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수 미술관이 개관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언제 한 번 가봐야 할텐데 마음 먹던 중, 하루 날 잡아 구경가기로...
정식 명칭은 '종로구립 박노수미술관'
화백이 살던 집과 천 여점의 작품이 기증되어 집 자체가 미술관이 되고 예전의 생활공간이 전시실이 되었다.
개관전은 '달과 소년'이란 주제로 열리지만, 앞으로 소장된 다른 작품들도 계속 테마를 달리해 보여질 예정이라니 기다려봐야지.
전시공간이 원래 용도자체가 집이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공간적 제약이 있으니까 소품 위주의 작품이 많았는데, 그래서 오히려 이전의 작품전에서는 보지못했던 새로운 것들이 많아 좋았었다.
柳 下-1980.97X170
달과 소년-1987.66X135
숭산위천-1970년대초.34.8X34.8
高士-1979. 34.8X48.2
월하고사-1990-2000. 34.7X34.1
삼천년결실지도-1972. 35.1X46
아애연지청정불탁-1973. 46.7X69.5
유록도-1972. 35X34.8
여전히 청신한 그의 그림들...
인물들은 다 어디 먼 데를 바라보고, 그들의 시선을 좇아 나도 거기 그림 속에서 틀을 넘어 멀리 펼쳐져있을 그곳들을 상상하게 된다.그리고 3, 40센테미터 내외의 소품들. 특히 그의 작품 중 복숭아나 연꽃 같은 소재의 그림은 처음 보는 거라 더욱 새로웠고...
전시실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게 돼있는데, 이렇게 반짝반짝 마루가 광이 난다.
그림도 좋지만, 이런 마루바닥도 오랜만이고, 오래 된 집이 주는 안온함이 좋다.
미술관 입구. 종로 마을버스 9번이 바로 미술관 앞에 선다.
버스 내리자마자 어머나! 이런 집이 있었네... 천천히 언덕을 오르며 집 구경부터 하게 되는 곳.
이 집은 1937년 박길룡이라는 건축가가 설계했다는데 그는 간송미술관 설계자라네.
어쩐지 느낌이 비슷하다. 건물의 모양이 비슷한 게 아니라 얕으막한 언덕을 올라야 하는 지형과 건물을 빙 둘러 정원같은 공간이 배치돼있는 것하며 왠지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분위기가 닮아있다.
박노수 선생은 1973년부터 2011년말까지 거주하셨단다. 왼쪽 위로 전망대가 보인다.
평소 수석에 취미가 있으셨던 모양이다. 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는 수석들. 이건 산 하나가 오롯이 자리잡았다.
정원 곳곳에 물확이 많았는데, 그냥 전시용 소품이 아니라 물이 담긴 곳마다 물고기들이 살고 있었다. 덕분에 그 공간들이 생생히 살아있는 느낌이었고, 박노수화백이 생전 지내던 모습, 아마도 뒷짐 지고 천천히 정원을 거닐고, 물고기들이 꼬리치며 노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했을 생활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여의륜. 이 집에 들어오는 사람의 모든 일이 잘 돌아가라는 뜻이라고. 추사 김정희의 진적.
정원의 수집품들. 석물들과 수석, 다양한 종의 나무, 분재들... 정원에도 구경거리가 많다.
집 뒤편 누대로 오르는 길. 대숲과 오래된 산수유 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었다.
집 안에 한 세계를 꾸며놓고 있다는 느낌.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풍경.
요즘 삼청동에서, 북촌에서, 이어 서촌으로 문화거리가 뻗어가고 있는 것 같다.
미술관 들어가는 골목에 작지만 개성있는 가게들이 생겨나고 있더라. 뭐 커피숍, 화랑, 옷가게나 소품가게들...
삼청동이 이미 너무 상업화된 반면 여기는 아직 소박한 생활의 장소로 남아있었다.
미술관 들어가는 골목 초입엔 둥그런 자그마한 광장 같은 공간에 정자도 하나 있고(옛날엔 아마 커다란 느티나무가 서있었을 것 같은, 그 나무 아래로 사람들 삼삼오오 모여 얘기꽃을 피웠을 것 같은), 그 옆엔 옛날 시장의 모습인 통인시장도 있고...
여기가 개발이 되면 또 어떻게 변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광화문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면 바로 미술관 코 앞까지 데려다 주니 의외로 찾아가기가 너무 쉽다.
아마도 내가 미처 못봤을 그의 다른 작품들, 수장고에서 얌전히 차례를 기다리고 있을 새 얼굴들이 궁금하다.
다음 전시 때 다시 가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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