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빔 벤더스 배우:라이 쿠더, 와킴 쿠더, 이브라힘 페레
빔 벤더스, 라이 쿠더의 합작영화.
오랜 시간 잘 삭은 장 맛처럼 진하고 구수하게 가슴 속 깊은 곳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영화가 끝난 후 포만감에 저절로 흐뭇한 미소와 함께 그 여운이 남은 입맛을 다시게 한다.
무릇 삶이란 그저 그래야 하는 게 아닌가. 즐겁게, 신명나게, 서로 눈 마주치며, 느낌을 공유하며, 목소리를 맞추며 조화롭고 아름다운 음악 한 소절 이루어 내는 것.
얼굴에 주름 가득한 쿠바 연주자들의 늙지않은, 늙어 퇴락하는 대신 익어 진국이 된 음악의 하모니가 너무 아름답다.
한때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으나 잊혀져 생계를 위해 구두를 닦고 품팔이를 해야했던 이들, 소외되고 버려져 고단한 삶을 영위해야했던 이들, 그러나 그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는 음악적 재능이 그들을 다시 한 번 살려낸다.
그렇게 오래 버려진 채로 두었어도 여전히 생생한 음악들.
예전 전성기때의 노래, 연주는 들어본 적이 없으니 어떠했을지 알 수 없지만, 어쩌면 그 때보다 더 무르익었을, 삶의 슬픔과 고통이 어쩌면 음과 음의 행간 사이를 감미로 채워주는듯한 그들의 연주.
빔 벤더스가 아니라면 그들의 이야기를 이렇게 과장함없이, 설명함없이, 담담히, ''이들은 이렇게 살았더랍니다, 하고, 그러면서도 그 안에서 인생과 어쩌면 그 아름다움까지를 넌즈시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하는 생각.
그는 근본적으로 삶의 아름다움을, 삶의 고단함, 쓸쓸함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는 그 아름다움을 믿는 사람인 것 같다.
연주자들을 찾아내고 그들을 모아 함께 연습하고 녹음하고 공연하며 영화 내내 함께 한 라이 쿠더의 모습 너무 멋있고, 눈빛 마주칠 때마다 서로 미소를 나누며 신명난 화음을 이루어내는 뮤지션들이 너무 아름답다.
내내 그들의 음악과 함께하는 시간, 그 물결에 마음 푹 잠겼다.
200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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