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 그리고 기억함

동회귀선-섭지코지+성산+비자림+김녕해수욕장

바다가는길 2011. 7. 18. 22:13

 

섭지코지

 

그동안 제주엔 여러번 갔었으면서도 이상하게 섭지코지를 한번도 가지않았었다

그간 섭지코지가 일괄매입돼 휘닉스아일랜드라는 복합관광단지가 들어서고 그 안에 안도타다오 설계의 건축물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너무 궁금해 가보고싶다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제주엘 왔으니 빼놓을 수 없지.

계속 흐리고 비오던 중간 어느 날씨 화창하던 날에 섭지코지행...

버스에서 내려 섭지코지까지 걸어들어가려면 한 3,40분은 족히 걸어야할 듯한데, 땀 뻘뻘 흘릴 길이 무서워 그냥 고성에서 택시로.

택시는 밭두렁길을 한동안 달리다 이내 해안도로로 들어선다.

와! 이게 뭐야! 차창옆으로 펼쳐지는 상쾌한, 호쾌한 바다...

한시라도 빨리 바다를 호흡하고 싶어져 가는 도중 '아저씨 여기서 내릴게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꾹 참고 목적지 섭지코지까지...

서둘러 요금을 내고 나서는데, 와!, 그저 와!

파란 하늘 아래 가없이 펼쳐진 파란 바다! 몸을 날릴 듯한 바람에 끊임없이 새하얀 파도를 일으키고 있었다.

아, 이래서 섭지코지구나...와, 정말 오길 잘했네...그저 초입부터 감탄의 연속.

원래 유명한 관광지이고 한류드라마 촬영지라 외국관광객들이 반은 넘는 것 같아 주차장 가득 관광버스며 택시들, 자가용들이 가득한데, 주차장에서 보이는 바다만으로도 감격이지만 잠깐 흥분을 가라앉히고 언덕으로 고고.

 

날려갈 듯 바람이 불어 바다에 흰 포말 가득하다.

등대에 올라 본 풍경. 길 위에 사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저만치 보이는 올인을 촬영했다는 교회는 별 관심 없는터라 패스하고..

낮은 돌담 오른 쪽 휘닉스아일랜드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며 우선은 해안산책로 탐방. 

등대에서 보이는 안도타다오의 글라스하우스. 으흠...이따가 자세히 보기로 하고..

원래 휘닉스아일랜드는 교회옆의 입구로 입장료 2천원을 내고 들어가게돼있지만 보이다시피 여기 글라스하우스 옆으로 뚫린 산책로에서 그냥 들어갈 수도 있다. 글라스하우스 앞까지 갔다가 그냥 몰래 들어갈까 하다 다시 되돌아나와 입장료 지불하고 정식입장. 너무 예의를 차렸나?

바다 건너 성산이 보인다.

 

등대 앞 바다. 사진이 섭지코지의 그 바다를 반의 반도 못담아내는구나. 섭지코지를 빙둘러있는 바다는 너무 광활해 카메라 앵글로 다 잡을 수가 없었다. 아, 파노라마로 찍어올 걸... 어떤 막힌 가슴도 단번에 뻥 뚫어줄 시원한 바다.

 

 

휘닉스 아일랜드

 

 

 

해양종합리조트라고..호텔, 별장, 전시명상관, 산책로, 안도타다오의 건축등이 있고,

안에 들어가보니 딸각 딸각 소리를 내며 관광객을 태운 꽃마차 미니기차도 다니고 걷기에 너무 넓은 내부를 편리하게 돌도록 전기자전거(?)를 탄 사람도 눈에 띄었지만 아직은 개발진행중, 완성되진 않은 듯한 모습.

 

 

지니어스 로사이. Genius Loci

안도타다오의 명상, 전시관 

 

 

여기를 뭐라고 불러야하나? 기능적으론 매표소인데 그냥 단순한 매표소는 아니고 지니어스 로사이의 한 부분.

음식으로 치면 에피타이져, 집으로 치면 현관, 건물로 치면 로비. 작은 화단과 작은 연못이 마음을 가라앉혀준다.

지니어스 로사이로 들어서기에 앞서 표를 파는 직원이 이 공간의 의미(안도타다오라는 유명한 건축가의 작품으로 이 땅을 지키는 수호신이라는 뜻을 갖고있고, 섭지코지의 배꼽의 자리에 위치해 에너지가 센 곳 등등.)와 이러저러한 방향으로 관람을 하시라 자세히 설명을 해준다.

이렇게 관람객에게 사전교육을 시키는 곳은 또 처음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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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그만한 연못에 핀 수련이 너무 예뻐 뱅글뱅글 못 주변을 돌며 구경

 모네의 수련을 보는 듯..

안으로 들어서면 길 옆으로 커다란 타원형의 정원. 각종 꽃이 만발한데 타원이 주는 느낌이 묘하게 신비하다. 두 개의 중심을 갖는 원.

