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 그리고 기억함

제주여행-intro. 새연교,외돌개,쇠소깍

바다가는길 2011. 7. 12. 18:18

'식탁을 털고 나부끼는 머리를 하고'....제주로!

 

신용카드를 해지하기 전에 마일리지를 소진할 겸 오랜만에 제주여행을 계획한다.

아쉽게도 편도티켓밖에 얻을 수 없어 표 하나는 저가항공사를 이용해보기로 했다.

인터넷 검색 결과 티웨이항공이 가장 저렴해서 거길 선택했다.

가격은 단돈19,900원!

물론 일주일 전에 미리 인터넷으로 예매를 했고, (예매후 지켜보니 가격이 고정돼있는 게 아니라 출발일이 가까와올수록 가격이 올랐다,) 비선호시간대였지만 시간여유가 있다면 미리미리 계획을 세워 싼 표를 살 수 있겠다.

싼 게 비지떡이 아닐까 어떨까 하는 생각이 없지않았는데 타 본 결과 이건 뭐 완전 대박이다.

기존 항공사와 비교해 전혀 뒤쳐지는 부분이 없고 오히려 더 좋았다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티켓팅이나 화물, 기내서비스(너무 싼 표라 음료수 안주는 거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뭐 하나 불편한 점 없었는데다 승무원들도 너무 친절하고 가족적인 분위기였다.

승객을 맞이하는 웃음이 가식적이지않으면서도 밝고 명랑해 마주보는 사람까지 기분 좋게 만들어주었고 이륙을 기다리는 동안 승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기념사진도 찍어주고, 아마 탑승전 신청을 받는지 기내방송으로 '누가 누구의 생일축하한다'는 메세지까지 방송돼 함께 탄 모두가 축하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비지니스를 위한 여행이라면 몰라도 신혼여행이라든가 오랫만에 지인들과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한테는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 같았다.

복지부동으로 억지웃음의 서비스를 하는 기존 대형항공사들은 뭐 이런 아이디어 하나 낼 줄도 모르는데, 기특하다는 생각.

심지어 조종사의 조종능력도 더 뛰어나 비행기가 뜨고 내릴 때 덜컹거림도 없이 어찌나 유연하던지...

티웨이 홍보요원도 아닌데 이 정도만 할까...

어쨌든 앞으로 굳이 비싼 돈 주고 대형항공사를 이용하지는 않을 것 같네.

왼쪽 창가여서 노을을 볼 수 없었는데 비행기가 선회할 때 살짝 예쁜 해를 보았다.

 

 하늘에서 본 한라산. 와, 제주다...

 

 

제주의 5월은 꽃향기로 가득하다.

공항청사를 나오자마자 어라, 이게 무슨 냄새지? 저절로 코가 킁킁거려진다.

치자꽃같기도하고 찔레꽃같기도하고 라일락향기같기도 한 달콤한 냄새가 대기에 가득하다. 그 향기 맡으려 저절로 심호흡.

돌아다니다가 내가 확인할 수 있었던 향기의 근원들. 이름은 모르겠다.

 

 

제주있는 내내 흐리고 비오는 날이 많았다.

우산 들고 나선 숙소앞 큰엉 산책길. 비 아랑곳않고 낚시삼매경에 빠진 사람들.

 

 

 

 

큰엉해안의 모습  

여전하던 큰 엉 산책로

 

비 무지 오던 날의 바다.

 

맑은 날의 남원 앞바다.

오랫만에 보는 바다는 그냥 바라만 보고있어도 탁한 피가 갈리는 느낌이다. 센 바람에 부서지는 파도 한자락도 감격이다.

 

새연교.

서귀포항에서 그 앞 새섬을 잇는 새연교라는 다리가 새로 생겼다. 다리를 건너 새섬을 한바퀴 빙 도는 새 관광코스.

새섬은 별다를 건 없어도 바다를 보며, 서귀포항을 보며 숲을 거니는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새연교가는 길. 여기도 올레길코스인가보다. 나무로 바닥이 깔린 걸 보니. 나무길은 보기에도 따듯하고 걷기에도 폭신했다.

다리에서 바라본 새섬 바위절벽. 절벽밑 물빛이 에메랄드색. 아저씨 한 분은 열심히 물 속에서 뭔가를 잡고...

외돌개에서 본 새연교.

 

 

외돌개.

'서귀포 시내에서 약 2㎞쯤 서쪽에 삼매봉이 있고 그 산자락의 수려한 해안가에 우뚝 서 있는 외돌개는 약 150만년 전 화산이 폭발하여 용암이 섬의 모습을 바꿔놓을 때 생성되었습니다. 꼭대기에는 몇 그루의 소나무들이 자생하고 있습니다. 뭍과 떨어져 바다 가운데 외롭게 서있다 하여 외돌개란 이름이 붙여졌으며 고기잡이 나간 할아버지를 기다리다가 바위가 된 할머니의 애절한 전설이 깃들어 있어 `할망바위`라고도 불립니다.'

서귀포 중앙로터리에서 버스를 타고 외돌개입구까지 갔다. 배차시간이 1시간20분 정도로 term이 길어서 정류장이나 관광센터를 통해 미리 시간을 알아두면 시간낭비없이 관광을 할 수 있다. 시외버스를 타고 큰 길에서 내려 걸어가도 좋고 시내에서 가까우니 택시를 타도 무리없을 것.

