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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와 토고전을 보고...

바다가는길 2006. 6. 21. 13:44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면서 느끼게 되는 것 중 하나는, 우리가 흔히 쓰는, 초등학생이면 다 알 단어들이 실제로 행하기는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 것이다.

가령, '사랑'이라든가, '성실' '친절' '근면' '책임' '인내' '희생', 기타등등들...

'최선을 다한다'는 말도 그 중 하나인 것 같다.

 

토고가 선전하길 바라면서(토고가 잘해주는 것이 우리에게 유리해서가 아니라, 그들 자신을 위해, 그들 국민을 위해 잘하길 바랬었는데...) 본 토고 스위스전, 느낌은 토고선수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특히 아데바요르, 초반에 패널티킥을 얻을 만한 반칙을 당했는데도 그냥 넘어간 이후 그는 급격히 의욕을 잃은 듯 경기 내내 대강대강 한다는 느낌을 줬다.

사실 토고는 내부적으로 항상 뒤숭숭히 문제투성이였고, 16강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약한 나라라고 심판한테는 불공정한 판정을 받고...열심히 뛰어야 할 아무런 동기를 찾을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그는 재능이 뛰어난 유명한 축구선수일지는 몰라도, 이제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 그러한 상황에서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기는 어려웠을 것.

그에 비해 좀 나이든 선수들, 쿠바자, 세나야들은 끝까지 단호한 얼굴로 열심히 뛰었다는 느낌이다.

 

우리는 항상 '최선을 다하자' '최선을 다하자'고 말하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데, 결과가 뻔해보이는데, 결과야 어떻든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도가 트인 사람이 아니고서야, 소위 도통하지않고서는 보통사람에겐 힘든 일이 아닐까 싶다.

경기를 보면서 '좌절'이란 게 그런 거구나 싶었다. 끝까지 가보지도 않고 중도에 스스로 주저앉아 버리는 것.

 

최선을 다하는 것은 어떤 다른 대상을 위한 것이 아니다.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그 불연소한 에너지는 독성을 띄고, 최선을 다하지 않은 순간 순간들은 결국 독으로 내 안에 쌓여 나자신을 좀먹는다.

더 열심히,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도 최선을 다하지않는 어린 한 선수를 보면서, 나는 최선을 다한 적이 있었던가, 스스로를 다시 돌아볼 수 밖에 없었다.

 

축구는 별로 좋아하는 스포츠가 아니지만, (거의 두 시간 가까이 공만 운동장에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할 뿐 점수도 잘 안나니...) 경기장에서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은 채, 눈빛이 초롱초롱 공에만 집중해서 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열심히 뛰는 선수들을 보면, 내 편, 네 편 가릴 것도 없이, 테크닉, 조직력, 전술 그런 거 모르겠어도 그냥 감동이다.

 

이젠 한 골쯤 먹어도 전혀 개의치않고 경기 끝까지 달릴 줄 아는 우리 선수들이 다시 또 한 번 최선을 다해주길...

그 모습에서 또 한 수 배우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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