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 그리고 기억함

제주-중문+여미지식물원

바다가는길 2011. 7. 23. 18:22

 

 

 

중문

 

제주에 갈 때마다 빼놓지않고 가게 되는 곳이 중문이다.

서귀포에서 가깝기도 하고, 한라산 가려면 꼭 지나야 하는 길목이기도 하지만, 사실 중문해수욕장은 그저 평범한 백사장에 평범한 바다인데, 처음 제주에 갔을 때 낯을 익혀서인지 왠지 정이 간다.

중문엔 여러 볼거리가 많지만 내가 좋아하는 곳은 해변을 빙 둘러 들어선 호텔들과 바다가 연결된 산책로들이다.

호텔들마다 경쟁하듯 정원을 꾸며놓고 산책로를 가꾼다. 높이마다 달라지는 전망이 항상 참 아름다웠다.

호텔투숙객이 아니라고 겁먹지말고 당당히 go in. 호텔마다 다 돌아다니면서 구경하자. 각기 개성이 다 다르니까..

 

 

전에 없던 멋진 야자수길이 생겼네.

 

여긴 신라호텔. 전에 왔을 땐 여기 갈대밭이었던 것 같은데, 이거 옥잠화? 예쁘게 심어져있다. 라일락 비슷한 나무 흐드러지게 꽃 피웠고...

저기 저 나무 아래 벤치에서 보이는 바다가 참 좋다.

 

 

 

여기도 신라호텔. 개인적으로 신라호텔의 조경이 제일 마음에 든다. 항상 정성스레 참 잘 가꾸어져있다. 토끼니 앵무새가 사는 조그만 동물원도 있고 이번에 갔더니 제주자생식물정원도 아담하게 만들어져있었다. 호텔안의 산책길 전망도 좋고.. 그래서 시간 되는대로 오래 머물게된다.

 

 

 

산책로에서 내려다보이는 중문. 아, 소소한 바다.. 하얀 물살이 레이스처럼 고와..

 

또다른 날의 중문, 주말이었나? 해변에 사람이 제법 많다.

 

 

 

호텔 산책로에서 바다를 보고있는데 갑자기 몰려드는 해무.. 영화 'fog'에서처럼 서서히 바다를 삼키며 다가온다. 우와!

 

이윽고 바람에 흩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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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로선 처음 보는 장관. 제주도는 여러가지를    보여줘.. 항상..  

 

 

 

해무 사라지고 안개 잔뜩 낀 해변.

 

 

컨벤션 센터, 카사 델 아구아.(casa del agua-물의 집)

 

제주도 가기 전 여행안내서들을 훑어보다가 카사델아구아라는 곳이 소개돼있는 걸 봤었다.

Ricardo Legorreta라는 유명하다는 멕시코건축가가 설계한 앵커호텔의 모델하우스.

책에 실린 사진들이랑 또 디자인적인 볼거리가 있다는 소개에 흥미가 있어 인터넷을 검색했더니 최근기사는 없고 대개 2년전의 것들.

그래도 컨벤션센터 근처에 있다니 중문 온 길에 찾아가 보았다.

왜 최근기사가 없나했더니 모델하우스는 페쇄돼있었다. 유리창을 통해 안을 보니 집기들도 다 치워졌고 덩그라니 건물 껍데기만..

앵커호텔은 건축이 중단돼 애물단지가 돼있던데, 짓다 만 건물은 페가처럼 흉흉해보이고, 구조자체가 돔형의 컨벤션센터와의 조화를 전혀 고려하지않은듯 둘이 따로 놀고, 모델하우스처럼 붉은 벽의 외장으로 완공시켜도 그게 거기에 어울릴지...

기본골조는 다 올라간 것 같던데 그걸 허물고 다시 지을 수도 없을테고... 어떻게 완성이 될지.. 완성되고도 여전한 애물단지가 되지않을지..

 

 

건물자체는 나쁘지 않았는데..

 
 물의 집이라는 컨셉에 이게 맞나? 내겐 불이나   흙의 느낌이다. 멕시코에 세워진다면 어울리겠지만. 

 

 앵커호텔 옆의 산책로에서 만난 새초롬한 새.

 

 중문해변으로 이어진 길. 저 녀석 길가에 앉아 뭐하나?

 

 흐린 날에도 눈을 번쩍 띄우는 햇님색. 이거 민들레인가? 무리지어 피어있는데 키가 엄청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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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는 어찌 이렇게 생겼지?

