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체리향기-키아로스타미

바다가는길 2006. 2. 27. 00:08

여전한그의 스타일.

이번엔 맨 발이 아니라  자동차를 타고서 그 여전한 지그재그 길을 바삐 헤매인다.

 

죽여달라고 하면서 사실은 살려달라고, 자기를 살려줄 사람을 찾아, 먼지 날리는 뿌연 황토길을 끊임없이 헤매는 사람.

그 사람이 헤매는 먼지길 옆으로 가을의 황금빛 나무들이 기우는 빛에 찬란히 빛나고 있는데...

 

그에게서 왠지 죽음의 향기가 났을까, 얘기도 들어보지 않고 무조건 그를 거부하는 사람들, 죽음에 연루되긴 너무 어린 군인, 자살은 죄악이기에 자기 신앙에 의거해 그를 거절하는 신학생...

세상을 오래 산 노인만은 그의 부탁을 수락하면서도 그에게 끊임없이 삶의 향기에 대해 얘기한다.

달콤한 오디의 맛, 아침 해 뜨는 농장의 풍경, 빛나는 구름, 또 무슨 얘길 했던가, 바람에 흩날리는 느티나무가지? 혹은 해 저무는 바다?

죽으려던 그 사람은 분명 사람들에 절망했을텐데 노인이 제시하는 희망들은 자연뿐.

그건 희망의 메세지인가, 절망의 메세지인가.

아름다운 자연이 사람이 살아갈 충분한 이유가 되어줄 수 있을까.

이 세상 어느 엄마도 자식에게 세상의 모든 과일을 다 맛 뵈어줄 수는 없는 거라고, 아무리 그러길 바라더라도...신도 그와 같다고.

키아로스타미, 그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인간에게 주는 그 커다란 힘, 에너지를 잘 알고있는 사람같다.

 

영화 속 그 사람은 과연 그래서 살았을까, 죽었을까, 숙제로 남는 물음표 하나.

그리고 지그재그의 길들이 아름다왔던 영화.

 

 

 

 

 

  체리 향기 (Ta'm E Guilass / The Taste Of Cherry, 1997)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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