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fmannsthal

바다가는길 2006. 3. 19. 21:46

사물 속에 영혼이 있노라

 

 

귀한 말 한 마디 가슴 속에 간직해야 하지 않을까

때가 되면 가치를 알게 하리라

밝은 날보다 흐린 날엔

바닷속 저 깊이까지 눈길 닿지 못하는 법

 

이따금 밝은 눈길이 그대에게 전해주는 소리는

생명없는 사물속에서도 고동치는 가슴에서 일지니

그대가 전정 올바로 물을 수 있다면

말없는 입에서도 많은 걸 듣게 되리라

 

그러므로 우주의 영혼과 맞바꿀

싸늘하게 굳어버린 그대 자신에게서 벗어나라

그대에게 삶이 굽이치는 힘이 있게 하라

 

향락과 고통이 영혼을 통해 살랑인다

그대가 가락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면

그 메아리를 붙잡으라!

 

 

 

 

구름

 

 

밤하늘에

밀리며 퍼져드는

성급한 그리움 속

구름의 무리

 

소리없이 서둘며

-그 어느 행렬에

꼼짝없이 붙잡혔는가?-

나는 듯 미끄러지는 구름

 

달빛 맞아

세차게 흔들리는

내 영혼 위

그림자 춤

 

일렁이는 형체들

보이자 마자

거센 모습

이내 꺼져버렸다

 

느긋한 배회......

반 쯤 알아차린 것......

재빠른 파악......

끊이지 않는 바람......

 

소리없이 미끄러져

몸짓도 가볍게

아득한 저 멀리

푸르러 텅 빈 하늘에 닿네.

 

 

 

 

산길을 내려오면서

 

 

먼 산 고갯길을 내려왔네

이상한 그물에 걸린 걸까

신의 그물 속에, 삶의 꿈 속에 붙잡힌 걸까

세찬 바람 불고, 새들 지저귀고 있었네

 

골짜기는 얼마나 거울 같은 물을 품고있는지!

숲은 얼마나 나뭇잎 살랑이며 언덕 또한 넘실대던가!

높이 매 한 마리 날고, 조용히 빛이 그 자리로 쏟아졌네:

삶 속에, 아니 죽음과 꿈 속에도 나의 마음이 있었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칼잡이들의 이야기  (0) 2006.03.19
장미의 정원  (0) 2006.03.19
헤르메스의 기둥  (0) 2006.03.18
자연음악  (0) 2006.03.15
오에 겐자부로-우리들의 광기를...  (0) 2006.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