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김선욱 베토벤소나타 전곡 연주회5.

바다가는길 2013. 4. 14. 17:41

김선욱 <베토벤 소나타 전곡>. 5- 2013.4.13. 4pm LG아트센터.

 


프로그램

소나타 제17번 D단조, Op.31 No.2 “템페스트(Tempest)”

1.largo-allegro  2.adagio  3.allegretto


소나타 제18번 E플랫 장조, Op.31 No.3 (사냥)

1.allegro  2.scherzo:allegretto vivace  3.menuetto:moderatto e grazioso(보통 빠르기로 우아하게)  4.presto con fuoco(정열적으로)


소나타 제19번 G단조, Op.49 No.1

1.andante  2.rondo:allegro


소나타 제20번 G장조, Op.49 No.2

1.allegro ma non troppo  2.tempo di menuetto


소나타 제21번 C장조, Op.53 “발트슈타인(Waldstein)”

1.allegro con brio  2.서주:adagio molto  3.rondo:allegretto moderato

 

 

 

'이 녀석, 아예 작곡을 해라 작곡을..', 베토벤 선생 김선욱 머리를 한 대 콩 쥐어박고,  '그래도 잘했어, 좋은데?', 다시 엉덩이 톡톡 두드리고...

템페스트 1악장의 largo나 adagio의 2악장을 들으며 든 생각. 아주 느려진 템포로 더욱 더 pause를 길게 두며 장인의 정신(?)으로 한 음 한 음을 공들여 빚어내는 연주였다. 침묵, 고요속에서 조그만 소리들이 하나 하나씩 동그랗게 동그랗게 태어나는 걸 덩달아 초집중해서 듣다보면 너무 아름답던 부분 부분이 있었다.

3악장은 다짜고짜 시작되는 가슴 저미는 멜로디, 너무 너무 마음을 아프게 하는 선율이 흐르고 (아마 베토벤 또한 그걸 작곡하고 연주하면서 많이 울지않았을지), 그리고 다시 막 몰아치다가  뚝!, 피아노앞에 앉아 몸부림치듯 연주하던 사람이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방을 나가버리듯이 예고도 없이 스르르 끝나버려 박수칠 타이밍도 놓치고 왠지 마음이 허무해서 멍...

그만큼 '템페스트'는 너무 애절하던 곡.

부제를 달아놓으면 그 부제에 아무래도 상상이 매이는 것 같다. 제목처럼 몰아치는 비바람을 홀로 뚫고 나가는 듯한 외로움과 비장함이 느껴지던 곡이었다. 폭풍도 느껴지고 비 잠시 그친 어둔 하늘도 느껴지고...

'헌트', 사냥은 또 그 부제에 묶여 사냥하는 장면, 동물들이 폴짝 폴짝 뛰어 달아나고 그 뒤를 맹렬히 쫓고 하는 이미지가 그려지던 곡.

달아나는 자, 쫓는 자의 긴박함도 있긴 했지만 비교적 곡이 명랑 발랄하게 통통 튀는 게 사냥의 즐거움이 더 많이 표현돼 나는 또 생뚱맞게 살짝, 사냥당하는 입장은 어쩌라구...죽음을 앞둔 동물들의 두려움은 모르는 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었고.

19, 20번은 2악장짜리라 미완성곡인가 싶기도 하고 소품스런 분위기. 그래도 흥얼흥얼 따라 부르고 싶을만큼 쉽고 예쁜 곡들이었고.

21번, 발트슈타인은 화려하기 그지없던 곡. 트릴과 아르페지오들 때문인가, 정교한 무늬가 끝없이 이어진 레이스나 하늘에서 펑펑 터지는 폭죽, 끝없이 부서지며 달려드는 파도의 포말 같은 게 떠올랐다. 연주하려면 손가락에 쥐날 것 같은 초절기교가 필요할 듯한 곡.

이번 연주들은 마치 내 생각(두드릴 때 좀 더 두드려줬으면 하는)을 읽기라도 한 듯 곡의 강약과 음영이 분명해 각 17번부터 21번까지의 한 곡 한 곡이 참 선명하게 느껴지던 연주였다

오늘의 연주로 아, 이 곡이 이런 곡이었구나, 하고 다섯 곡의 얼굴을 확실히 알게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역시 이 번 해의 네 번의 연주회를 위해 또 알찬 팜플렛이 준비돼있었는데, 거기의 김선욱의 지난 연주에 대한 감회의 말 중에 이런 게 나오더라. 아홉살 쯤부터 명동의 악보사에 혼자 찾아가 악보들을 구경하고 사모았다고.

아홉살이면 초등학교 2학년. 2학년짜리 꼬마가 혼자 타박타박 명동거리를 걸어 서점에 들어가 베토벤이니 차이콥스키니의 악보를 뒤지며 열중해있었을 모습을 상상하니, 참...

그리고 유럽연주회에선 바흐의 파르티타를 연주했다고 하니, 유럽사람들을 위한 레퍼토리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그가 연주하는 바흐 나도 들어보고싶다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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