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햇빛은 찬란+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석파정서울미술관

바다가는길 2024. 11. 5. 21:03

5.25-11.17.

 

 

--<햇빛은 찬란>전은 '빛'을 테마로 하여, 회화, 미디어아트, 조각등 동시대 현대미술의 다양한 양상을 조명합니다. 각자의 영역에서 빛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낸 작품들은 우리가 직면한 현실의 어두운 면을 반영하면서도, 동시에 그 속에서 희망의 빛을 포착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찬란. 찬란이라는 단어를 언제 봤던가, 언제 써봤던가?

찬란, 가만히 말해보면 챙챙거리는 반짝이는 빛줄기들이 보이는 것 같다.

햇빛은 찬란. 듣기만 해도 기분이 환해지는 문장.

 

 

 

루시 코즈 엥겔만

 

네덜란드에서 활동하는 미국 작가. 극지방의 백야를 영상으로 찍었다. 희부염한, 밤이면서도 새벽같은, 저녁 어스름같은 영상들은 거기 있으면서도 말없이 고요하다. 한없이 고적한 풍경들. 

앞의 설치물은 인간에게 쉼없이 빛을 주는 순환하는 태양을 상징한다고.

 

 

 

 

이은선

빛의 각기 다른 파장들이 얽히고 퍼지는 순간들을 표현했다고. 딱히 큰 감흥은 없었고..

 

 

 

 

토시오 이에즈미

-판유리를 접착하여 커다란 덩어리를 만들고, 이를 조각하여 작품을 완성. 덩어리 안에 여러 층의 겹이 만들어지고, 완성된 조각이 외부의 빛을 받아 여러 층에 걸쳐 빛을 반사하며 아름다운 색감을 만들어낸다.-

 

판유리 본연의 색들이 겹쳐 만드는 무수한 초록의 변주들이 신비롭다. 한없이 깊고 유려한 색감들. 아름다워 한참 바라본 작품들.

 

 

 

 

 

 

 

권용래

-빛의 이미지를 꽃과 불꽃의 형태로 재현. 화면에 빛을 재료로 직접 도입함으로써 빛이 자아내는 인상을 더욱 강렬하게  표현하였습니다.-

 

길쭘한  혹은 동그란 나뭇잎 모양의, 동판인가? 그 편 편들이 가을에 길가에 쌓인 낙엽들처럼 콜라주되어 설치됐다. 각 편들은 여러 색채로 채색돼 빛이 비추면 현란한 빛무늬를 만든다. 말 그대로 '찬란'.

코 박고 들여다보며 휘황한 빛의 유희에 넋을 잃는다. 얼마 전 들었던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중 '도깨비불'의 물화 그 자체. 황홀!

 

 

 

 

 

바이런 킴

 

-연작의 제목은 유명 소설의 주인공의 이름을 따, 솔라리스의 '버튼'에서 'B', 모비딕의 '퀴케그'에서 'Q', 오디세이아의 '오디세우스'의 'O' 

바다와 씨름하는 세 명의 인물을 모티브로 하여 물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

 

바다이미지. 맨 위는 하늘, 가운데는 물의 표면, 아래는 물 속의 모습이라고.

작품 설명을 나중에 읽어 그림이 각기 한 인물을 주제로 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어느 그림이 누구였을까?

바이런  김은 예전 리움에서 청자와 함께 전시된 작품을 보고 그 깊은 색감에 반해 기억하고 있던 이름.어느 그림이 누구 주제인진 몰라도 또 한참 들여다보게 만드는 고요한 명상적인 그림들. 색의 미묘함에, 각기 다른 바다에 빠져든다. 

 

 

 

 

 

정정주

독일 유학시절 아늑한 안식처가 되어 준 기숙사 방에 비쳐드는 빛에서 모티프를 얻었다고.

아래쪽 작품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시간에 따라 방에 비쳐드는 빛이 움직여 가는 미디어아트.

마치 호퍼의 빈 방을 보는 듯.

 

 

 

 

 

이상민

 

선인장 모티프. 열악한 상황에서도 살아 남는 선인장을 어려운 시기를 견디는 현대인의 은유로 삼았다고.

심플한 드로잉 위에 유리를 정교히 조각해 레이어드했다.

 

 

 

 

 

박근호

-햇빛을 받아 공간에 아름다운 빛의 형상을 만들어 내는 썬캐쳐를 모티프로,  크리스탈 비즈가 달린 모빌에 빛을 투사하여 주변으로 빛을 산란시키는 작품.-

 

어둑한 공간 가운데 밝아졌다 잦아들었다 하는 빛에 따라 찰랑찰랑 흔들리며 빛을 발하는 아름다운 샹들리에. 보석이 된 빛들.

전시의 기분 좋은 마무리.

 

 

 

 

 

 

 

 

 

그리고 또 한 전시,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소장작품전. 지난 번 개관10주년 기념전 땐, 콜렉터의 변, 소장자가 작품을 소장하게 된 경위가 작품들마다 붙어 있어 재미있더니, 이번 전시엔 전시제목에 부합하게 작가들이 사랑하는 가족,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 메모들이 함께 전시돼있다.

'I am fine, and You?'.난 괜찮아, 너는?

지난 번 관람때도 느낀 거지만, 서울미술관 전시는 왠지 아날로그적이고 인간적인 따뜻함이 있다.

 

추사의 대련'주림석실'을 시작으로 신사임당의 초충도들, 김환기의 10만개의 점, 지난 번 전시때 처음 보고 놀랐었던 이우환의 기운생동하는 '바람과 함께'도 다시 걸렸고, 장욱진, 이중섭, 천경자,  이대원, 유영국, 임직순, 도상봉, 김창렬, 서세옥, 김기창, 이응노, 정상화.. 등등의  작가 작품들이 전시됐다. 

지난 번 봤던 그림들도 많아, 시간이 넉넉치 않은 관계로 바삐 돌아 보던 중, 발걸음을 딱 멈추게 만든 그림, 아니 편지. 어, 이거 처음 보는데..

아니나 다를까, 설명을 보니 처음 공개된다는 이중섭의 편지화다.

"아빠는 잠바를 입고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답니다, 기뻐해 주세요"

친구들이 사준 양털잠바를 입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 앞엔 어깨동무를 하고 즐겁게 미소짓는 아내와 아들들, 식구들을 빙 둘러 앉혀놓고.

식구들을 그리워하는 마음, 잘 있다고 안심시키고 싶은 마음이 느껴진다. 다정함이 물씬 풍기는 편지.

마치 무릉도원에 있는 듯 천진난만 즐거운 또 하나의 편지화도 아름다웠다.

 

 

그리고 또 발걸음을 멈추게 한 처음 보는 그림. 이우환의 '대화'. 이것도 처음 공개되는 거란다.

몇년도 작품인지 모르겠네.. 아, 2020년, 이런 그림도 그리셨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생전 안 입던 빨간 색 옷을 입기도 하듯(사그러져 가는 생명력을 외부에서라도 보충해야 한다는 듯), 한없이 미니멀하고 절제돼있던 작품세계가 이렇게 화려해지기도 하는구나.

대비되는 두 색이 섞여드는 에너제틱한 모습이 에로틱하기까지 하다.

 

 

 

 

 

석파정 서울미술관에 와서 석파정이 있는 후원을 빠트릴 수 없다.

2년만에 다시 와봐도 역시 또 좋았던 숲. 잠시 가을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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