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TTA part 1: on-Air Project
2014.1.9-2.7. 313아트프로젝트
-김아타의 작품세계 전체를 재조명하기 위해 앞으로 2년 동안 3부에 걸쳐 진행될 전시 중 제 1부로서 김아타가 작가로서 주목을 받게 해준 대표적 시리즈인 'on-Air프로젝트'의 완결편으로, 도시를 찍은 '8hours시리즈', 'Indala 시리즈','ice monologue'시리즈가 전시된다.
"모든 존재는 생멸한다. 온 우주에 생멸하는 법을 거스를 존재는 없다" - 김아타
8 Hour series-
뉴욕, 베이징, 뭄바이등 세계 주요 도시의 특정 장소에서 조리개를 8시간 열어둔 채로 사진을 찍는다. 움직이는 개체들은 그 속도에 비례해 빠를 수록 더 빨리 사라진다.-
New York- Wall street
New York-Park Avenue
Newyork-Times squre
이전의 전시에서 8시간 시리즈 중 하나인 '뉴욕'사진을 보고 멍-해졌었던 기억이 난다.
사진이란 모름지기 '순간'의 예술이거늘 거기에 '시간'을 담겠다니...
그 발상 자체가 참 새롭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다.
작품은 거의 2mX2.5m 정도의 스케일로 프린트돼있어 그 앞에 서면 실제 그 거리를 보고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가만히 서서 사진 속을 들여다 보노라면, 도시의 분주한 움직임과 소란스러움들이 황사먼지 같은 뿌연 안개자락 속에 모두 잦아들고, 움직이는 것 하나 없이 텅 비어진 거리는 몹시도 고요하다.
아귀다툼을 하며 부산을 떠는 모든 일들이 그렇게 언젠간 사라져갈 덧없는 것이라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만 같다.
낮게 깔린 안개 속에서 살짝 살짝 반짝이고있는, 시간을 못이겨 후르르 떨어진 동백꽃 같은 후미등 불빛, 금빛 전조등 불빛이 간신히 거기 시간의 흔적을 남기고, 긴 노출로 빨강, 초록, 노랑이 다 밝혀진 신호등은 마치, 넌 여기서 멈춰도 좋고, 그냥 가도 되고, 돌아가도 괜찮다... anyway it's OK... anyway it dosen't matter...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내 뒤에 남겨질 풍경, 내가 없는 풍경...
유령같은 허연 자락들이 바닥을 덮은 조용한 거리가 오래도록 눈을 사로잡는다
8시간이라는 노출이 참 절묘했던 것 같다.
얼마 전에 본 히로시 스기모토의 사진전에서 장노출의 사진이 김아타가 처음이 아니란 걸 알게됐었다.
장노출로 영화 한 편을 하얀 빛 속에 넣어버린 극장시리즈가 1970년대 작품이었으니까 김아타가 혹시 거기서 힌트를 얻은 게 아닐지.
어쨌든 스기모토는 끝까지 가서 완전히 텅 빈 '공'을 그렸고, 김아타는 적절한 노출로 살짝 시간의 흔적을 남게했는데 그게 '사라짐', '사라질 것' 이라는 그 느낌을 더 즉물적으로 보여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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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ala series-
수백에서 수만 장의 사진을 중첩하여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물을 낳는 것으로 '온-에어 시리즈'의 대미. '인달라'는 '인드라넷'의 의미이며,우주의 모든 것은 그물처럼 얽혀 관계한다는 뜻이다. 작가는 시리즈에서 논어, 도덕경, 반야심경 등 경전의 글자 하나하나, 서양 미술사의 대가들의 작품 한 점 한 점, 그리고 세계 주요도시들의 모습을 수백에서 수만 장에 걸쳐 중첩해 최종 이미지를 얻는다.-
뉴욕-1만장
이건 '파리'였던가?
각 도시별로 만 장의 사진을 찍어 중첩시키니 구체적 형태는 다 사라지고 회색면만 남았다.
이 속에 만 가지의 도시의 모습이 들어있구나... 사진 속에서 그 무수한 모습을 찾는다.
한 열 개쯤 됐었던가? 한 2호크기로 작게 프린트 된 각각의 도시 사진을 아주 소박한 나무액자틀에 넣어 죽 걸어놓았던 게 인상깊었었다. 도시마다 미묘한 색감의 차이가 나는 것도 그렇고, 소박한 액자도 그렇고...
인달라 시리즈는 사진의 내용을 몰랐어도 그 색감만으로도 한참 봤을 것 같은 작품들.
모딜리아니
고흐
칸딘스키? 오키프?
역시 같은 맥락으로 화가의 대표작들을 중첩시켰다. 작가별로 이것도 색감의 차이가 미묘하다.
논어-15817자
도덕경-5290자
Ice monologue-
'영원'을 상징하는 역사적 조형물들을 얼음으로 조각하고 그 조각이 녹아들어가는 과정을 촬영한다... 작가는 물이 얼음으로 되었다가 다시 물이 되는 당연한 과정을 통해 '모든 존재는 생멸한다, 온 우주에 생멸하는 법을 거스를 존재는 없다'는 주제를 표현한다.-붓다
마오
파르테논
파르테논 같은 경우 실제의 15분의 1 크기로 제작됐다니 이 얼음조각 자체가 어마어마한 크기였던 것 같다. 그것이 서서히 녹아가면서 무너져내리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는데,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시간에 마모되고 무너지고 사라져 간다는 현상을 전지적 시점에서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붓다상이 서서히 녹아 사라지는 모습도 묘한 감동이 있었고.
이 세상에 영원한 것도 없고, 나와 너로서 따로 존재하는 실체도 없고, 모든 게 인연에 의해 잠깐 생성됐다 흩어져 사라지는 것이라는 작가의 세계관을 잘 표현하는 작품들이었던 같다.
사진을 감상한다기보다 생각하게 하는 그런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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