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다-파울로 코엘료

바다가는길 2013. 11. 11. 00:03

브리다

 파울로 코엘료

저/

권미선

역 |

문학동네

| 원제 :

Brida (1990)

 

 

 

...빛의 보호를 받고 있음을 느끼듯이, 어둠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다. 어둠이 있기에 어떤 존재에게 가호를 부탁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을 신뢰해야 했다. 그리고 그런 신뢰가 믿음이었다. 아무도 믿음이라는 것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으리라...믿음은 아무런 설명도 없이 어두운 밤 속에 가라앉아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믿음은 오로지 사람들이 믿기 때문에 존재한다. 기적이 설명이 불가능함에도 그것을 믿는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것처럼...

 

...놀라운 일도 아니죠. 인간의 하루하루가 어두운 밤인걸요. 일 분 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몰라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앞으로 나아가잖아요. 신뢰하기 때문이에요. 믿음이 있기 때문이죠...

...인생의 매 순간이 믿음의 행위임을 아는 것.

그 순간순간을 뱀과 전갈로 채우거나, 혹은 자신을 보호해주는 힘으로 채울 수 있음을 아는 것.

믿음은 설명될 수 없음을 아는 것. 믿음은 어두운 밤이었다.

그 믿음을 받아들이느냐, 마느냐 뿐...

 

...윤회를 생각하면, 아주 어려운 문제 하나와 맞닥뜨리게 돼. 처음엔 세상에 아주 적은 수의 인간들만 있었는데 오늘날에는 어찌하여 이렇게 많은 수가 있고, 이 새로운 영혼들은 다 어디서 왔을까? 대답은 간단해. 우리는 몇 차례의 윤회를 통해 나뉘지. 세포와 식물이 분열하듯이 우리의 영혼도 분화하는 거야... 우리는 연금술사들이 '아니마 문디', 즉 '세상의 영혼'이라 부르는 것의 일부를 이루고 있지... 사실, 아니마 문디가 분화만 계속한다면 그 수는 늘어나겠지만, 또 그만큼 점점 약화되기도 해.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 나뉘는 것처럼, 다시 또 서로 만나게 되는 거야. 그리고 그 재회를 '사랑'이라 부르지... 매번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다시 만나야 한다는 신비로운 사명을 지니지. 적어도 나뉜 조각들 중 하나는 꼭 만나야 해...

 

... 저 별들 중 많은 별들은 이미 사멸했어. 그런데도 그 별빛은 아직도 우주를 떠돌아다니고 있지. 머나먼 곳에서 다른 별들이 태어났지만, 그 별빛들은 아직 우리가 있는 곳까지 도착하지 못했고... 보이는 것과 존재하는 것이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

 

...지혜란 아는 것, 그리고 변화하는 것이지...

 

...하나의 길을 선택한다는 것은 다른 길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였다...'온 몸을 던지는 게 두려운 거야.' 그녀는 생각했다... 제일 나쁜 것은 자신이 그 길을 제대로 선택했는지 평생 의심하며 그 길을 가는 것이었다. 선택에는 늘 두려움이 따르게 마련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삶의 법칙이었다. 이것이 어두운 밤이었고, 아무도 거기서 도망칠 수는 없었다...

 

..."인간이 어떤 일을 하든, 그것으로 그 지혜에 다다를 수 있어. 마음에 사랑을 담고 일한다면 말이지. 우리 마녀들은 세상의 영혼과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자기 소울메이트의 왼쪽 어깨 위에서 빛나는 점을 볼 수 있고, 촛불의 빛과 침묵을 통해 영원을 응시할 수 있지. 하지만 우리는 자동차엔진이 어떤지는 몰라. 그래서 정비공이 우리를 필요로 하듯, 우리도 그들을 필요로 하는 거야... 당신 몫에 충실하도록 해. 다른 사람들의 몫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고. 신께서는 그들에게도 말씀하시고, 그들도 당신만큼이나 이번 생의 의미를 찾고 있다는 것을 믿어"...

 

...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내가 마스터이기 때문에 우리의 궁극적 존재 이유를 결코, 절대로 알아내지 못하리라는 걸 알고 있어. 우리는 우리가 어떻게, 어디서, 언제, 어떤 방법으로 여기 존재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있어. 하지만 '왜?'라는 질문은 언제나 답 없는 질문으로 남을 거야... 왜 우리는 여기 있는 걸까? 많은 사람들은 좌절하고는 그 의미를 이해하는데 삶과 재산을  탕진해. 소수의 몇몇은 그 질문을 아무 대답없이 넘겨버리고 결과나 인과는 신경조차 쓰지 않고 순간순간을 살아가는데 만족하고. 오로지 용감한 자들만이,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유일한 답을 알고 있어. 바로 '모르겠다'라는 답을.

처음엔 그 답이 두려울 수도 있어. 대답 없이, 세상과 세상사와 우리 존재의 의미를 대면한다는 것에 어쩔 줄 몰라 할 수 있지. 하지만 일단 최초의 두려움만 넘긴고 나면, 점차 가능한 그 유일한 해법에 익숙해지게 되지. 그 유일한 해법이란 바로 꿈을 좇는 거야. 언제나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발걸음을 내디딜 용기를 가지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신을 믿는다는 것을 증명할 유일한 방법이지...

