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부르는 만남-변택주

바다가는길 2013. 4. 24. 01:23

가슴이 부르는 만남

가슴이 부르는 만남-변택주 :이해인 수녀, 혜민 스님, 김선우 시인…법정 스님과 만난 열여덟 뛰는 가슴

 

 

고요한 선방, 차는 반 모금, 향은 첫 향기 (靜坐處 茶半香初)

어우렁더우렁 물이 흐르고 꽃이 피더라.  (妙用時 水流花開)

불일암 다실에 걸려있었다는 추사의 시. 다실을 '수류화개실'이라고 부르고 참선토굴을 '수류산방'이라고 부르셨단다.

물은 흐르고 꽃은 피고... 더이상 뭐가 더 필요하며 뭘 더 알아야 할까.

스님도 스님이지만 추사도 한소식 한 분이었던 듯.-지묵스님 편.

 

......올해 스님들이 많이 떠나는데 언젠가는 내 차례도 될 것입니다.죽음은 지극히 자연스런 생명현상이기 때문에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날 그날 헛되이 살지 않으면 좋은 삶이 될 것입니다......(해인 수녀님께 보낸 편지 중)

 

행복하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정말 행복한 사람이 되어

마음에 맑은 샘이 흐르고

 

고맙다고 말하는 동안은

고마운 마음 새로이 솟아올라

내 마음도 더욱 순해지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잠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마음 한 자락이 환해지고

 

좋은 말이 나를 키우는 걸

나는 말하면서 다시 알지

                                         -나를 키우는 말-이해인

 

'제가 시인이니까 시인 언어로 표현하면 스님 글은 '눈 쌓인 산기슭에 서 있는 소나무'입니다. 스님께서 투병하시며 '맑고 향기롭게' 회지에 쓰신 글도 아직 제 마음에 남아 맴돕니다. 사람이 아프게 되면 그 사람만 아픈 게 아니라 그를 아는 모든 사람이 친분 농도만큼 같이 앓게 된다는 내용이었어요. 평소 우리가 어렴풋이 느끼고 있는 점을 스님은 적절한 말씀과 본질을 꿰뚫는 시선으로 드러내셨어요.....' -이해인 편

 

 

삶이, 호흡이 기도인데 달라는 기도, 구하는 기도를 하지 않아야겠다.... -임의진 목사

 

 

"스님은 미황사를 좋아하시면서 왜 미황사 이야기는 글로 쓰지 않으세요?"  "미황사는 내가 아껴 둔 절인 걸"

스님이 아껴 둔 미황사, 스님이 사랑했다는 강진 금당리 백련.

 

 

금강스님은 뭐니뭐니 해도 괘불재 꽃은 만물공양이라고 말한다. 만물공양은 저마다 한 해 동안 애써 일군 열매를 부처님 전에 올리고 함께 나누는 일이다. 농사지은 이들은 곡식이나 과실을, 학자들은 논문을, 화가는 그림을, 책 쓴 사람은 책을, 대학생은 리포트를, 헌혈한 사람은 헌혈증을, 누구는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초등학생은 상장을 올리기도 한다. 스님들은 이 공양물을 차례로 올리면서 저마다 소망을 담은 축원을 올린다. 괘불재를 마친 뒤 이어지는 음악회는 해남 사람과 타지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한마당으로, 음악회에 출연한 사람들과 만물공양물을 선물로 나누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회향으로 막을 내린다. -금강스님편

이런 아름다운 재가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또 미황사에서는 매달 '참사람 향기'라는 이름으로 템플스테이를 한다.

 

 무엇을 잘했기 때문에 사랑받는 것이 아니고 존재하는 자체로 사랑받을 만합니다.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해 주세요. 좀 모자라도 실수해도 괜찮아요. 나는 내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존엄한 존재입니다.

 

생각이 가고 주의가 모아지는 쪽으로 에너지도 흐르고 지혜도 열립니다. 간절히 진실을 구하면 없었던 인연도 끌어다 쓸 수 있어요. 새해는 맞아 내 생각과 주의를 어디로 향하게 할지 마음속으로 다짐해 보세요.-혜민스님

 

 

 

부처님께서는 '행복이든 불행이든 따라가지 마라. 흘러가는 강물이고 해를 가린 구름과 같다. 그러니 내가 행복해하는구나, 불행해 하는구나 하고 바로 알아차려라.' 말씀하시고, '늘 같지 않다. 이 세상 모든 어려움이나 행복도 지나간다.'며 제행무상이라 하셨습니다.

아무리 설법을 많이 듣는다 해도 제 마음은 제가 열 수밖에 없습니다.

 

씨를 뿌리지않고 어떻게 열매 맺히기를 바라겠는가. 스스로 주인으로 자리매김하지 않으면 팔만사천 경전이 무슨 소용인가. 내 불교 내가 하고 내 불성 내가 찾아서 내 땅 내가 디디고 살면 되는데 누구를 바라보나.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해결할 수 있을까 살펴야 한다. 세상 모든 문제는 마음에서 왔기에 풀 수 없는 문제란 없다. 묻고 또 물어야 한다. '나는 참된 가치를 이루려는 의지가 있는가?'

 

나석정 거사가 모든 직업이 소중하다고 여기는 데는 법정 스님 책 '새들이 떠난 숲은 적막하다'에 나오는 '직업인가 천직인가'라는 꼭지 힘이 컸단다.

"무슨 서류를 만들 때 직업란을 두고 나는 망설일 때가 더러 있다. ......불교승단에 소속되어 있는 몸이라 하는 수 없이 편의상 '승려'라고 쓰긴 하면서도 석연치 않다. ......승려가 과연 직업이 될 수 있을지 늘 갸우뚱거려진다."

그 꼭지에서 스님은 사람사회 균형과 조화를 위해 저마다 몫몫이 필요한 일이 주어져 있다며, '천직을 가진 사람은 꽃처럼 날마다 새롭게 피어나 제가 하는 일을 통해 날로 성숙되어 간다. 애착과 긍지를 지니고 마음을 다해 꾸준히 힘을 쏟는 그 일이 바로 천직이 아니겠느냐.' 고 말씀하셨어요.

스님은 꼭지 끝에서 이렇게 말씀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직업은 한낱 생계 수단이 아니라 사는 소재임을 알아야 한다. 그 일을 통해 아름다운 사람관계를 이루고 자기 자신을 알차게 만들어 가야 한다. 그 사람이 그 일을 하지만, 또한 그 일이 그 사람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니 남을 위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모두가 내 일이고 내 사는 몫이다." -나석정편에서

 

 

"행복을 찾지 말고 네가 행복하게 살아라. 무엇을 보더라도 좋게 보라. 누구라도 칭찬하라."-법륜스님

 

 

"나는 그런 군더더기 소리 안 하련다. 지금껏 한 말들도 다 그런 소린데......." 효봉스님이 세상 떠나기에 앞서 한 말씀 해달라는 제자들에게 던진 말씀이다. 그러면서 읊은 시 한 수.

내가 말한 모든 법     

그거 다 군더더기        

오늘 일을 묻는가

달이 일천 강에 비치리

 

 

 법정스님 돌아가신 지 벌써 2년이 됐나? 아직도 강원도 산골 오두막에 그냥 계시는 것 같은데...

스스로는 번다함을 피해 숨으셨지만 피어나는 그 향기는 어쩔 수 없어 수많은 벌과 나비들이 모여들었었다.

스님과 인연이 닿았던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새삼 다시 보는 법정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