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 풍소강 |
주연 : | 장쯔이 , 다니엘 우 , 유게 , 주신 |
각본 : | Tai An-Ping Chiu |
촬영 : | Li Zhang |
음악 : | Tan Dun |
편집 : | Miaomiao Liu |
미술 : | Timmy Yip |
제작국가 : 중국 | |
제작년도 : 2006 |
참 아름다운 영화.
처음엔 권력에 불나방처럼 뛰어들어 분화하는 인간의 허망한 욕망에 대한 영화인 줄 알았다.
그런데 다 보고나니 영화는 권력따위 내던지는 건 물론 죽음마저 불사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구나.
햄릿의 각색. 그래서일까 영화는 상당히 연극적이다. 대사도 연극처럼 함축된 의미로 툭 툭 던져지고, 극 중에 도입되는 극 중 극들과 무대처럼 꽉 짜여진 세트들, 연극에서 핀조명이 떨어지듯 포커스가 되는 부분을 종종 클로즈업시키던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영상들, 그리고 기승전결로 깔끔히 진행되는 이야기...
다만 연극이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시간안에 이루어지는 터라 표현의 한계가 있다면, 영화는 그 공간과 시간의 한계를 넘어 한껏 펼쳐 표현했다는 것.
햄릿에서와 달리 영화에선 아버지를 죽이고 왕이 된 자의 아내가 어머니가 아니라 아들이 사랑하던 여인이라는 복선을 하나 더 깔았다.
원래 햄릿에 그런 모티브가 숨어있다고 했었던가? 한 여인을 두고 경쟁하는 아버지와 아들...
영화는 영상도, 음악도, 미술도, 연출도 모두 너무 섬세하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최고의 연주자들이 모여 하나의 장대한 교향곡을 아름답게 연주하듯 최고의 장인들이 모여 아름다운 영화 한 편을 만들었다.
탄둔의 음악은 도입부의 황태자가 굵고 비감하게, 그리고 말미에 그를 사랑하는 여자가 청아하고 애련한 목소리로 부르는 애절한 노래서부터, 장면마다 적절히 부합하는 장중한 선율과 또 그밖에 은귀걸이가 찰캉거리는 소리, 욕망처럼 타오르는 천자락의 불꽃이 탁탁 타오르는 소리, 어디선가 풍경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물방울이 똑 똑 떨어지는 소리같은 음악 아닌 소리마져 음악처럼, 보일듯 말듯 들릴 듯 말듯 배면에 깔아놓고, 가끔 모든 소리가 사라지는 정적마저도 음악으로 느껴지게 만들었다.
팀 입의 미술은 화이불치. 궁중의 세트, 인물들의 의상 모두 너무 화려하면서도 색의 절제가 이루어져 단아한 느낌.
당연히 영상도 아름다웠지만, 맘껏 이야기를 풀어놓고 모아들이는 연출도 참 좋았다는 생각.
디테일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가령 암살단들이 말 달려 지나는 대숲, 난분분히 떨어지는 푸른 대잎을 관통하는 창날이라든가, 수상한 기척에 쫑긋 솟는 귀, 은거해있던 곳으로 쳐들어온 암살단을 피해 물 속으로 숨은 황태자 앞으로 떨어지는 시체에서 벗겨져 나온 하얀 탈이 물 위로 떠올라 앞 날을 예고하듯 물끄러미 황태자를 보던 장면, 형을 독살한 자신의 범죄가 드러나는 순간의 클로즈업되는 초조하게 손가락을 두드리는 황제의 손이라든가, 암살에 실패하고 자결을 강요당하는 암살단의 죽음, '칼날이 심장을 관통하자 심장에서 폭죽처럼 터져나온 피는 흘러 말발굽을 적시고 이윽고 강물을 붉게 물들였다' 운운하는 문장이 떠오르던 정형적 장면, 주인공들의 클로즈업된 몸의 표정들과 또는 눈에 어리던 눈물들...
햄릿에서의 대사가 그대로 차용된 건가? 잠언같던 대사들. '비상보다 천 배나 강한 독 보다도 더 강한 독은 인간의 마음' '순수함이 모든 계략을 이긴다' '사랑하는 당신이 주는 잔을 그것이 설령 독이 든 술잔이라해도 어찌 마다하리'등등.
황후역의 장쯔이는 역에 걸맞게 처음부터 힘이 느껴졌지만, 주인공일 법한 황태자 다니엘 우는 어쩐지 색깔이 심심하다 싶었었고, 황제 유게와 황태자의 여인 주신은 조연이다 싶었는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어느 새 그 네 명은 서로 기를 내뿜어 영화에 팽팽한 긴장을 주며 좋은 앙상블을 보여주었다.
동양인이 서양의 연극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여서인지 영화보는 내내 리어왕을 각색해서 만들었던 구로자와 아키라의 '난'이 생각났었다.
이 영화는 한 세 번쯤만 더 보고싶구나. 한 번은 음악을, 한 번은 영상을, 또 한 번은 모든 걸 다 모아서...
진정한 사랑을 찾은 사람들은 죽음조차도 행복으로 맞아들이고,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 자기를 사랑해줬던 사람을 모두 잃고 오로지 권력 하나를 얻은 황후의 얼굴은 화려한 옷과 장신구에 둘러싸여서도 어쩔수 없이 쓸쓸했는데 그녀 역시 마지막 반전으로 죽음을 맞으니 그 죽음이 그녀는 억울했을지, 반가웠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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