 

멀리 글라스하우스가.

 연못이 있는 매표, 안내소의 모습.

타원의 정원은 이상하게도 접근이 어렵게 제주도 돌더미를 주위에 빙 두르고 있다. 그 돌더미를 넘어가 타원을 거닐며 꽃을 즐겼다.

제주도 전통의 문, 나무막대기 걸린 저걸 뭐라고 하더라? 가로 걸린 막대에 걸린 바다가 예뻐서. 

외국인의 작품이지만 이렇게 제주도식 돌담도 그렇고 현지의 전통을 살려서 참 좋다. 센스있다는 느낌

안도건축의 특징. 목적지에 도달하려면 항상 이런

좁은 길을 지나야한다. 통과의례처럼.  

 양옆으로 물이 흐르는 벽. 그가 건축에 자연을 들이는

방법중 하나.

건축에 성산이라는 자연을 들이고자 벽을 뚫었다. 이런 열린 틈들로 안과 밖을 연결하는 방법론이 여기저기 많이 적용됐다.

액자에 걸린 성산을 보고 왼편으로 들어서면 또 높은 벽의, 하늘이 뚫린 터널같은 좁은 길을 한참 돌아들어가야한다. 그렇게 땅 밑으로 내려가면 다다미 곱게 깔린 미니멀한 몇 개의 공간이 나타난다. 조용하고, 정갈하고, 해 방금 진 때처럼 어둑어둑, 어슴프레한 공간.

세 개의 방에서 각기 미디어아트전이 열리고 있었다. 문경원이란 작가. 그의 작품들은 나에겐 별루. 발상과 전개가 안이하다는 느낌.

다만 그 조용한 공간에 생각을 버리고 아무 것도 하지않고 그저 머물러 있는 게 좋았다.

요런 액자 하나. 지니어스 로사이에서 보이는 등대.

 

글라스하우스

역시 안도타다오 작품.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지니어스 로사이도 그렇고 글라스 하우스도 그렇고 생각보다 별로.

책을 통해 그의 작품들을 접하며 팬이 됐을 때 와우!하던 그런 느낌 받을 수 없었다. 뭐, 나쁜진 않은데 그냥 그렇네 정도.

 

 

 

 

글래스하우스 이층의 민트레스토랑. 전망이 그렇게 좋다길래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그 전망을 확인해보랴 싶어 들어가봤다. 아이스커피 한 잔이 9천원, 가격이 와우!. 억울해도 창 밖의 바다값으로 쳐야지... 레스토랑 밖 테라스가 시원하다.

 내부의 모습. 인테리어며집기며 평범하기그지없다

 사방의 바다빼면 사 줄 부분이 없는 걸.

 또 이런 액자 하나.

 글라스하우스 앞으로 펼쳐진 초원의 초록과 그 너머 바다의 파랑이 너무 아름답더라.

 

 

 

아고라

마리오 보타의 건축.

힐하우스라는 회원전용공간에 있던 설치물. 회원 외 출입금지안내문을 무시하고 지키는 사람도 없길래 그냥 무작정 들어가보았다.

끝이 잘린 피라미드형. 초원 위에 생뚱맞다는 느낌. 피라미드 아래로 둥그런 아고라, 광장이 있고 그 광장 주변으로 휘트니스센터, 수영장, 스크린골프장등의 시설이 있다는데, 지금은 운영을 안하는지 텅 비어 있었다. 독특하나 주변환경과 잘 안어울려보인다

 

휘닉스아일랜드는 아직은 미완성인 듯하다. 앞으로 더 공간을 짜임새있게 가꾼다면 좋은 휴양지가 되겠지.

그러나 인간이 만든 어떤 것도 자연을 능가하진 못한다.

섭지코지 볼래, 휘닉스아일랜드볼래 하면 난 100%섭지코지 해안. 그만큼 호쾌했던 바다.

휘닉스아일랜드는 http://ppisland.co.kr/

 

 

 

 

성산

 

늦은 시간에 찾아가 벌써 해지고 있었다. 매표는 7시20분까지. 그 이후엔 그냥 마음대로 출입할 수 있다.

날이 어두워져 성산일출봉 끝까진 못오르고 중간에서 되돌아섰지만 노을이랑 하나 둘 불 밝혀지는 성산포풍경이 아름다웠다.

 

 

 

 

 

 

 

 

 

 

 

 

비자림

한라산을 가지 않는 대신 제주도의 여러 휴양림들을 가보고 싶었었다.

찜해놨던 곳은 한라수목원, 절물, 돈내코계곡, 비자림, 서귀포휴양림들이었는데,  이날 어디를 갈까 하다 비자림을 택했다.

세화란 곳에서 버스를 갈아타야해서 나름 버스시간표 꼼꼼히 챙기고 남원에서 몇시 차를 타야 세화란 곳에 도착해 비자림행 몇시차를 타겠다하고 계산 열심히해서 찾아갔는데, 완전 실망.

