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음악

바다가는길 2006. 3. 15. 19:52

자연음악

 

<자연음악> 자연음악연구소 편저.

꼬마 cd에 담긴 노래제목이 '크로바' '삼나무의 노래' '초원을 가로지르는 바람' '개인 가을 날의 단풍나무 노래' '사과나무 꽃의 저녁노래'같은 것들이다.

노래마다 해설이 있는데, 토끼풀꽃 하나가 어느 오후에 불렀던 노래, 초여름 저녁 마을에서 떨어진 산 속의 사과나무 한 그루가 저무는 해, 보라빛으로 물들어오는 밤을 보며 불렀던 노래, 하는 식으로 되어있다.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각기 자기들만의 파동으로 노래한다는 얘기.

특히 식물들은 정화자, 치유자로서 지구상의 부조화를 조정하는 역할을 하며 그 파동을 받아들임으로써 인간의 몸과 마음이 치유될 수 있다고 한다.

바람 살랑이는 초원 한구석에서 동그란 하얀 얼굴로 흥얼흥얼 노래하고 있던 토끼풀꽃의 예쁜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인간은 인간이 아닌 다른 것들은 완전히 동떨어진, 관계없는 객체로 간주하지만, 아니 인간끼리조차도 내가 아닌 한, 자기 자신말고는 모두 타자일 뿐인 걸로 알지만, 바람 한줄기와, 저녁별 하나와, 들꽃 한 송이와, 나무와,계곡을 흐르는 물과 모두 함께 친구가 되어 서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다정하게 느껴진다.

이런 것들이 그냥 상상 속에서 이루어지는 허구가 아니라 실제로, 인간이 감지하지 못할 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라는 것, 인간이 서로간의 의사소통을 위해 성대를 통해 소리를 내어 언어라는 걸 만들어 사용하듯, 다른 생명체들도 그들 나름의 언어을 갖고 서로 소통하며 노래를 부른다.

나무나 꽃들, 바람이 부르는 노래를 들어본 적은 없지만 그들이 방사하는 파동은 느낄 수 있다.

언제라도 조건없이 내게 베푸는 그들의 호의, 나를 편안하게 하고, 기쁘게 하고, 환하게 만들어주는 그 보이지 않는 어떤 것, 그건 알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그들이 또 몹시 보고싶었다. 이 소음 덩어리 도시에서 벗어나 내게 아름다운 노래 불러줄 그들이 있는 곳에 가고싶었다.

거기 가서 푹 안겨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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