 

돌아나오는 길, 컨벤션센터 앞 제주도 돌탑.

 

 

 

여미지식물원.

섭지코지 지니어스 로사이 갔을 때 연못에 연꽃이 피어있는 걸 보고 연꽃이 피는 철인 걸 새삼 알았었다.

여미지식물원엔 수생식물원이 따로 있었으니 지금쯤 각종의 연꽃이 꽃을 피웠겠다 싶어 그 꽃을 보고싶어 여미지행.

막상 가보니 수생식물원의 연꽃은 그 종류와 양이 기대에 못미쳤지만 오랜만에 가본 여미지는 역시 기기묘묘한 식물들로 가득하다.

 

밖의 정원에서 만난 꽃들

 

 

 

  

 

 

 

깨알만한 꽃이 들여다보면 하나하나 너무나 완벽한 한송이의 꽃이고, 한 꽃봉오리다. 신기해서 쉽게 눈이 떼어지지않았다.

 

 
식물원 안으로 들어가니 이런 꽃,. 어떻게 이렇게 생겼지? 기하학적인 꽃잎의 선, 자연의 창의력이란! 오키프의 그림같다.

 

 

 
수국. 제주도엔 유난히 수국이 많아 서귀포에는 가로수가 아니라 가로화로 거리에 수국이 이것도 어떻게 이렇게 생겼지? 커다란 꽃 안 쪽으로 작은 꽃무더기가 들었고, 꼭 쥔 아기 줄이어 심겨있었다. 
주먹같은 봉오리에서 일일히 꽃들이 터져나온다.

 

그리고 또 이런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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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 안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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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시투성이 거친 모습속에 그렇게 여린 마    음이 들어있었구나. 너무나 여려 아려보이    던 선인장꽃들. 

 

베고니아 마쿨라타. 주머니같은 꽃잎이 아래 위로 열려 그 안에 꽃술이 드러나며 피는 게 신기하다.

 

조롱조롱 달린 꽃들. 모처럼 촛점이 잘 맞았네. 보면 볼수록 신기한 식물들. 사람도 알고보면 그렇게 신기한 존재일지 궁금해.

 

꽃사진이 담긴 폴더 하나를 잃어버렸네.. 어디로 끼어들어갔는지.. 연꽃사진 몇 없어졌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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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망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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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정원    
한국정원
영국정원 

 

 

정원들 가는 길에 만난 나무. 하얀 게 꽃인 줄 알았더니 가까이 가서 보니 잎이 하얗게 탈색된 거다. 꽃을 가장한 잎. 왜?

아이리스가 예쁘다.

 

 

 

정원까지 한 바퀴 돌고왔더니 어느 새 폐장시간이 되고 저기 해 진다. 오늘도 좋은 하루,


 

 

들꽃

좋게 말해서 들꽃, 흔히 말해서 잡초. 누구도 눈여겨보지않고, 그냥 길가에서 사람들 발에 밟히며 사는 풀.

그래도 제주의 잡초들은 마냥 풀로만 남아있길 거부한다. 하나같이 성실히 꽃대를 올려 예쁜 꽃을 피웠다.

깨알만한 꽃들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나하나 너무도 완벽하고 싱그럽다.

흔히 사람들은 말하지못하는 미물..운운하며 사람아닌 것들을 우습게보지만 그렇게 자신의 삶에 열심인 것들, 최선으로 꽃 핀 것들을 보면 오히려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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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 후라 꽃봉오리 알아서 모아들였다.    꽃봉오리 끝에, 가지 사이사이마다 매달린 이슬    방울들 너무나 영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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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풀도 참 신기했다. 마치 비톨을 잡는   그물같다.   
 
귀여워, 귀여워..   

 

 

이런 풀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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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전위적인 모습.    이렇게 앙증맞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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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이런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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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잎 사이사이로 뻗은 싱싱한 덩굴     아기 덩굴. 손으로 살짝 건드려보면   탱글히 힘이 있다. 기특한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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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는 아니지만.. 같은 날 꽃술이며 꽃잎에    매달린 빗방울 너무 영롱해서 찍은 컷들.    작은 물방울에 마음이 빨려들어간다. 

 

더 많은 들꽃들이 있었지만 바람 심해 초점을 잡을 수 없었던 적도 있고, 관심을 기울일 시간이 모자랐던 적도 있고, 아니면 그냥 귀찮았던 적도 있고.. 하찮다 여겨지는 것도 알고보면 이렇게 나름 완전하고 완벽하고 알찬 한 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