비자림은 말그대로 비자나무숲. 그냥 비자나무가 있다, 그 정도 의미밖에 없고, 규모가 어찌나 작은지 숲길 한바퀴 도는 게 끝, 어렵사리 찾아온 게 아쉬워 되도록 오래 머물러보고 싶었지만 앉을만한 곳 다 찾아 앉아가며 시간을 늘려도 돌아보는데 채 한 시간이 안걸렸다.

보통 속도로 그냥 걸으면 아마 30분정도면 될까...입장료 1500원이 아깝다.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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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이런 숲길..

 

 


 

김녕해수욕장

 

김녕해수욕장은 동회귀선 일주를 하던 중 지도를 보고 여긴 어떤 곳일까싶어 별 기대없이 찾아가봤던 곳.

나중에 돌아올 때보니 제주시외버스터미널까지 불과 20분,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있으면서 해수욕장 자체가 길가에 있어 버스에서 내리면 바로 그 입구라 찾아가기 너무 쉬운 곳이었다.

제주도 버스기사분들은 거의 관광가이드가 아닐까 싶게 버스탈 때 목적지를 얘기하면 친절하게 내릴 곳을 알려주셨다.

 제주도는 한창 마늘 수확철. 동회귀선에 널린 밭들마다 마늘을 캐는 농부들과, 수확된 마늘더미를 볼 수 있었다.

간혹 뉴스에 마늘을 수확할 인부가 모자란다든가, 수확해놓은 마늘을 밤새 통째로 도둑맞았다든가 하는 기사가 나기도 했다.

제주도 돌로 테를 두른 검은 흙밭에서 뭔가 그렇게 푸짐히 수확물을 거둬들이는 게 보기만도 참 뿌듯했었는데, 여기 해수욕장에 도착해보니 주차장이 마늘건조대가 됐네.. 내 마늘은 아니지만 내 밭에서 난 것처럼 곱게 널린 마늘이 신통방통하다.

널린 마늘 뒤로 보이는 바다. 빨리 가보고 싶어서 급히 마늘 사진 찍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 다다르자마자 와! 여기 바다는 뭐 이래? 색깔이 어떻게 이래!!! 탄성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제주도 바다중 바다색이 아름다운 곳 여럿이지만, 가령 내 기억으로 우도의 산호사나 하고수동, 함덕해수욕장도 바다가 이뻤던 것 같고...하지만 그중에서도 김녕해수욕장이 뒤지지않겠다. 다들, 여기 너무 좋다. 진작에 올 걸 그랬다, 제주도에 이런 데가 있었구나, 바다 끝내준다...이구동성... 페퍼민트차 마신 것처럼 가슴이 순간 화!해지면서 바다색만큼이나 밝아진다.

아마 여길 사람들이 잘 모르나보다. 의외로 한적하다. 이 아름다운 바다를 호젓이 즐길 수 있어서 너무 좋구나..

  사르르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살얼음같은 투명한 물살..

 

 

'그림' 같은 바다. 이런 빛은 어디서 오나..

 해변에서 즐거운 아이들.

다정한 두 꼬마. 내가 해변에 도착했을때부터, 실컷 해변에 있다  

방파제돌아 등대에 갔다 올 때까지 놀이에 열중해있던.. 

 

 햇빛에 비친 물살이 영롱하기 이를 데 없다.

어떤 물고기의 치어인지 모르겠지만 바위 밑, 해초사이로 몰려다니던 녀석들. 계곡말고 바다에서 이런 치어를 보긴 처음. 

해수욕장 오른 편으로 또다른 아담한 해변이.  

 

하얀 모래는 너무 고와 재같다.

자연이 만든 아름다운 무늬.

왼편엔 검은 암반들. 투명한 물 속에 게며 소라며 신기한 것들이 

산다. 발목에 찰랑거리는 물살맞으며 한참 구경삼매 

 물은 너무 맑고 깨끗해 흔들려 햇빛에 반짝이지 않으면 거기

물이 있는지도 모를 지경.

 

 

 

 

 

등대 가는 길의 바다. 바다 너무 예뻐 사진을 찍고 찍어도 모자르다. 

 

 

 포구엔 여러 레저용 배들이 있고.

물살에 비친 해..

등대 갔다오니 그새 사람들이 늘었다. 누군가 모래사장을 예쁘게 빗어놓았고. 아까 그 두 꼬마는 아직도 모래사장에서 놀고있네..

김녕해수욕장 너무 아름다운 바다였다.

떠나오기 아쉬웠던 곳.

 

나머지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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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동복리해안

 

 

제주터미널로 돌아가는 길, 차창밖으로 해안에 무리지어 앉아있는 하얀 새떼를 보았다.

버스에서 내려 다가갔더니, 조심히 다가갔다 생각했는데 어느 새 기척을 알아채고 후르르 날아가 버렸다.

그래도 그런 새무리를 본 게 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