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텍사스에서처럼 띠앙-하고 여운이 긴 기타소리와 하염없이 달리는 차 창 앞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텅 빈 길이 빔 벤더스 영화임을 보여준다.
영화마다 항상 같은 스탭들이 작업하는 게 아닐텐데도 그의 영화엔, 영상에서도 그렇고, 음악에서도 그렇고 그만의 분위기가 있다.
늘 느끼는 거지만 그는 참 따뜻한 시각을 지녔다.
어떤 영화에서건, 어떤 조건에서건 항상 마지막 희망을 놓치지 않는다.
이 세상에 자기의 자식이 태어나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살 정도로 무책임하고 무절제한 삶을 살아왔던 퇴락해가는 배우, 어느 날 문득 영화를 찍던 중에 자신의 삶에 염증을 느끼고 무작정 촬영장에서 도망쳐 고향으로 돌아갔다가 돌아간 집에서 어머니로부터 자기의 자식이 있다는 얘길 듣고 그 아이를 만나러 길을 나선다.
그의 영화에서 늘 그렇듯,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친 것을, 잃은 것을 찾으러 긴 길을 헤맨 끝에 드디어 아이들을 만나고, 우여곡절을 거쳐 결국 그는 그들에게 아버지로 받아들여진다.
무단으로 촬영장을 이탈한 그를 찾아낸 보험사 직원에 끌려 그는 다시 촬영장으로 돌아가지만, 앞으로의 삶은 지난 삶과 아주 많이 다를 것.
'누구인지, 무엇하는 사람인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그를 구하러 그의 아이들이 나선 길의 풍경으로 영화는 끝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날 저문 어두운 고속도로, 자동차 불빛에 비치는 도로표지판의 의미심장한 표지.
'divide1, wisdom52'
영상이 좋다.
과장되지않은 담백한 영상들, 주인공이 영화를 찍는 서부의 사막과 미국의 어느 소도시 풍경, 주인공의 딸 이름과 같은 하늘빛 파랑, 스카이블루와 약간 바랜 빨강, 아메리칸 레드가 군데군데 포인트 색으로 들어가있는 배경.
그리고 음악도 좋아 누가 음악을 했는지, 크레딧이 올라가는 걸 끝까지 지켜보았었다.
마음이 따뜻해졌던 영화.
원 제 : Dont Come Knocking |
감 독 : 빔 벤더스 |
각 본 : 샘 쉐퍼드, 빔 벤더스 |
촬 영 : 프랜즈 러스티그 |
음 악 : T-Bone Burnett |
편 집 : 피터 프지고더, 올리 웨이스 |
미 술 : 나단 아몬드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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