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양

바다가는길 2007. 5. 27. 17:17

 

감독 이창동
출연 전도연
송강호
각본 이창동
원작 Secret Sunshine
촬영 조용규
음악 Christian Basso
편집 김현
미술 신점희

 

 

'이런 사랑도 있다...'

포스터 카피.

이 영화가 사랑에 관한 얘기였던가...

오늘 뉴스에 칸느 영화제에서 '밀양'이 유력한 작품상, 여우주연상 후보로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창동감독의 인터뷰모습이 잠깐 나왔었다.

살아있음의 경이로움에 대한 이야기로 읽어달라고 했던 것 같은데...

이 영화가 살아있음의 경이로움을 보여주었던가...

 

남편을 불의의 교통사고로 잃고, 남편의 체취를 찾아 남편의 고향에 정착하려 밀양을 찾은 여자, 거기에 채 자리를 잡기도 전에 또다시 아들마저 유괴후 살해로 잃고마는 여자...

슬픔을 딛고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여자에게 저주처럼 퍼부어진 일. 

 

세상엔 그런 일들이 다반사다.

나에게 일어나지 않았을 뿐,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을 일들...

불의의 일들, 뜻하지 않은, 예상도 못한 채 들이닥치는 일들...

아침에 일터로 나간 사람이 교통사고로 죽고, 군대간 아들이 전사통지서로 돌아오기도 하고, 공부 잘 하고 있어야 할 아이가 먼 나라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하기도 하고, 전쟁중인 나라에서야 말할 것도 없고...

나에게 닥친 일이 아니라서 신문에서, 뉴스에서 기사 몇 줄로, 앵커의 몇 마디 말로 소식을 들을 때 잠깐 쯧쯧...혀를 차고 이내 잊지만, 당한 사람의 슬픔과 절망이란 어떠할지...

영화는 그 정밀묘사다.

신이 있다면 어떻게 그런 일들이 일어나도록 허락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맞닥뜨렸을 때의 눈물도 흘릴 수 없는 슬픔, 심장이 돌처럼 굳어 마음이 꽉 막히는 절망, 어떻게도 할 수 없는 그 막막함을 한 배우가 그렇게 절절히 표현한다.

 

그 절망에서 끌어내주는 건 신이 아니라 인간이다.

그는 신의 구원보단 사람의 사랑을 믿는 모양이다.

손등을 따뜻히 비추는 한 줄기 햇빛은 신의 섭리로서가 아니라 그냥 햇빛으로 거기 있으면 족한 것이고,

그 모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삶을 계속할 수 있는 건 공기처럼 알게 모르게 있으면서 나를 지지해주는 누군가의 사랑때문이라고 그는 말하는 것 같다.

영화는 무지막지 갑갑하고 슬픈 이야기지만 송강호가 연기하는 그 사랑으로 어쩌면 숨통이 트였다.

그러고보니 영화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나보다...살아남음에 대한 이야기였나보다...

 

'밀양'은 비밀 밀에 볕 양, '비밀의 햇빛'이란 뜻이라지만 내게 어쩐지 그 '밀'자가 빽빽할 밀로 느껴졌다.

'어째서 그런 일이, 왜 그런 일이,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로 가슴이 답답했었으니까.

엔딩장면의, 그동안의 슬픔과, 절망과, 분노를 놓아버린다는 듯 머리를 자르는 주인공 옆으로 아무렇게나 놓여져있던 트래펑 빈 통이 마음에 남았다.

 

영화보는 중에도 배우가 표현하는 절망에 눈물 참을 수 없었지만, 영화는 오히려 보고난 후에 더 많이 생각이 난다.

tv에서 영화선전을 하거나, 뉴스에서 잠깐 소식이 전해지거나, 연예프로에 그 영화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거나, 밀양이란 단어가 들릴 때마다 자동으로 마음이 흔들린다.

영화끝나고 좌석에서 일어나는 순간 벌써 다 잊혀지는 영화가 있는가하면 녹지않는 얼음조각처럼 마음에 박히는 영화가 있다.

이창동표 영화, 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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