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 그리고 기억함

초파일나들이-봉암사+법주사

바다가는길 2008. 5. 13. 22:01

 


 

 

 봉암사 가는 길, 마을입구에서 셔틀버스를 기다리며 바라본 어린 모 파릇한 논풍경. 가슴이 탁 트인다. 

절에 도착하자마자 우선 밥부터..누구에게나 차별없이 무료로 제공되는 절밥. 사람들 길게 줄을 서서 산채와 고추장양념의 비빔밥과 미역국을 받은 다음 편한대로 아무데서나 맛있게 냠냠..

싱그런 오월의 숲 가운데 검은 차일이 따가운 빛을 가리고, 그 밑으로 한편으론 밥을 타러 길게 줄을 선 사람들, 또 삼삼오오 모여 맛있게 밥을 먹는 사람들, 그리고 커다란 물확 주위에서 사람들이 밥먹은 그릇을 열심히 닦는 연두색조끼의 자원봉사자들...  

봉암사는 성철스님을 비롯한 여러 스님들이 불교계 자정을 위해 결사를 맺었던 곳. 지금도 수행절이라 일년에 부처님 오신 날 단 하루만 개방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절의 단청도 색이 절제된 단아한 모습이었고, 연등도 깨끗한 흰색등. 경내가 온통 사람들로 북적이는데도 대웅전 옆, 담장으로 둘러싸인 선방은 그 적요를 다치지않고 있더라.. 

사람들의 기원을 담고 공중에서 흔들리고 있는 등들이 만드는 그림자.

 

이 호젓한 길을 따라가면 어디가 나오나?  

여느 절보다 특히 단정한 느낌의 단청. 녹음과 어우러진다. 

뒷 산 계곡의 백운대. 사람출입이 금지돼 계곡물도 그렇게 맑다는데 아직 비가 많이 오지않아 계곡은 수량이 적었다. 하지만 갑자기 전망이 탁 트이는 너른 바위가 시원스러웠다.

고려시대 말쯤에 조성된 것이라는 마애불.

마애불 옆에 누군가 쌓아놓은 돌탑이 앙증맞다.

무슨 기원들이 그리 많을까. 무수히 쌓여진 돌탑은 간혹 이렇게 쌓였다가 무너졌다가, 다시 쌓였다가...

 

서울에서 문경까지 두,세시간 버스를 타고 절 앞 마을에 내려 한 30분쯤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다시 그 버스에서 내려 또 한 20분쯤 산길을 걸어 절에 도착해선 바삐 밥 한끼 먹고는, 일정때문에 허겁지겁 절을 돌아보는 둥 마는 둥 건성으로 둘러보고 떠나야해서 너무 아쉬웠지만, 그 부산스러움에도 고요 하나도 망가지지않던 선원의 마당. 그곳에서 잠을 아끼며 열심히 공부하는 스님들, 모두 성불하시길...

 

그리고 도착한 절, 속리산 법주사.

여기 예전에 언젠가 왔었던 곳인데, 하도 오래 전이라 그땐 어땠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데, 지금은, 이름은 속리산, 속을 떠난다는 의미의 산에 있는, 법주사, 법이 머문다는 절인데, 여행사에서 일부러 이렇게 코스를 계획한 건 아니겠지만 봉암사와 대척점에 서있는 듯한 절.

속에 머물며 법이 떠난 듯, 아니라면 곧 떠날 듯한 절.

아마 석가탄신일을 맞아 좀 더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뜻이었겠지만 절에 들어서니 어디선가 전국노래자랑이라도 하고있는 듯 귀를 찢을 듯 트로트가 들리고있었다.

바로 대웅전 앞에 펼쳐진 무대에서 누군지 모를 가수들이 열창을 하고 있는데, 열심히 노래하는 그 분들껜 미안하지만, 정말 무슨 가라오케도 아니고 나이트클럽도 아니고 절마당에서 들어야하는 트로트는 완전 폭력 그 자체. 도대체 누가 그런 아이디어를 내고 어떻게 그런 아이디어가 승인을 받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일. 완전 실망이었다.

불전함은 또 어떻게 그렇게 곳곳에 빠짐없이 무수히도 놓여져있는지...

어쨌든 이왕 왔으니 둘러는 봐야겠어서...

법주사 팔상전과 금동미륵대불.

금동미륵대불은 처음에 시멘트로 만들어졌다가 청동이 입혀졌다가 다시 금동으로 만들어졌다고. 계단을 올라 불상 가까이 가보니 연화대가 딱 어깨쯤의 높이. 아주머니 두 분이 탑돌이하듯 불상을 만지며 도신다. 나도 따라 연꽃무늬를 어루만지며 돌아보았다. 부드러운 곡선이 사람들이 하도 만져서 만질만질 반짝반짝 윤이 났다. 절은 그 모양이지만 어쩐지 아이가 막무가내로 옷자락을 잡아당겨도 빙긋이 미소짓는 듯 자비가 느껴져..

팔상전은 전의 모양이지만 사실은 목탑이라고. 국보55호. 사방의 문 안에 각기 두 점씩, 부처님의 일생을 그린 팔상도가 안치돼있다. 전을 수호하는 듯 키 높이 자란 팔상전 옆의 나무도 장하다.

절 지붕 위로 불쑥 솟아 중생을 지긋이 내려다보는 미륵불의 모습.

연꽃잎을 한 장 한 장 붙여 만든 오색연등이 호화롭구나.

봄바람이 심하게 불어 숲의 나무들이 춤을 추고, 대웅전 처마에 달린 풍경소린 그 시끄러운 스피커음을 뚫고 청아하게 울렸다.

오월의 아직 초록이 되기 전 어린 숲과 화려한 단청이 함께 어우러져 아름답고..

누가 이렇게 돌담을 이쁘게 쌓았나.. 아마도 선방인듯. 조그만 나무문은 방해하지 말라는 듯 굳게 닫혀있지만 담쟁이 예쁘게 덩굴 뻗은 담은 왠지 다정하다.

돌담이 있는 길.

마애여래의상. 보물 216호란다. 신록을 두르고 서있는 바위는 그 자체로도 장엄하다.

마애불 옆의 바위에 이렇게 사람들이 동전을 붙여놓았다. 수직의 바위에 동전들이 떨어지지않고 붙어있는 게 신기하다.

법주사 가는 길의 계곡. 녹빛의 물이 참 아름다웠다.  

 

절 입구의 개울. 멀리 다리 위에 오색등 걸려있고, 왼 쪽은 맨발로 걸을 수 있는 지압길. 

 

 

그리고...바람 불어 끊임없이 이는 잔물결에 같이 흔들이던 나무들, 아름다워 오래 바라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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