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영화제 2006
지젝의 기묘한 영화강의 Pervert’s Guide to Cinema 1, 2 & 3 영국. 2006년 작. 서울아트시네마 / 9월 13일
시놉시스 이제는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정신 분석자이자 문화이론가인 슬라보이 지젝이 유명한 영화 장면들을 통해 인간 정신의 깊은 내면으로 들어간다. 영화란 프로이드적인 의미에서 하나의 거대한 무의식적 실수인가? <지젝의 기묘한 영화강의>는 보는 이로 하여금 이제까지 만들어진 위대한 영화들을 통과해 가는 즐거움을 제공하면서 숨겨진 영화언어의 깊숙한 곳까지 파헤친다. 베리만 그리고 워쇼스키 형제에서 린치까지 영화와 대중문화의 예를 통해 가공할 통찰력을 보이며 도발을 감행한다. *2006년 로테르담 영화제 초청 |
리뷰 및 작품정보 Producer Sophie Fiennes, Georg Misch, Martin Rosenbaum Screenwriter Sophie Fiennes, Slavoj Zizek Cinematography Remko Schnorr Editor Sophie Fiennes, Marek Kralovsky, Ethel Shepherd Cast Slavoj Zizek 아마 한 두번쯤 Zizek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지 않은 이들이 없을 정도로 그에 관한 요란한 명성과 소문은 이미 학자로서의 영역을 벗어난 지 오래다. 그런 그가 이제는 그가 생각하는 영화에 대한 견해를 그가 설명하고자 하는 영화의 장면 바로 그 속에서 드러내보인다. 그가 그토록 친애해마지 않는 히치콕 영화 <새>의 배경인 보데가 만에서 그리고 <사이코>의 저택 지하 혹은 데이빗 린치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붉은 커튼을 배경으로 설 때 우리는 그에게서 익숙한 ‘Uncanny’란 바로 이런 장면에서도 발견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그가 각 영화들을 히치콕과 데이빗 린치를 거치며 영화사의 중요한 장면들을 종횡무진 섭렵하다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 시리즈로까지 나아갈 때 그의 동유럽식 영어 발음의 과장된 굴림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 그의 영화에 대한 거의 모든 견해들을 섭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의 영화에 대한 주저에 대한 거의 모든 논평과 주해라고 할 수도 있을 이 영화가 매우 흥미롭게 다가오는 또 한가지 이유는 감독 Sophie Fiennes가 아마 Peter Greenaway의 영화에서 아트디렉터 일을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 영화는 현란한 시각적 효과들 속에서 지젝을 비롯한 영화학자들이 시도한 정신분석학적 영화분석 방법이 현대 영화사에 어떤 영향을 끼쳐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드문 기회이다. (박부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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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젝이라는 이름은 처음 듣는데 설명을 보니 꽤 인지도가 있는 사람인 모양이다.영화는, 영화가 촬영된 장소를 직접 찾아가보며 그 영화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해석을 해보는 것.주로 히치콕, 챨리 채플린, 데이빗 린치의 작품들이었던 것 같다.기억에 남는 건,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욕망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게 중요하다는 말. 그리고 히치콕의 영화 '새'에서 공격적인 새들은 아들의 엄마의 폭력적 초자아의 물화라는 해석. '사이코'에서 주인공의 집의 3층 구조를 프로이드의 이드, 에고, 수퍼에고로 보고 일층인 에고의 영역에선 정상의 자기로, 지하의 이드의 자리에선 폭력적 본능의 인간으로, 2층의 초자아의 공간에선 끊임없이 자신에게 사사건건 지시하고 지시를 이행하지 못하는 것을 비난하는 어머니가 되는 구조를 이야기한다. 내가 알기로 초자아란 인간의 이드를 제어할, 그럼으로 해서 인간을 비로서 인간답게 유지시키는 인간 속의 신성한 영성이었는데, 그에 의해 초자아는 수행될 수 없는 명령을 내리는 자, 그리고선 명령을 수행하지 못한 것에 대한 비난과 처벌을 내리는 폭군으로 전락한다. 어쩌면 그렇게 해석할 수도...또 데이빗 린치의 '블루 벨벳'이 실은 부성의 몰락에 대한 영화라는 해석, 그리곤 능청스럽게 영화 속 남자처럼 잔디에 물을 뿌리며, 꽃은 아름다운 게 아니라 벌레들에게 쥐어짜지기를 기다리는 징그러운 존재이니 아이들에게 꽃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웃기기도 하고... 채플린은 전혀 있을 것 같지 않은 상황, 있을 것 같지 않은 시간, 공간에 슬며시 끼어듦으로 해서 웃음을 유발시키는 코메디의 천재...그의 영화 '시티라이트'에서 걸인과 눈을 뜨게 된 장님소녀가 다시 만나는 그 결말이 과연 해피엔딩이었던 걸까, 에 대한 회의, 그들이 그 후 어떻게 되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딴지걸기...현대문명으로 넘어가, 사람들이 폭력적 게임 캐릭터에 몰두하는 건 일상에서의 나약함을 게임을 통해서 대리만족하기 위한 거라 생각하지만, 어쩌면 대리만족때문이 아니라 사람들 안에 그런 잔인하고 폭력적인 자아가 숨어있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캐릭터에 동화되는 것이라는 해석. 왜냐하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자기이기 때문에...그 외 키에롭스키의 '블루', 히치콕의 '현기증' '이창', 데이빗 린치의 '멀홀랜드 드라이브' 'lost highway', 타르코프스키의 'stalker', 그리고 '매트릭스' 기타 등등의 영화가 언급되며 재미있는 얘기가 많았었는데 일일히 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영화는 줄거리가 따로 있는 게 아닌 거의 다큐라고도 말할 수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게 내용의 전부였는데, 영화가 촬영된 장소를 직접 찾아가 그 자리에서 영화 속 인물들의 풍경을 자신이 그대로 연출하기도 하면서 영화의 장면 장면들을 보여주며 그에 대한 분석을 그 특유의 영어억양으로 끊임없이 분주히 풀어놓는 것이 의외로 재미있었다. 피터 그리너웨이의 아트 디렉터였다는 감독은 어쩌면 지루할 수도 있는 내용을 모던, 산뜻하게 잘 풀었다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