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박한 헐리우드 오락영화.
기자지망생이 어찌어찌하다 패션잡지사의 비서로 들어가 겪는 그 바닥 이야기.
패션, 인간의 내면이 아니라 겉을 꾸미는 일, 어찌보면 알맹이가 아니라 껍데기에 관한 일, 그에 대한 경외와 폄하가 공존하는 듯하다.
원하는 직장을 찾지못해 임시로 패션잡지사의 편집장 비서로 들어간 주인공이 느끼는, 그녀의 눈에는 그거나 그거나 별다름없어 보이는 벨트 하나 고르는 일을 목숨이 걸린 듯 심각하게 고민하는 그 바닥 사람들의 행동거지의 우스꽝스러움에 충분히 공감했다. 그깟 일이 왜 그렇게 중요한 거지?...
잠깐 그 언저리에 있어봤던 나도, 말에 토씨를 빼곤 다 영어를 쓰던, 그것도 중학 이상의 단어는 어려워 우리말로 하면서, 초등학생이라도 알 단어들로만 영어로 끼워넣어, 예를 들면 빨강, 파랑이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레드, 블루라고 말해야 하는 그 동네사람들의 어법이 너무 우스워 실소하곤 했었는데...
하지만 어떤 동네에서 살아남으려면 당연히 그곳의 풍습에 동화되어야만 하는 법.
주인공 앤드리아도 자기도 모르는 새에 그렇게 그곳에 동화되어가다 어느 순간, 자기를 잃기 직전의 순간, 그 화려한 세계를 뒤로하고 진정한 자기 삶을 찾아 돌아온다는 스토리...
글쎄, 밖에서 보기엔 아무리 하찮아보여도, 그 하찮아보이는 것들도 하찮게 여기지않고 최상의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프로의 세계겠지. 패션계의 그 프로스러움과, 그 멋진 세상을 망설임없이 과감히 버리는 주인공을 통해 겉치레의 이류스러움을 영화는 동시에 말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건 어쩌면 또하나의 편견이 아닌지 모르겠다.
정신없이 초를 다투며 돌아가는 잡지사 풍경과 그에 걸맞는 비트 강한 음악들로 초입을 장식한 영화는 내내 딴 생각할 틈없이 멋진 볼거리를 제공해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메릴 스트립은 어떤 영화에서도 캐릭터 그 자체가 되는 터라 도도하고 냉철하고 냉철하다 못해 냉혈적인, 우아하고 세련된 최고의 실력자, 건방진 편집장역을 너무 멋있게 표현했고, 앤드리아역의 배우도, 이름이 뭐던가?, 마치 모델처럼, 잡지에서 튀어나온듯, 명품들을 번갈아 걸치며 멋진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나랑은 상관없는 세계지만 담 넘어 남의 집 정원을 구경하듯 잠깐 그들만의 세계를 구경하며 즐거웠던 영화.
메릴 스트립, 충분히 예쁜 얼굴도 끊임없이 다시 고치는 성형의 시대인 요즘, 굽고 휜 코로도 너무나 아름다운 그녀를 좀 더 자주 볼 수 있었으면...
감독 : | |
주연 : | 메릴 스트립 , 앤 해더웨이 |
각본 : | Aline Brosh McKenna, Lauren Weisberger |
촬영 : | Florian Ballhaus |
음악 : | Theodore Shapiro |
편집 : | Mark Livolsi |
미술 : | Jess Gonch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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