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니어링,스코트 니어링 공저/류시화 역 | 보리 | 2000년 04월
원제는 'Living the good life', 좋은 삶을 살기.
행복한 삶이나, 영화로운 삶이 아닌 좋은 삶 살기.
그 제목이 'happy life'나 'sucessful life'살기가 아닌 그저 good life인 것이, 그 소박한 느낌이 오히려 담담하고 당당하다.
자본주의 경제, 시장경제에 반대해 그 노예로 살기를 거부하고 시골에 내려가, 필요한 것들을 되도록 자가생산해서 자급자족하며, 돈벌기, 먹고살기보다 진정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던 20년간의 생활의 기록들.
그의 말대로 우선 먹고살기에 바쁘고, 먹고살기가 해결되면 좀 더 편안하고 안락해지기에 바쁘고, 또 그게 이루어지면 보다 호화롭고 사치스러워지기에 매달리게 되는 현대문명 속의 생활, 자본주의 경제속의 삶. 그 덧없는 삶의 방식에 복종하기를 거부하고 자신의 생각을 몸으로 산 사람들.
마치 가을 가랑잎 몇 동동 떠있는 숲 속 맑은 옹달샘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이다.
필요없는 것들을 소유하기 위한 돈을 벌기위해 일생을 낭비하는 대신 그 해에 필요한만큼만 돈을 벌면 더이상 일을 하지않았다는 그들.
하루에 반드시 4시간 노동을 하되 그 이상을 노동에 바치지도 않은 그들.
생산품을 팔 때면 최대한 많은 값을 받는 게 아니라, 원가에 그들이 제공한 노동력의 댓가만을 덧붙여 값을 정하고...
사회가 제멋대로, 아니 그건 사회의 멋대로가 아니라 결국 인간 스스로 만든 틀이지만, 그것이 옳지않음을 알고 과감히 빠져나와 독립자주적으로 자기 삶을 산 사람들이 멋지다.
이 글들은 1930년대에서 50년대까지의 기록이지만 그로부터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그들이 지적한 시장경제의 단점들, 소수에 의한 자본축적, 그들의 자본을 더욱 더 늘리기 위한 생산과 소비의 조장, 그 와중에 소비하기위한 돈을 버느라 평생을 낭비하는 사람들, 파괴되는 환경들은 여전하고, 더하면 더했지 나아진 건 없는 것같다.
척박한 산골에 들어가 집을 짓고 밭을 일구고 농사를 지으며 살았던 생활을 마치 캠핑이라도 간 것처럼 신나게, 재미있게 묘사했지만, 사실 그렇게 살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일이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어려움이 있어도 그렇게 스스로 삶을 선택하고, 그 선택한 삶을 꾸준히 성실히 살아나간 그들이 참 존경스럽다.
1883년생인 스콧 니어링은 1983년 100살이 되던 해, 스스로 곡기를 끊어 자신의 삶을 마무리 했단다.
철저히 자기의, 자기 삶의 주인으로써 살다 간 삶. 인간 삶의 한 모범을 본다.
:loving and leaving the good life
'간소하고 질서있는 생활을 할 것. 계획을 세울 것. 일관성을 유지할 것.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도록할 것. 자연과 사람사이의 가치있는 만남을 이루어가고 노동으로 생계를 세울 것. 계속해서 배우고 익혀 점차 통일되고 원만하며 균형잡힌 인격체를 완성할 것'
'사람의 영혼은 불멸이며, 그 미래는 성장과 영광에 있으며, 우리와 관계없이 그것은 사멸하지 않으며 영원히 자애롭다. 그것은 들리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으나 알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지각되며, 제가끔 자신의 절대적 입법자로서, 영광과 어둠을 자신에게 나누어주고, 자신의 삶과, 상과 벌에 준칙을 정한다.' -메이블 콜린스-
'두 개성의 만남은 두 화학물질의 결합과 같다.
반응이 이루어지면, 둘은 변화한다.' -Jung-
'진정한 예술가는 그림을 그리거나 색칠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온 삶에서 모든 생각과 행동을 아름다움에 맞추는 사람이다.'-H.Ellis-
'어떻게 살아야 손실을 가장 적게하고 가장 커다란 성장을 이룰 수있는가.
1.관심의 중심, 곧 일상에서 곁가지를 떼어버리고 남는 알멩이를 찾을 것.
2.누구나 그 속에 들어있고 어떤 식으로든 닿아있지만 눈에 보이지않으며 열려있는 영원한 힘을 가진 우주와 만날 것.
3.자기존재를 확인하면서 온 마음을 기울일 수있는 어떤 일을 발견할 것.
4.만족스럽고 오래 지속되는 만남, 우정, 관계를 세워갈 것.
5.끊임없이 인격체를 성장시키되 통일되고 원만하며 조화롭게 엮어갈 것.'
'덜 갖고 더 많이 존재하라.'
'필요에 따라서가 아니라 선택에 따라 살라.'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갖고있는 소유물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대로 살아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머지않아 당신은 사는대로 생각할 것입니다.' -발레리-
'최선의 삶이란 주어진 여건에서 감당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하는 것.'
다시 한 번 그들이 산 얘기를 듣는다. 다시 한 번 감탄, 아니 경탄!
스코트 니어링의 자서전 제목에 'radicalist'라는 말이 들어가 있더니만 그렇게 삶에게, 자신에게 절저하기란 정말 드문 일인 것같다.
그들의 생각, 그들의 삶의 방식이 참 옳다고 긍정하면서도, 손가락 빼물고 와, 하고 쳐다볼 뿐 그들의 뒤를 따를 힘이 내게는 없구나.
그래도 그렇게 살았던 사람들이 있었음을, 그런 삶, 철학이 있음을 내가 알게됐다는 것이 분명 내게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내가 좀 나아지는데, 혹은 덜 나빠지는데에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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