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의 무정부시대에 새 시대를 이끌 새 이념을 찾고자, 그 새 기반이 될 가능성을 우리사상, 동학과 증산의 사상에서 보고, 그 사상의 발생지와 성장지를 답사하는 이야기가 1권으로 묶였고, 한편, 황지우와의 대담과 수운 최제우와 강증산의 사상에 대한 김지하의 글이 2권으로 묶였다.
이름외에는 거의 아무것도 멀랐던 동학사상이나 증산의 사상, 동학혁명의 과정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김지하'라는 한 인간의 삶,에 대한 경이가 더 컸던 것 같다. 그처럼 열심히, 성실히, 몸과 영혼을 다 바쳐 삶을 살아가는 사람, 삶의 매 순간을 철저히 깨어있으며, 생각하며, 그 생각을 몸으로 살아내는 사람도 참 드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삶이 영광으로만 가득 찬 건 아니지만, 그의 사고가 모두 옳지는 않을지도 모르지만, 실패하고 좌절하면 하는대로, 이름을 얻고 깨어있는 지식인으로 시대의 앞장을 서면 서는대로, 그는 뭐랄까, 참 생동한다는 느낌이었다.
수운과 증산, 그의 뒤를 따르는 김지하. 한낱 피조물일뿐인 인간이 그 조그만 가슴 속에 그토록 거대한, 광대한 비전을 품을 수 있다는 게, 우주에 비하면 먼지알갱이보다도 작을 인간이 자신의 영혼과 인식으로 우주와 대좌한다는 게 놀랍다.
새 시대를 이끌어갈 사상에 대한 전개도.
환갑의 나이에도 이토록 청청한, 앞날에 대한, 세상과 인간과 우주에 대한 커대한 비전을 꿈꿀 수있다는 게 다시 한번 놀랍다.
전의 '사상기행'의 연장선.
그 사상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대에 풀어놓아 적용시킬 것인가에 대한 청사진.
너무도 아름다운 꿈, 이상.
그의 이상이 실현되는 세상이라면 백번이라도 더 천번이라도 더 윤회의 삶을 계속해도 좋을 것같다는 생각.
인간과 우주와 만물이 서로 어울려 추는 한바탕 커다란 춤마당.
하나하나가 온전히 자기를 유지하면서도 서로 얽혀 커다란 하나를 이루는 세상.
'일즉다' 이며 '多卽一'인 세상.
그의 계획이 청사진대로 전개되어 싹이 트고 커다랗게 자라는 것을 어서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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