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메스의 기둥

바다가는길 2006. 3. 18. 01:22

 

 헤르메스의 기둥 1
송대방 저 | 문학동네

 

재미있는 소설.

에코풍, 다루는 시대, 공간, 기법이 비슷하다.

15c 르네상스의 유럽의 사상과 예술이 모티브가 된다.

특히 연금술, 대비되는 성질의 두 금속을 이용하여 최고, 최상의 것인 금을 만드는 기술.

남성적 금속인 유황과 여성적 금속이자 모든 금속의 어머니인 수은이 결합하여 거기에 연금술의 비의인 '현자의 돌'이 합해지면 지고의 금속, 금이 만들어진다.

그 당시 연금술의 철학을 기독교사상과 결합시키려는 시도들이 있었다고...

제우스의 아들로서 전령의 신, 신과 인간 사이를 오가고,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여기와 저기를 오가며 그 둘을 연결시키는 매개자인 헤르메스와, 유황과 수은을 결합시켜 제 3의 금을 만드는 '현자의 돌', 하나님 아버지와 타락한 인간의 중간에서 스스로의 희생으로 그 둘을 만나게 하는 예수가 다 동의항으로 묶인다.

1500년대 이태리의 한 화가인 파르미지아노가 그린 그림인 '목이 긴 성모'의 뒷배경에 자리잡은 헤르메스의 기둥이란 별명이 붙은 한 기둥에 대한 의미를 밝히려는 미술학도가, 유학을 간 영국령 지브롤터 근처의 소도시에서 이상한 사건들을 겪으며 그 의미를 풀어낸다는 추리기법의 소설이다.

마치 에코의 소설처럼 종횡무진 르네상스시대의 자료들을 쏟아놓는다.

그 시대의 유럽의 정치상황, 기독교사상과 그 이면에서 성행했던 연금술과 또 미술사학도답게 그 시대 그림에 대한 해석들이 나름대로의 확고한 시각으로 전개된다.

르네상스시대는 미켈란젤로와 다빈치의 시대. 소설을 읽어보니 그 시대 그림들은 단순한 묘사가 아니라 수많은 상징과 은유를 담은 퍼즐들이다.

그림 속 헤르메스의 기둥은 윗쪽을 보면 하나의 원기둥이지만 기단부를 보면 여러 개가 죽 늘어선 열주인 이상한 기둥이다.

신적인 하나가 분열하여 세상의 다원을 이루고, 그 세속의 분열된 다수는 다시 신적인 하나를 향해 상승하며 합일을 이룬다는 상징을 내포한다. 

한 번 잡으면 손 놓기 힘든 흥미진진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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