 이겨낸다.
나도 다큐를 보는 내내 그 사실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너무나 성실하고 선량한 보통 사람이 사람을 죽이게됐다면 그 일을 어떻게 견뎌내지?
다큐가 끝나고 에필로그에서 그 반군은 절벽에서 떨어졌지만 죽지않았다는 걸 알고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
결코 떨쳐낼 수 없는 크나 큰 짐을 그가 내려놨을테니..
무엇이 그렇게 흥미로웠을까?
중력을 무시한 것처럼 뒤로 떨어지지도않고 거의 수직의 바위벽을, 그것도 900m의 높이를, 900m면 100m 아홉 번, 900m를 그냥 수평으로 걷기도 꽤 먼데 그 거리를 수직으로 오른다는 게?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것이 놀랍고 그 일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아마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절대 포기하지않고 끝없이 시도하는 모습이 더 놀라웠던 것 같다.
이름도 어여쁜 dawn wall, 내 몸이 성취해낸 높이에서 맞이하는 아침 햇빛. 아마도 모든 것이 그것으로 족한 찬란한 한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