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네의 제비꽃 여인 : 베르트 모리조

바다가는길 2014. 7. 3. 15:27

 

Berthe Morisot.  감독:카롤린느샹페띠에

 

인물이 그림 속에 든 듯 배경과 어우러짐이 좋아서 포스터를 큰 사이즈 그대로 실어본다.

(그런데 늘 느끼는 거지만 영화포스터들, 왜 그렇게 부언이 많은지... '마네의 제비꽃여인'은 뭔지... 영화를 다 본 지금도 제비꽃이 뭔 의미인지 잘 모르겠는데?)

 

영화는 내내 이 포스터처럼 영상의 대비를 줄여 사물들의 경계를 부드럽게 표현해 마치 움직이는 회화처럼 장면들을 연출했다.

복식이나 세트들도 재현이 잘됐고, 측광으로 들어와 빛과 어둠의 대비로 사물과 인물들의 윤곽을 살리는 빛의 표현과, 스크린 자체가 하나의 프레임인데 그 안에 문이라든가, 창문, 공간 안의 그림액자, 거울들을 또다른 프레임으로 중첩시키는 방법론이 더더욱 그 시대의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모리조는 초기 인상파 최초의 여류화가.

1800년대 중반이니까 그때만해도 여자가 직업을 갖는다는 게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어려운 때였을텐데, 그녀는 과감히 화가라는 꿈을 갖고 그 성취를 위해 노력했다.

쉼없이 그림을 그리고, 당대 유명한 화가들을 사사하고, 작품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지만, 영화속에서 보여지는 그녀의 그림들은 그다지 인상적이지않다.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드는데는 실패한 것 같아.

그래서 인상파의 대표화가로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그저 최초의 여성화가 정도의 타이틀만을 갖게 된 게 아닐지.

[발코니](1868)-Manet

그녀가 모델이 되어주었던 마네의 그림. 부채를 든 여인이 모리조다.

그녀가 당시 이미 유부남이었던 마네의 연인이었던 말았던 난 별로 관심없고, 과감한 색과 음영의 대비가 돋보이는 마네의 이 그림은 좋네..

[요람](1872)-Morisot

영화, 나쁘진 않았지만 뭐 별로 큰 감동도 아니라 그냥 지나치려했지만, 영화 뒷부분에 그녀가 살롱전인가에 출품한 작품으로 소개되어 비춰지는 이 그림, 어라, 저거 전에 오르세전때 보고 좋아서 블로그에 올렸던 건데?

모리조라는 화가가 누군지,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모르고 그냥 그림이 맘에 들어서 올렸던 기억이 있는데, 아 바로 그 화가얘기였구나!

이렇게 연결고리가 생기는 바람에 반가워 블로깅하기로.

영화속에선 다른 사람들의 입을 통해, 빛을 잘 쓴다든지, 깊이가 있다든지 하는 그녀의 작품에 대한 평이 있었지만 난 이거와 바로 아래 그림만 맘에 들었다.

[로리앙 항구](1869)

 

영화는 모범생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어디 한 구석 튀어나오는데없이 너무 얌전하더니만, 아니나다를까 감독이 여자다.

아마 같은 여자라 모리조의 선구자적인 인생이 마음에 와닿었나보다.

그녀의 삶은 시대적 저항에 부딪쳐 꽤나 힘들었을테고, 전쟁이니 뭐니 극적인 사건도 있었지만 영화는 그런 것들을 다 하나의 에피소드처럼 목소리 높이지않고 조곤조곤히 풀어 그저 잔잔하다는 느낌.

 

전에 본 영화들, '클림트'나 '르누아르'도 그렇고 이 영화도 내가 기대했던 건 그들의 작품세계에 푹 빠져보고 싶다는 그런 건데, 한결같이 내가 기대하는 그런 부분들은 영화에선 그저 뒷 배경이나 소품정도의 역할밖에 안돼 늘 미진하다.

'이브 생 로랑'도 보고싶은데 아마도 똑같은 아쉬움이 있지않을까 싶다.

 

휴대폰이 있긴 있어야 되니까 하나 얻은 후 뭐 이리저리 바꿀 생각도 않고 마냥 그대로 갖고있었더니 어느새 통신사 vip가 돼 매달 공짜영화를 볼 수 있게 됐다.

7월이 오고, 이번 달엔 뭘 볼까 검색하다 이 영화를 고르고, 개봉이 3일이라면서 2일날 상영이 되길래 얼른 예매를 하고 가봤더니 사전시사인가? 영화후엔 '무비토크'라고 해설프로가 있고, 입장시에 지금 열리고있는 오르세전 초대권을 주네.

오르세전은 이미 봤지만, 혹시 모리조의 그림이 있었는데 지나쳤나? 그래서 이 전시회 티켓을 주는 건가? 싶어 다시 가볼까 생각중.

모네의 그림, 다시 보고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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