 

...답을 찾는 것이 아니야. 받아들이는 거지. 그러면 삶은 훨씬 강렬해지고 환희로 가득 차게 돼. 삶의 매 순간순간에, 우리가 내디디는 발걸음 하나하나에 우리 개인을 넘어서는 훨씬 커다란 의미가 담겨 있다는 걸 이해하기 때문이지. 우리는 시간과 공간 어딘가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 그것으로 족해.

우리는 믿음을 갖고 어두운 밤 속으로 침잠하고, 고대 연금술사들이 '자아의 신화'라 부르는 것을 완수하고, 우리가 받아들이든 말든 늘 우리를 이끌어주는 손이 있음을 믿고 매 순간 우리 자신을 온전히 내맡기는 거지...

 

...그녀가 질문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다른 우주 어딘가에 답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운명의 주인이다. 그리고 언제나 같은 실수를 저지른다. 그리고 자신이 열렬하게 원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그리고 삶이 너그럽게 그들 앞에 놓아주는 것들로부터 언제나 도망친다.

그러지 않는다면, 신의 손을 잡고 신의 섭리에 자신을 내맡긴 채, 그것이 때가 되면 이루어지리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꿈을 위해 싸워나갈 수도 있으리라...

 

...명심하게. 신께 이르는 으뜸가는 길은 기도이고, 그다음은 즐거움이라는 것을...

 

...신의 정원을 가꾸는 것은 인간의 감정이다. 그 정원을 가꾸기 위해 사람들은 각기 다른 시대에, 전혀 다른 관습속에서, 여러 번의 삶을 살아야 한다.우주의 다른 존재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은 진화의 길을 걸어왔고, 매일 그 전날보다 향상되었다. 비록 그 전날의 교훈을 잊어버리고, 배운 것을 제대로 써먹지 못하고, 삶이 공평하지 못하다고 불평하기는 해도.

하늘의 왕국은 밭에 뿌린 씨앗과도 같다. 인간은 아침저녁으로 자고 일어나고, 씨앗은 그가 알지 못하는 사이 싹을 틔우고 자라난다...

 

..."삶이란 이런 것일세" 마스터가 말했다. " 실수의 연속이지. 수백만 년 동안 세포는 정확히 똑같은 방법으로 번식해왔어. 그런데 그중 딱 하나가 실수를 저질러서 그 끝없는 반복 속에 변화가 생겨난 것이야."...

 

..."절대 부끄러워하지 마시게. 생이 그대에게 주는 것은 모두 받아들이고, 그대 앞에 놓인 잔은 모두 마시게. 포도주란 모두 맛보아야 하는 것이지. 어떤 것은 한모금만 마시고, 또 어떤 것은 병째 마셔야 하네."

"그걸 제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맛으로. 나쁜 와인을 맛본 사람만이 좋은 와인의 맛을 아는 법이지."

 

 

코엘료, 정체가 뭔가?

코엘료의 책으로 읽은 것이라곤 '연금술사'하나.  상투적인 '내 옆의 파랑새 찾기' 같아서 그저 그랬었다.

이 책은 저자가 순례길 여행에서 만난 한 아일랜드 여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란다.

마녀이야기.

이 시대에 마녀라니?

마녀라면 '마법'을 부리는 여자. '마법'이란 소설 속의 정의로는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연결하는 다리'.

보이지 않는 세계를 경험하고 깨우친 사람들을,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nomal'의 세계를 벗어난 사람들을 중세엔 마녀라 부르고 화형을 시켰다.

(문득 궁금증이 하나 생기는데, 마법사가 처형당했다는 얘기는 그다지 듣지 못한 것 같은데...)

철저히 남성중심적인 기독교 사회였던 중세에 감히 여자가 신적인 영역을 알고 경험한다는 건 간과할 수 없는 권리침해였을지 모르지.

기독교적 세계관과 다른 믿음체계를 가진 것도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고.

(여기서의 종교는 아일랜드 지방의 고대신앙인 드루이드교인 모양인데, 검색해보니 환생과 영혼불멸을 믿고, 할로윈의 원조가 되는 종교란다.) 

소설은, 마녀지망생 브리다가 여러 마스터들을 만나 배우고 성장하면서 깨우치고, 결국 마지막에 제의를 통해 진짜 마녀가 된다는 이야기.

들은 얘기를 소설로 쓴 거라니 소설 속 사건들이 실재한다고 믿어야 하는 건데, 보름달이 뜨는 밤, 숲 속에서 사람들이 모여 검은 망토를 입고 춤을  추며 제의를 벌인다는 게, 지금, 현대사회에서, 그것도 어디 토속신앙이 살아있는 오지도 아니고 현대문명 사회에서 그런 일이 있다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게 느껴졌다.

소설대로라면, 지금도 수많은 마녀와 마법사들이 세상 속에, 보이지않게 평범한 얼굴로 숨어 세상과 사람과 우주를 위해 일하며 신의 도구로 살고 있다는 것.

소설에서 말해지는 논리들이, 가령 '영혼의 분화' 같은 것들, 믿지않는 사람에겐 우스꽝스럽기도 했지만, 뭐 어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그저 그렇고 그래보이는 단색의 세상이 사실은 이렇게 다채로울 수 있다는, 세상이라는 무지개의 환에 더해져있는 또 다른 색의 환 하나를  본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