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 그리고 기억함

봄여행-남이섬, 아침고요수목원

바다가는길 2006. 5. 6. 23:35

5월 2일, 봄빛 찬란한 날 떠난 봄여행.

5분, 10분쯤의 짧은 시간이지만 유람선을 타고 강을 건너는 남이섬 가는 길은 일상에서 떠나왔다는 여행의 맛을 제법 느끼게 해준다.

나무들, 아직 초록에 지치기 전, 머리에 꽃 꽂은 채 연두부터 초록까지의 무수한 변주를 보이고, 오랜만에 만나는 푸른 강물 위로  거센 바람을 거슬러 흰 새 날아갔다.

유람선이 계속 사람들을 토해내는데도 선착장 부근만 북적일 뿐, 섬 안으로 들어서면 호젓한 강변길이 좋고,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이 좋고, 그늘 서늘한, 이름은 잊은 정자가 좋고, 강변따라 놓인 모양도 제각각인 펜션풍의 방갈로들이 예쁘다.

겨울연가 촬영지로 유명해지면서 나름 개발을 많이 했다는데, 타조가 거니는 동물농장도 있고, 아름다운 강변길에 방갈로들, 너른 잔디밭, 수영장, 호텔, 고풍스런 정자, 군데군데 잘 가꾼 숲과 꽃나무들이 사방을 두른 강과 어울려 어디서건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었다.

물론 남이섬이라는 이름의 어원이 된 남이장군의 묘도 있고...

지금 책축제중이던데 시간이 없어 둘러보지 못한 게 아쉽다.

몇 시간내에 보고 지나치긴 너무 아쉽고, 하루쯤 그 예쁜 강가 방갈로에 묵으며 섬을 즐기면 정말 좋을 것.

 

햇빛에 반짝이는 강물을 따라 걷는 청신한 가로수길이 있는 강변.

 

커다란 나무들이 도열한 정자 가는 길

 

정자 뒷편 울타리 안에 눈매 착한 타조들이 거닌다.

강변에 자리잡은 방갈로. 벽, 혹은 지붕에 그려진 나무그림자.

 

선착장에 꽃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나무.

 

 

전에 외도를 가보고도 놀랐지만, 아침고요수목원도 한 개인이 이룩한 노력의 결과물이란 게 놀랍다.

한 원예과 교수가 한국적 정원의 모습을 제대로 구현하고 알리기 위해서 만들었다 한다.

축령산의 수려한 산세를 그대로 이용해 수목원을 만들어,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와 산기슭에 조성됐기에 높낮이가 다른 오르고 내리는 길 곳곳에 잘 꾸며진 정원들, 맑은 시냇물이 흐르는 계곡...

발길 닿는 곳마다 너무 아름다워 감탄사가 끊이지 않는다.

이곳도 하루 새에 둘러보기엔 볼 것이, 머물 곳이, 음미할 것이 너무 많다.

복사꽃 만발한 꽃길

수목원 중앙 잔디밭에선 소풍 온 꼬마들 물장난에 바쁘고...

햇빛에 반쯤 투명해진 튜울립 꽃.

찻집 가는 길, 오월의 나무들이 황홀.

수목원 내 한옥. 굴뚝도 예술이다. 여느 관광지와 달리 대청마루, 툇마루 반들반들 깨끗이 닦여있고, 신발만 벗으면 얼마든지 올라가 구경하고 쉴 수 있다.

황토벽을 배경으로 수묵화 한 점으로 피어난 홍매.

 

 

 

 

수목원 내 계곡. 물 너무 맑아 송사리가 논다.

 

테마여행사를 통해 한 여행이라 장, 단점이 있었다. 편하게 목적지를 오갈 수 있는 것은 장점이요, 시간이 한정돼있어 맘껏 누릴 수 없었던 건 단점.

하루 새에 돌긴 너무 아쉬운 길, 언제건 다시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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