(*버스로 여행할 생각이라 일찌감치 티머니교통카드를 샀다. 어디서든 쉽게 찾을 수 있는 편의점에서 충전이 가능하고, 정확이 어떤 방식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환승시 버스비가 할인이 돼니 버스를 갈아탈때마다 카드를 쓰는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외돌개는 우뚝 선 바위뿐 아니라 그 주변 해안이 아름답다. 월드컵경기장까지 죽 이어진 올레길은 계속 바다를 옆에두고 걷는 길이라 힘든 줄 모르고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도중에 비가 내려 미처 우산을 준비못한 사람들이 일제히 똑같은 우비를 입었다. 소리는 들리지않고 멀리서 움직이는 똑같은 차림의 사람들 보니 마치 하루키 소설속의 리틀피플같아서 한 컷.

 

 

 

비가 오는 바람에 올레길 옆 노점들이 일찍 문을 닫았다. 노점엔 음료수니 과일, 라면, 같은 요기거리, 가벼운 술도 있어 걷다 힘들 때 바다보며 쉬어가면 좋을 것 같다.

 

 

월드컵경기장쪽 말고 구서귀포쪽 반대해변 풍경. 외돌개주변 한바퀴 돌고왔더니 어느 새 날 저물고 해 진다.

 

 

쇠소깍.

남원에서 버스로 한 10분, 15분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 있던 쇠소깍. 계속 흐리던 중 모처럼 날씨 맑은 날이었는데, 쇠소깍은 길에서 한참 걸어들어가야하는 곳이라 땀닦으며 부채질하며 언제 나타나려나하며 무더위를 헤치고 찾아간 곳이다. 숙소에서 가까워 나는 달랑 지갑하나 들고 찾아갔지만 거기도 올레길이라 완전군장의 올레꾼들은 무거운 배낭을 지고 땀 뻘뻘 흘리며 그 길을 걷는다. 막상 가보니 참 희안한 곳. 바닷가에 왠 계곡이? 마치 신선들이 유람할 듯한 초록빛 계곡에서 사람들이 유유히 조각배를 타고 노를 젓는다. 꼭 타보고 싶었는데 주말인 관계로 줄이 길어 한시간을 기다려야 해서 망설이다 그만 포기, 쇠소깍 앞 눈부신 햇빛에 부서지는 파도구경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쇠소깍은 소+연못+끝의 합성어라고.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드문 장소란다.

 

 

 

투명한 보트는 밑바닥이 다 들여다보이고, 양쪽에 받침대가 있어 뒤집힐 위험이 없나보다. 잠깐 안내원에게 교육을 받고 모두 무사히 타는 걸 보니...특히 아이들이 참 좋아하더라.

 

 

숙소에서...

제주에 꽤 오래 머무는 동안 한라산을 본 날은 한 손으로도 꼽을 정도였다. 숙소앞 나무 그새 쑥 자라 산을 가리고 있다.

오랫만에 보는 양떼구름.

롤케잌처럼 도르르 말린 구름

어느 아침에 뜬  솜사탕같이 하얗고 동실하던 구름. 이런 구름 우리동네 하늘에도 떴을지 모르는데 여행지라 그런가, 구름 하나도 유감하다.

 

아침마다 잠을 깨우던 새. 부지런들도 하여 해도 뜨기 전에 바삐 일어나 울어댔다. 한참 듣다보니 한 녀석이 이 나무에서 삐삐빼빼하면 저만치 다른 나무에서 삐삐빼빼 화답. 지저귐이 그 녀석들의 언어인 걸 어렵지않게 알게하던 새들.

나무 우듬지에 살짝, 가지가 낭창하니 구부러졌다 다시 살아나는 무게로 날아와 앉던 새. 까치가 흉내내려다 무게를 못이긴 가지가 너무 휘어져버리는 바람에 굴러떨어지기 직전 날아가는 걸 보며  '맹구까치 몸개그하네...ㅋㅋ', 웃음 못참기도 했다.

제주도엔 바람도 많고, 비도 많고 구름도 많고 돌도 많고 꽃도 많지만 새들도 참 많다.

어딜 가든 새소리가 끊이지않는다. 제비도 굉장히 오랫만에 제주에서 봤고...작은 새들은 아무리 떠들어도 시끄럽지않고 목소리가 오히려 음악같아 어디서든 새소리에 집중하면 퐁퐁, 마음 속에서 샘물이 솟는 느낌이었다.

 

어디를 가던, 어디에 있던 항상 바다가 보이고, 파도소리가 들리고 지저귀는 새소리가 있는 제주. 공기는 그렇게 달콤하고 물은 그렇게 투명하고...아, 어떻게 여기서 아예 살 방도가 없을까, 뜬금없는 상상을 하게 만드는 곳.

 

한참이나 묵혔다 블로그에 올리려 다시 사진 들추니, 기억이 새록새록, 언제 또 갈까, 조그만 생각의 싹이 튼다.

 

마음내키는대로 돌아다닌 후기는 아무래도 여러 편으로 나눠야겠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