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임동혁 피아노 리사이틀-Bach

바다가는길 2008. 2. 25. 20:49

 

임동혁 피아노 리사이틀

 

 

일시 : 2008.02.22 ~ 2008.02.22 
장소 :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프로그램 Program>

바흐
Bach
시칠리아노 g단조(빌헬름 켐프 편곡)
Siciliano in g minor BWV1031 (arr. W.kempf)
바흐-부조니
Bach-Busoni
코랄 프렐류드 중

- 깨어나라고 부르는 소리있어 BWV645
- 주 예수여, 당신을 소리쳐 부르나이다 BWV 639
바흐-부조니
Bach-Busoni

 
intermission-
샤콘느 BWV 1004
Chaconne BWV 1004
바흐-부조니
Bach

 
 
 
 
골드베르크 변주곡
Goldberg Variations

 
 
 



임동혁은 처음 보는데, 아휴, 이 섬약한 녀석...너무 섬세해보여 유리같다.

누군가 리뷰에 바흐를 쇼팽처럼 연주했다고 하더니...정말!

그런 그의 인상답게 너무나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연주였다.

바흐인줄 모르고 들었으면 이게 쇼팽인가 슈베르트인가 했을 것 같다.

예전에 양성원의 베토벤 소나타 연주회때 해설자가 베토벤의 특징적인 면을 얘기하면서 바흐는 자기의 주관을 개입시켜 곡을 만든 게 아니라 다만 그 시대의 악곡형식에 충실히 곡을 만들었을 뿐이고 베토벤에 와서야 주관적인 작곡이 시작된 거라 설명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냥 형식에 꿰어 맞춘 선율들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고?

요즘 들어 베토벤이 귀에 들리기 시작했다곤 하지만, 역시 내게 바흐를 따를 음악은 없다.

영원한 'my favorate'!

 

시실리아노 너무 아름답고, 코랄 프렐류드중에선 첫번째 곡은 익숙한 멜로디, 그리고 두번째 곡은 '어라 이게  뭐지',  깜짝 놀라게 아름답던 곡이었고, 피아노로 편곡된 샤콘느는 바이올린 연주처럼 폐부를 찌르는 날카로움은 없었지만 또 그만의 매력이 있었고...

골드베르크 변주곡, 처음 아리아를 어떻게 연주하려나 궁금했었는데, 말년의 굴드처럼 여백이 많게, 느리게, 아련하게...

마치 어느 초여름날 오후, 햇빛 하얗게 내리는 골목길, 길은 노는 아이 하나없이 텅 비어있는데 새조차 울지않는 적요너머로 똥당 똥당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에 잠시 발걸음 멈추어 있는 듯한 기분...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처음 아리아로 시작한 곡이 다시 똑같은 아리아로 끝이 난다.

마치 그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시침 뚝 떼고 처음으로 돌아오는 음악. 그렇게 끊임없이 되돌이 될 것 같기도 한 음악...

그래서 그 중간의 30개의 변주들은 마치 한바탕 꾼 꿈의 얘기처럼 느껴졌다. 그 하얀 골목길에 서서 잠깐 꿈의 나라를 떠돌다 온 느낌.

 

작곡가가 곡을 만들되 곡들은 연주자에 따라서 무한히 재창조되나보다.

바흐라는 원재료가 워낙 좋으니 어떻게 요리해도 맛있을 수 밖에.

임동혁은 내 생각엔 바흐보단 쇼팽이나 슈베르트, 리스트나 혹은 드뷔시같이 섬세한 음악이 더 어울릴 것 같기도 하다.

 

처음 가 본 아람음악당은 별로 안좋은 자리여서인가 소리가 좀 뭉개지는 듯한 느낌이어서 아쉬웠었지만 그래도 달콤한 꿈 꾸듯 아름다웠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