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Calder전 유감

바다가는길 2013. 10. 11. 22:39

Calder 움직이는 조각 알렉산더 칼더 전시 개요 메인 이미지

 

움직이지않는 'mobile'이라니, 이 무슨 어불성설인가!

다들 비슷한 생각을 했나봐, 환풍기라도 틀어서 움직이게 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1945년에 모마미술관에서 처음 전시를 열 때, 경비원들이 전시물을 만지는 관람객들을 제지하기 바빴는데, 현장에 있던 칼더는 오히려 그런 경비원들을 만류하며 관람객들이 작품을 마음대로 만져볼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공기의 흐름에 이리저리 움직이며 무한히 다른 장면과 구성을 만드는 그 아름다움을 보는 재미를 알기에, 그 아름다움을 보는 사람도 함께 느끼길 그는 바랬을 거다.

'움직인다'는 의미의 'mobile'. 꼼짝도 않는 모빌은 재미를 반감시켰다.

움직이지않고 있어도 그 형태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자태지만, 바람에 따라 각 모튤이라고해야하나, 각 부분 부분이 서로 엇갈리고 겹쳐지며 끝없이 다른 composition을 보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면 한 작품, 한 작품이 참 오래도록 바라보지않을 수 없이 흥미진진했을텐데...

 

전시장에서 본 동영상이던가, 팜플릿의 작품설명에서 였던가, 칼더는 컴포지션을 파괴하고 싶어했다는 얘기가 있었다.

하지만 모든 좋은 작품이 그렇듯 칼더작품의 매력도 균형잡힌 컴포지션에 있다.

상투적이지않아 신선한 시각적 아름다움을 만드는 그의 작품들은 완벽한 구도를 보여주기에 아름다울 수 있다.

 

이번에 온 작품들은 전시장 다녀와서 야후검색을 해보니 그의 최고작이라든가, 대표작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지만(다른 무수한 작품들 중 정말 아름다운 것들이 많더라) 모빌이 탄생하기전 초기작품들, 삽화라든가, 유화라든가, 철사조각부터 모빌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세계의 발전과정을 다 살펴볼 수 있게 한 좋은 기획의 전시였다는 생각.

 

한때 삽화작가로도 활동했다는데 사물의 핵심적 특징을 잘도 파악해 간단한 선만으로 휘리릭 절묘히 표현해내는 삽화들도 그렇고, 그림말고 2차원의 선을 대신해 3차원으로 만든 철사조각들도 그 묘사력이 대단했었다.

칼더하면 모빌작품밖에 몰랐었는데, 그런 초기의 다른 형태의 작품들을 알 기회가 돼서 좋았었다.

 

작품외에 작품세계와 제작과정을 보여주는 동영상과 그가 친구들을 위해 실연하는 미니어쳐서커스 동영상도 굉장히 재미있었다.

머리가 하얀 뚱뚱한 할아버지가 진지하게 호루라기를 불어대면서 조그만 미니어쳐 서커스 세트를 설치하고, 인형으로 만든 말을 등장시켜 달리게하고 곡예사를 움직여 공중곡예를 하고, 실패하면 다시 하고, 공연이 끝나면 세트의 한 부분을 열어 퇴장시키고...

웃지도 않고 마치 아이가 장난감 놀이에 집중해있는 것처럼 열심인 모습이 너무 재미있어서 한참을 웃으며 봤었다.

나이팅게일의 영혼을 가진 곰, 뚱보? 라는 표현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의 영혼은 다섯살짜리 어린 애.

마냥 세상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그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작품들조차 사람을 기분좋게 만드는 구석들이 있다. 아름다운 구성에서도 그렇고 명쾌한 색감에서도 그렇고...

 

그래서 더 아쉽구나, 원래대로라면 그것들이 빙그르르, 빙그르르 이리저리 돌며 무한히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었을텐데...

유감!

 

서커스 장면 | Circus Scene 1929 이미지 확대

서커스 장면 |Circus Scene 1929 

 철사, 나무, 물감 127 x 118.7 x 46 cm

 

 노란 배경의 오브제<br>Object with Yellow Background 1936 이미지 확대

노란 배경의 오브제Object with Yellow Background 1936 

합판, 철판, 끈, 물감 156.8 x 101.6 x 55.2 cm


항해 | Croisière 1931 이미지 확대

항해 | Croisière 1931

 철사, 나무, 물감 94 x 58.4 x 58.4 cm

 

무제 | Untitled 1934 

철판, 철사, 납, 물감  287 x 172.7 x 134.6 cm

 

나뭇잎 네 개와 꽃잎 세 개1939
철판, 철사, 물감 204.9 x 174 x 135.9 cm

 

주홍색 손가락들 | Scarlet Digitals 1945 

철판, 철사, 물감 215.9 x 241.3 x 104.1 cm

 

 루이자의 43세 생일 선물Louisa’s 43rd Birthday Present 1948 

철판, 나무, 철사, 펠트, 담배상자, 물감 6.4 x 22 x 12.9 cm

 


 1월 31일 | Le 31 Janvier 1950 

철판, 철사, 물감 375 x 600 cm

 


 

거대한 속도 (1: 5 중간 모형)La Grande vitesse (1:5 intermediate maquette) 1969 

 철판, 나사, 물감 259.1 x 342.9 x 236.2 cm 

 

 거대한 주름 | Grand Crinkly 1971 

철판, 막대, 나사, 물감 770 x 865 x 375 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