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6.20(목) LG아트센터
프로그램
소나타 제22번 F장조, Op.54
1.tempo d'un menuetto -2.allegretto
소나타 제23번 F단조, Op.57 “열정(Appassionata)”
1.allegro assai - 2.andannte con moto - 3.allegro ma non troppo, presto
소나타 제24번 F샤프 장조, Op.78 "테레제"
1.adagio cantabile-allegro ma non troppo 2.allegro vivace
소나타 제25번 G장조, Op.79
1.presto alla tedesca (매우빠르게 독일풍으로) 2.andante 3.vivace
소나타 제26번 E플랫 장조, Op.81a “고별(Les adieux/Das Lebewohl)”
1.'고별' adagio allegro 2.'부재' andante espressivo 3.'귀환' vivacissimamente
오늘이 벌써 여섯번째 연주회였구나.
시차가 있긴 하지만 같은 연주자의 같은 레퍼토리 연주를 몇 번씩이나 들으러 오는 일, 여섯 번째 쯤 되니 좀 희안한 느낌이다.
친숙하고 익숙하기도 하고 한편 꼭 참석해야하는 정례행사 같기도 하고.ㅎㅎ.
오늘 연주된 곡들은 테크닉적으로 더 어려워지고 복잡해진 느낌인데도 김선욱은 오히려 특히 잘 알고 익숙한 곡인듯 여유롭고 느긋해보였다.
첫 곡 22번은 2악장짜리지만 꽉 짜인 완성도가 있는 곡이었는데 바흐에 대한 오마주라는 설명처럼 바로크적인 요소가 느껴져 참 마음에 들었던 곡이다. 베토벤식으로 리메이크한 바로크.
고전주의 음악이 낭만주의에 비하면 군더더기없는 미니멀에 무채에 가깝다면 베토벤은 그 기본구조를 살려두면서 다양하게 변주, 그걸 김선욱은 생생한 색으로 살려주었다. 참 좋았었고..
23번곡은 왜 '열정'이라는 부제가 붙었는지 이유를 잘 알 수 없던 곡. 열정이 느껴지기보다 불안하고 초조한, 뭔가에 절망적으로 쫓기는 느낌, 그것으로부터 필사적으로 도망치려는 느낌, 제발 구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는 느낌, 뭐 그런 느낌의 곡이었는데, 그 곡의 긴박함을 볼 때 열정적으로 연주하지않으면 안되는 곡이긴 하지만 부제가 안어울린다는 생각. 운명교향곡의 두두두 둥, 하는 문을 두드리는 모티브, 또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의 도입부같은 모티브도 살짝 들렸었다. 연주는 과연 열정적이어서 끝나고 관객의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았고..
24번은 '테레제'라는 부제가 붙은 곡. 테레제라는 여인에게 헌정된 곡인데 그냥 그 사람에게 단순히 헌정된 건지 아니면 그 사람에 대한 곡인건지는 모르겠지만 테레제라는 사람에 대한 묘사라면 어린아이처럼 한없이 순수한, 명랑하고 발랄한 티없는 한 소녀가 떠오르던 곡이었다. 오늘 연주곡들이 대부분 장조라 비교적 밝은 분위기들이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톡톡 튀던 곡.
25번 곡은 편안하고 쉬운 구성. 모처럼 힘 빼고 룰루랄라, 가벼운 마음으로 휘리릭 단숨에 써내려간 듯 한 곡.
그래도 아름다웠고 특히 2악장은 멜로디 너무 좋아 가사를 붙여 가곡을 만들면 슈베르트의 가곡만큼이나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26번은 왠지 첫악장 슬픈 아다지오만 기억에 남네.
곡들이 단선적이 아니라 점점 더 수많은 실들이 얽히고 설키며 점점 더 복잡한 무늬를 직조하는 것 같다.
문득 연주자들은 그 무한한 음들을 어떻게 하나하나 다 외워 연주하는 걸까 경이로웠고, 베토벤 자신은 자기의 곡을 스스로도 잘 연주해냈었을까 궁금증이 일었었고, 기기묘묘해지는 선율들을 놓치지 않으려 점점 더 집중하며 들었던 연주들이었다.
너무 한 연주자를 편식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김선욱의 연주는 항상 믿음이 가는 연주력과 함께 그만의 스토리텔링이 있다는 생각이다.
음악을 듣다보면 무언가 상대방이 토로하는 이야기를 듣고있는 듯하니.
그런데 오늘 1부의 연주는 어쩐지 페달을 너무 많이 밟은 것처럼 음이 번진다는 느낌이 들었었는데...
피아노상태가 안좋았었던 건지 인터미션 중에 조율사가 무대에 올라 조율을 하더라.
휴식시간이라 객석의 삼분의 이쯤은 비고 남아있는 사람들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거나 프로그램을 뒤적이거나 기지개를 한 번 켜거나...
뒷자리에 앉아 그런 객석을 무심히 둘러보며 듣는 피아노 조율하는 똥땅똥땅 거리는 음들이 그 시간을 참 평화롭고 여유있게 만들었다.
아주 가끔 갖게되는 이런 시간, 사막속에서의 오아시스와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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