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노선별로 여행기를 정리해볼까?
여긴 1100도로편.
제주도립미술관.
여행지라고 문화생활을 못할 건 없지... 제주현대미술관, 제주조각공원, 제주도립미술관... 짬내서 가보고싶던 곳인데 현대미술관은 예술인마을도 있고 독특해보였지만 찾아가기가 만만치않아보여 제주시 근처의 도립미술관을 가보기로 했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1100도로버스를 타도 되고, 시내에서 시내버스를 타도 되고... 돌아다니면서 느낀 건데 전보다 모든 관광지들이 버스로도 쉽게 찾아갈 수있게 잘 연계되어 있다. 모처럼 날씨 화창해 미술관 도착하니 새파란 하늘에 구름 둥실이더니 나올 때쯤은 어김없이 이슬비가 내렸다.
현대적 디자인의 단아한 모습. 건물 전면에 수변을 만들어 조각작품을 전시한 게 이색적. 물이 주는 풍요로움이 있다.
원래는 저 나무들 뒤로 한라산이 보였었는데 미술관 관람 후 나와보니 어느새 사라졌다.
멋진 설치작품. 작가랑 제목 알아올 걸...
물고기조각도 좋았어. 관람객들의 포토존.
미술관내 카페. 탁 트인 전망과 깔끔한 실내가 마음에 든다. 예쁜 유리그릇에 솜씨좋게 담겨나온 아이스크림도 맛있고...
이날 미술관에선 '공존&상생'전 과 '체코 삽화작가 초대전' 이 열리고 있었다.
여행지에서 한껏 여유부리며 미술전시회를 보는 것도 나쁘지않은 선택이다. 여행객인듯 보이는 사람들도 꽤 있는 것 보니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닌가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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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 마음에 들었던 건...
부상철-잠녀일기160cm130cm의 큰작품. 서정적이고 세밀한 묘사가 좋았다
강요배-바닷가아이들. 작가의 또다른 모습의 작품이라 신기.
안종현-바이칼호수의영혼. 화면위에 반짝이는 재료를덧붙여 신비로운 느낌을 주던 그림.
박기진-수염고래. 80X650X90cm. 실제 고래크기. 커다란 mass가 공중에 떠있으니 장엄하다.
그리고...또 한 작가
안종연이라는 이름으로 기억하는데, '여인의 꿈'. 뭐 그런 맥락의 제목.
좁은 복도를 통해 들어서면 원통형의 하얀 공간이 나타나고 하얀 모래 위로 끊임없이 변하는 도형이 펼쳐진다.
어릴 때 보던 만화경처럼 환상의 세계로 빠져드는 느낌. 한참을 서서 현란한 빛의, 형태의 유희를 지켜보았다.
사진도 몰래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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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하나의 기획전, 체코삽화전. 거기서 본 작품들 중 마음에 들었던 건..
즈데넥 밀레르 Zdenek Miler-아기두더지 크레텍.
바로 옆에 한라수목원이 있었는데 시간이 부족해 들려보지 못한 게 아쉽다.
화창하던 날씨가 미술관 나오니 이슬비 내리더니 숙소로 돌아가는 길, 남조로엔 두터운 안개가 꼈다. 시계는 한 10m정도밖에 안되는 것 같고, 운전사아저씨는 잔뜩 몸을 앞으로 숙여 전방을 살핀다. 차창 옆으로 보이는 풍경은 그저 회색빛. 드문 드문 안개에 가린 나무들이 유령처럼 서있다. 이런 짙은 안개 제주니까 보는구나...구경꾼인 나는 안개도 신기해서 와!...
서귀포 자연 휴양림
아침마다 일어나면 먼저 창으로 가 한라산이 보이나 안보이나 확인하곤 했는데, 한라산은 마치 마술사가 망또을 휘둘러 없애버린 것 처럼 늘 구름에 싸여 감쪽같이 사라져있었다.
만일 저길 간다면 아마 안개속일텐데...
그래서 한라산은 그래도 몇 번 갔었으니까, 영실 가던 길에 항상 지나며 궁금했던 서귀포자연휴양림을 대신 가보기로 했다.
1100도로버스를 갈아타는 중문 정류장, 전엔 어느 시골 정류장처럼 초라하더니 지금은 깔끔히 정비돼 번듯했다.
지나가며 항상, 저 안엔 뭐가 있을까 궁금하게 만들던 휴양림 입구.
영실가는 길. 구비구비한 말끔한 길이 안개에 싸여 텅 비어있다. 실은 자동차통행량이 꽤 많아 한참 차 없는 틈을 기다려 한 컷.
정문을 들어서서 마주친 나무. 하얀 꽃이 이뻐서 찍었는데, 나중에 tv에서 우연히 보니 이름이 산딸나무라고. 가운데 열매같은 게 익으면 빨갛게 되는데 그게 딸기를 닮아서 붙은 이름. 재미있는 건 꽃잎같은 하얀 잎은 꽃받침이고 가운데 열매같은 게 실은 꽃이라고...
휴양림 내 통나무집. 4인실 1박에 비수기 32000원, 성수기 55000원, 그냥 민박집 수준으로 저렴해 탐나던 곳이다. 야영장 사용료는 더욱 더 저렴해서 2000원-4000원. 한라산 등반하기도 편리하겠고, 산책로 돌다보니 계곡물을 막아 만든 물놀이장도 있더라.
숲 속 곳곳에 새들을 위한 집도...
한라산 기슭이라 숲으로 들어서니 안개가 흐른다. 죽 이어진 나무길이 나무들에 가려, 안개에 가려 끝이 보이지 않는다. 나무들만 저희들끼리 비밀회합이라도 하는 듯 교교히 서있던 숲길. 금지된 곳에 홀로 들어선 것처럼 살짝 서늘하면서도 신비롭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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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에 번진 잎들이 송수남의 수묵화같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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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산책로...
지압길. 희고 검은 조약돌로 길을 만들었다. 상쾌한 공기마시며 달랑달랑 두 손에 신발 벗어들고 맨발로 걸으면, (아마 발바닥 아파 악악 비명이 나올지도 모르지만) 맘과 몸이 함께 건강해질 길.
비 오는 와중에도 부지런히 그물을 짜 먹이를 기다리던 녀석. 그물은 군데군데 헤지고 녀석은 너무 작아보여 오히려 안쓰럽던.,
이만하면 시간이 충분할거야, 생각하고 가도 막상 가보면 제주의 곳곳들은 항상 머물기에, 느끼기에, 즐기기에 시간이 모자르다.
그냥 숲길 잠깐 걷고, 바닷가에 잠깐 앉아있었다 싶은데 시간은 정신없이 흘러간다.
숲의 아름다움에 취해 와!와! 마음이 바쁜 새, 몇시간이 휘딱 지나가버리고 휴양림도 다 둘러보지 못한 채 1100도로버스 막차시간을 맞추느라 부랴부랴 떠나와야했다.
다음엔 더 일찌감치 가서 질리도록 있어야지...그런가...완성되지 못한 것, 미진한 것들이 항상 '다음'이란 걸 마련해주나...
내가 돌아봤던 곳 지도로 확인해보니, 숲속의 집 뒤 생태관찰로를 따라가다가 편백숲동산, 그리고 건강산책로로 내려왔나보다. 3분의 1도 못봤네.
다음을 기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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