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 그리고 기억함

제주서회귀선-산방산+화순+애월+제주조각공원 그리고 outro

바다가는길 2011. 8. 8. 21:14

 

 

산방산

 지난 번 제주에 왔을 때 용머리해안을 갔었지만 카메라가 없어 사진을 하나도 못 찍어온 게 아쉬웠었다. 노을에 빛나는 구비구비한 바위결들이 마치 태고의 모습같이 너무 멋있었던 기억이 있어 이번에 다시 가보기로 했다.

전엔 어디선가 버스를 갈아타며 어렵게 찾아갔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신서귀포버스터미널에서 한번에 가는 버스가 있다.

버스에서 내려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해안으로 내려갔지만, 이런! 파고가 높아 해안은 입장금지다. 이런 경우는 미처 생각지 못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근처 모슬포에서 마라도 가는 코스를 택할 걸..

 

 해안가는 쪽에서 본 산방산. 용머리해안은 산방산 바로 밑이다. 저 바위 절벽을 향해 오르면 중간쯤 석굴 산방굴사가 있다. 땀 뻘뻘 흘리미 올라 시원한 바람 맞으면 상쾌하다.

 
해안가엔 ATV체험장도 있고..    승마를 즐길 수도 있고.. 

 

용머리해안을 포기하고 봉수대로 가는 길. 저 아래 언덕 왼쪽해안이 용머리해안인데..

 
화순해수욕장에서 보이는 용머리해안 언덕. 바람이 심해 파도가 해변으로 들이친다. 모래가 검어 굽이치는 물결의 안쪽이 무섭도록 검다.    화순해수욕장을 따라 올레길이 이어져있다. 그 길에도 묵묵히 걸음을 재촉하는 올레꾼들이 많더라. 그들은 그 길에서 무엇을 얻을까.

 

 

 

애월

용머리해안을 못가게 되는 바람에 시간이 남는데 어딜 가보지? 지도를 들고 궁리를 하다 서회귀선 노선이니까 어디 해안에 가면 노을을 볼 수 있겠다 싶어 요트클럽이 있다는 애월항을 가기로했다. 선착장에 멋진 요트들이 줄지어있는 광경을 상상했었지만 막상 가보니 요트는커녕 어선조차 몇 없는 작은 항구. 하지만 널리 펼쳐진 바다가 시원하다.

 

여긴 모래채취장 같아 보이는 곳이었는데 노을을 보긴 아직 시간이 이르고 문득 보니 구름 낀 하늘에 채운이..

 

구름에 무지개빛이..

 

노을을 기다리며  정자에서 바다구경.

 
마침내 구름 저 쪽에 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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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낮엔 하늘에 있어도 있는 줄 모르는 해. 하늘에 있어도 볼 수 없는 해가 동그란 얼굴을 그대로 드러낸다. 아! 해구나.. 홍시같은 말간 해를 보면서 그 해가 떠있을 저기 먼 우주밖을 생각하고,. 지구도 그렇게 우주의 공간에 떠있는 하나의 별임을 새삼 깨닫는다.

 

 

노을 속을 나는 비행기 하나, 티끌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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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시각각 변해가는 해를 넋을 잃고 바   라본다. 셔터 한 번 누르고 하늘 오래 바    라보고, 또 문득 셔터 한 번 누르고.. 

 

여름 다 지나 손톱끝에 겨우 남아있는 봉숭아물같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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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다 지고 이런 하늘 빛... 해가 사라지고도 한참을 이런 하늘 보느라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제주 조각공원.

조각공원도 버스가 바로 앞까지 가 찾아가기 쉬웠다. 입구를 들어서면 너른 잔디광장에 군데군데 전시된 조각작품들이 보기 좋다.

너른 잔디광장이 있고 그 주위를 빙 둘러 산책로가 있고,, 그 산책로에도 곳곳에 조각들이 배치돼있는데, 잔디광장의 조각들만 좀 관리가 돼있어보이고 산책로에 있는 조각들은 그냥 자연상태로 방치된 느낌이다. 비 맞고 바람 맞아 녹이 슬고 때 타고 그 주위로 무성히 잡초가 자라고 덩굴이 덮고... 처음에 공원이 조성됐을 땐 참 아름다운 모습이었을텐데 아쉬운 마음..

