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신비 Le Mystère Picasso
1956, France, 78 min, color / b&w,
documentary
감독 앙리 죠르쥬 클루죠
출연 파블로 피카소
특수제작된 투명 캔버스 위에
피카소가 그림 한 폭을 그려나가는 과정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언뜻 무심하게 시작한 듯한 한번의 붓질이 피카소의 자유로운 예술적 영감을
따라 고도로 추상적이고 복잡한 작품으로 완성되어가는 과정이 경이롭다. 1956년 칸느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수상작.
피카소전을 보고났더니 자꾸 피카소란 이름이 눈에 걸린다.
영화예매 사이트에서 '피카소의 신비'란 제목을 발견하고, 별로 좋아하는 화가는 아니지만 그림이,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전부터 참 궁금하던 차라 보러갔었다.
영화는 설명대로 피카소가 그림 그리는 과정을 담은 다큐.
이젤 위에 캔버스가 놓이고 피카소가 그리는 그림이 그 캔버스 뒷 면으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카메라는 캔버스 뒤쪽에서 캔버스만 잡기 때문에 그리는 화가의 모습은 보이지않고 하얀 빈 화면에 저절로 선들이 종횡무진으로 그어지고, 가지 치고, 색이 입혀지고, 지워졌다가 다시 엉뚱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하는 과정이 드러난다.
처음엔 그저 평범한 스케치같던 그림이 그려지고 지워지고 다시 덧그려지고 하는 와중에 점점 피카소스러워진다.
편집된 화면으로 한 5분 쯤만에 완성되는 것 같은 그림이 실상은 몇 시간을 두고 그린 것이니, 영화를 완성할 동안 그린 양이 만만치않았을텐데, 힘들지않느냐는 감독의 말에, 하나도 힘들지않다고, 너무 재미있고 밤을 새워 그려도 괜찮을 것 같다는 그를 보면 그는 정말 에너지가 넘칠 뿐 더러 그리는 일을 너무 좋아한 그림에 미친 남자다.
그림은, 그려지는 도중에 보면, 아, 저 정도면 훌륭한데, 하는 생각이 드는데도 피카소는 계속 붓질을 하고, 결국 아, 역시! 할만큼 피카소스러워질 때도 있고, 아니면 중간에 그만두기만 못할 때도 있고...
좋은 디자인이 불필요한 요소를 되도록 제거하는데 그 포인트가 있는 것 처럼, 피카소의 경우 그 넘치는 아이디어를 어디쯤에서 멈출지를 결정하는 게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관건이 되는 것 같다.
한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의 수많은 중간 단계들도 그 상태로도 충분히 하나의 작품이 될 만큼 아름다운
경우가 많았다.
조각가가 돌덩어리에서 이미 형상을 보고 그 형상을 꺼낸다는 것 처럼, 피카소도 이미 화면에 그려져있는 어떤 것을 보고 그냥
그대로 베끼는 것 같은 인상을 줄 만큼 붓질이 거침이 없었다.
그림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마술같던 재미있는 영화였다.
-12일 하이퍼텍 나다에서 봄.
마침 읽고있는 책, 손철주의 <인생이 그림같다>라는 미술에 관한 미셀러니집에 또 피카소 이야기가 나온다.
피카소가 스탈린 사망 후 공산당잡지의 추모특집으로 표지에 실릴 스탈린 초상화를 의뢰받아 그렸단다.
'경애하는 지도자 동무'의 초상이니 만큼 당대 최고의 화가에게 맡기자는 편집자의 생각이었을 거라고...
그런데 마감 세 시간전에 도착한 그림은 영락없는 피카소풍.
그 그림이 실린 잡지가 나온 후 피카소는 스탈린을 우상화하는 공산당원들로부터 수많은 원성을 듣고 공산당과도 껄끄러운 관계가 됐다고.
이 이야기를 읽고 너무 웃었다. 역시 그다워...
그가 그린 스탈린 초상화.
그 날 동숭아트센터 외벽에 걸려있던 배너가 예뻐서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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