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아시아프 2013

바다가는길 2013. 8. 17. 20:39

아시아프에 다녀왔다.

처음 가본 건데, 아시아프는 다른 전시와 달리 청년작가들만의 장이라고 해 뭔가 참신하고 기발한 것들을 기대했지만 의외로 그냥 무난하고 평범했다는 느낌.

전시장 내부가 생각외로 더워 걸어다니기만도 힘에 부쳐 사진 찍을 의욕을 내지 못하다가 뒤늦게 사진을 찍게 돼 전반부의 작품들 중에서도 몇 몇 괜찮네 싶은 것들 있었지만 사진에 담지못했다.

이번 전시 중 제일 마음에 들었던 건 이거.

 

오지훈-'연속된 시간-D':single channel video. 12'00". 2011

화면은 파도소리와 함께 보는 12분짜리 바다 동영상.

파도가 달려들었다 물러나는 해변의 영상이 네 모서리를 향한 대각선 기준으로 사방으로 복제돼 연결된다.

저 푸른 먼 바다와 가운데로 모여지는 하늘...

겹겹이 오무라졌다 펼쳐졌다를 반복하며 무한히 다른 푸름을 변주하는 사각형들은 실사영상인데 어떤 효과를 줬는지 아스라히 회화풍이어서  움직이는 Rothko같기도 하고, 물이 적셔들다 빠져나가는 파스텔톤의 부윰한 해변은 Whistler의 그림 한 부분같기도 했다.

스크린 앞에 서서 파도소리를 벗삼아 그저 아무런 생각없이 푸른 사각의 공간을, 조용 조용히 그러나 끊임없이 바뀌는 바다를 지켜보는 시간. 힐링.

대충 찍은 한 컷 한 컷들이 다 멋진 하나의 회화같다.

 

 

 

 

 

 

 

 

 

 

 

 

 

그 다음으로 마음에 들었던 작품.

 김용권-once upon a time 1. 162.2cmX130.3cm. 캔버스에 펜, 아크릴, LED. 2012

달동네풍경. 속에 끼어들어있는 세계의 각국을 대표하는 온갖 명소들.

에펠탑, 자유의 여신상, 모스크바의 궁전, 우리 무량수전, 석가,다보탑, 이집트의 피라미드, 상해의 마천루, 저 둥그런 구는 뭐지? 그리고 꼭대기의 신데렐라 성...

정확한 작가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그 필력의 내공, 어느 한 구석을 집중해봐도 어수룩한 데가 없는 묘사력이 감탄스러웠다.

때는 아직 12시가 되기 전, 드레스를 입고 사뿐히 골목을 내려오는 신데렐라는 그린 게 아니라 만화사진을 그대로 오려붙였다. 왜? 차별화된 기법으로 주제를 부각시키려고?

 

담벼락의 낙서그림까지 놓치지않는 디테일의 섬세함..

 

'1'보다는 별루지만...

 

 

김용권-once upon a time 2. 75cmX54cm. 크래프트지에 펜. 2012

 

그리고 그 밖에...

 

 

 

 

 

 

 

 

 

 

 

 

 

 

온갖 새와 꽃과 나비, 나무와 벌레들이 생의 향연을 벌이던, 미처 제목도 확인을 못했네... 나더러 제목을 붙이라면 '낙원'이라고 붙일 법한 생기발랄, 명랑했던 동영상 작품. 작가 주정민

 

 

조준태. 80001. 100X100. c-프린트. 2008

 

 

 

묘한 뉘앙스의 얼굴...

 

 

 

 

강준. level no.3.  73X73. 2013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보려는 노력, 혹은 전통을 현대와 접목해보려는 노력.

 

 

 

 

 

강슬기. The old memory that is still fresh. 120X90. 2010

이 작품 또한...

그런데 분명 어린 작가일텐데 나전을 이 정도로 구사하지? 나전기법이 쉬운 게 아닐텐데...

아, 디자인만 하고 전문가에게 제작의뢰를 했으려나?

만약 직접 만든 거라면 어린 나이에 대단하다는 생각.

 

 

 사티쉬 바이사레 Satish Bhaisare. 무제. acrylic on canvas. 122X213. 2013 

 

 

 

 

오묘한 색감이 좋았고...

 

 

 오쿠다 아야코-Okuda Ayako 일본. 무제. 162cmX194cm. 2013

고요함이 좋았고...

 

 

 

 비스웨스와란 사지브 Visweswaran, Sajeev. 인도. 고양이시리즈. 111.8X152.4. 종이에 색연필,목탄. 2013

종이에 목탄, 색이 배제된 소박함이 좋았고...

 

 

후아이 쉐 Huai She. 중국. . 60X90. oil on canvas. 2012 

이 그림도 색감이 단정하고 조용해서 좋았다. 지붕에 올라 하늘을 나는 새를 향해 두 팔을 벌리고있는 아이...

 

 

 

전시를 위해 창문에 검은 종이를 붙여놨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빛.

그 빛살이 만드는 풍경.

  

 

 

 

언젠가 옛날에 이 역사에서 기차를 타기도 했을 것 같은데... 기억은 나지않지만...

전시장안을 돌아다니다보니 전시도 전시지만 이제는 전시장이 된 이 오래된 고풍스런 공간을 구경하는 재미도 만만치않았다.

벽이며 천정, 그 곳의 장식들이며 문틀, 경첩, 손잡이, 계단...

오래된 것만이 주는 안온함, 시간이 먹인 윤기, 같은 게 있었다.

아시아프도 아시아프지만 서울역 역사 구경도 같이 한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