고등학생들이 수학여행을 왔더라. 버스가 서, 너대 서고 이내 와르르 공원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아이들. 와글와글, 재잘재잘 한바탕 조용한 공기를 휘저어놓고 갔다. 제법 조각들을 살펴보며 이건 무슨 의미일까, 이건 이런 것 같다, 저런 것 같다... 웃고 떠들던 녀석들. 병아리같은 녀석들 너무 예뻤다. 아마 자신들은 자기들이 얼마나 예쁜지조차 알지 못하겠지만...

 
 모처럼 화창했던 날. 너무 더워 사진찍기도 포기해   사진이 없네. 

 

 

 

 

 

제주를 떠나기 싫지만 언제까지나 마냥 머물 수도 없으니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돌아간다.

 

제주 올때 나를 맞아주던 한라산. 아쉬운 마음으로 오래 내려다본다.

 

 

 

파아란 하늘에 낮달이 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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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창에 코를 박고 무한히 펼쳐진 하늘을 본다. 마음은 밖을 나가 구름 사뿐히 밟으며 하늘을 걸어 달에게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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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자기가 무슨 에베레스트인줄 알    고..   

 

우리나라는 참 아담한 나라, 비행기 타 안전벨트를 맸나 싶으면 곧 다시 풀어야한다. 어느 새 도착해 내려다보이는 서울의 모습. 바늘 꽂을 자리도 없어보이게 콘크리트 건물들 빼곡하다. 어디 초록색 하나 보이지 않는다. 비행기에서 채 내리기도 전에 벌써 숨이 막혀...

다닥다닥한 건물들은 마치 암종같아.. 사람이란 지구에게 암같은 존재는 아닐까.. 탐욕스럽게 숙주의 에너지를 빨아들여 자신을 증식시키며 자신의 몸통만을 키우느라 그 숙주를 서서히 죽이는... 그런 생각...

 

제주는 자연이 넘쳐나는 곳. 비가 오면 비가 오는대로,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대로 해가 비치면 해가 비치는대로 언제나 어디나 늘 맑았다.

산은 산대로 바다는 바다대로 들은 들대로 어디나 하늘 열고 아름다웠다. 파도소리 하나에도 내 귀는 쫑긋해지고 부는 바람에 늘 그러하듯 부서지는 파도에도 내 마음이 뛰었다. 보고 또 봐도 아직 질리지않는 바다를 한참동안이나 보고있자면, 도대체 저기 뭐 볼 게 있다는 거지 하는 표정으로 동네사람들이 의아해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 맑은 공기, 그 너른 하늘, 신선한 파도소리... 그 자연들이 그들에겐 익숙한 일상이라서 그닥 좋거나 싫거나 하는 생각조차도 들지 않겠지만 모처럼 찾아간 외지인한테는 그렇게 보물같은 걸...

그러면 난 또 생각해본다. 나또한 어떤 것을 그런 식으로 놓치고 있지는않은가.. 누군가가 보물처럼 여길 것을 내겐 너무나 흔하고 일상적이어서 가진 줄도 모르고 그 가치를 잊고 있는 것은 없는가 하고..

 

사진 정리하는데만도 한 달이 걸렸구나. 제주에 다녀온지 벌써 두 달이 다 되어간다. 거기서의 기억은 꿈처럼 아련해졌다. 거기서 마시고 온 공기의 에너지도 벌써 소진된 느낌이다. 콘크리트 속에서 심장 빽빽해져 숨쉬기 힘들어질 때쯤 다시 또 여행을 계획하게 되겠지.

다시 간 제주는 전보다 관광지로 더 많이 개발이 돼있었고 지금도 진행중이던데, 부디 내가 다시 갈 때까지 너무 많이 변하지말고 자연의 풍요로움 그대로였으면.

 

 

내가 한가로이 여행기를 정리하는 동안 무섭게 비가 내려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에 처했다. 다 망가진 일상들 어떻게 제자리로 돌릴지 내 일이 아니어도 마음이 망연하다.

인류가 아무리 암적인 존재가 된들 지구야 무슨 일이 있을까. 다만 스스로의 행위의 결과를 고스란히 고통으로 받아야 하는 우리가 문제지..

모두들 힘을 낼 수 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