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맥스무비에 들어갔다가 올 eidf 영화들이 상영되고있는 걸 알았다.
작년에 영화 본 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데 벌써 1년이 지나 다시 영화제가 시작됐단 말야?
블로그 뒤져보니 작년엔 10월에 열렸다. 어쨌든 거의 1년만.
내 기억엔 불과 몇 달 전 일이었던 것 같은데... 시간이라는 것이 휙휙, 술술 어디로 지나가고 새나간다...
올해의 주제는 '우리 안에 놓인 희망'
그런데 내가 흥미를 갖고 본 영화들이 공교롭게 세계 곳곳의 전쟁, 빈곤, 질병, 사회적 부조리등에 관한 무거운 다큐들이 많아, 정말, 기어코 열려버린 판도라의 상자 바닥을 닥닥 긁어서라도 어떻게든 희망의 작은 부스러기라도 주워 그곳에 놓아주어야만 할 것 같은 그런 심정이 되기도 했었다.
어쨌든 그 중 제일 좋았던 작품은 이거. 너무나 아름답던...
아르헨티나 엔트레 리오스와 중국 상하이를 잇는 가장 짧은 경로는 어디일까? 지구의 정반대편, 즉 대척점에 위치한 두 지역을 직선으로 이으면 바로 지구 중심을 지나게 된다. 감독이 포착한 지구상 대척점들의 이미지는 세상을 보는 우리의 관점을 완전히 뒤집어 놓는다. 유장한 호흡과 카메라 워크로 오감을 자극하는 이 작품은 매혹적인 만화경으로 지구를 관찰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엔트리오스와 중국 상해, 칠레 파타고니아와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 하와이 빅 아일랜드와 보츠나와의 쿠부, 스페인 미라프로레스와 뉴질랜드 캐슬포인트.
각기 지구의 대척점에 있는 8곳이다.
지구는 70%이상이 바다이기 때문에 정 반대의 두 곳에 다 사람이 살고있는 지역이 흔하진 않다고.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과, 그곳에서 사람들이, 때론 동물들이 순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아무 것도 주장하거나 설명하거나 억지로 묘사하지않고 그냥 담담히 보여주는 게 좋았다.
영상을 다만 누이거나 뒤집는 것 만으로도 시선이, 인식이 얼마나 새로워지던지... 그렇게 정방향이었다 뉘여졌다 뒤집어지는 영상들을 마음 속에서 따라가다 보면, 내가 사는 이 커다란 지구가, 그 둥그런 실체가 몸으로 느껴졌다.
신선한 발상과 아름다운 영상으로 마음을 포근하게 해주던 힐링 다큐.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레딧, RSS 등을 만들어낸 26살의 천재 해커 애런 슈워츠. 그가 2013년 1월, 자택에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미 정부의 정보통신 제도에 반기를 들고 인터넷 사용자의 권리 옹호에 힘썼던 그의 일대기를 돌아보며, 현대 정보 통신 이면에 숨어 있는 통제와 권위의 구조를 파헤친다. 무엇이 그를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았는가?
2013년 1월 11일, 26살의 애런 슈워츠는 IT 관련 범죄로 2년 가까이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천재라 불렸으며, 우리가 블로깅을 할 때 자주 마주치는 RSS와 CC(Creative Commons), 그리고 유명 웹사이트 ‘레딧’ 등에 깊이 관여한 인물이었다. 영화 <The Internet’s Own Boy>는 애런의 죽음 뒤에 무슨 일이 있었는 지와, 나아가 그가 평생 추구했던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알려준다.....감독은 애런이 짧은 생애 동안 이 사회에 제기한 문제들을 꼼꼼히 되새기는데 힘을 쏟는다..... 이를테면 왜 법원 기록을 열람하는데 돈을 내야 하는가, 공적 연구비를 지원 받은 논문에 값을 왜 매기는가, 나아가 시민의 인터넷 활동이 왜 정부의 감시를 받아야 하는가 같은 질문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 중인 지금 현실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한다. 다시 말해 인터넷 이용을 보편적 인권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 거대한 문제를 애런의 구체적 행적을 통해 설득하는 것이다. (김보년)
아무도 글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서, 너살 때 냉장고에 붙은 광고지의 문장을 읽어내려가 부모들을 깜짝 놀래키고, 7,8세 정도에 컴퓨터를 장난감처럼 갖고 놀고, 14,5세 때 이미 누구도 생각 못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성인들과 토론하고 논의했던 컴퓨터 천재.
그는 공공의 세금으로 완성된 논문이 일단 완성되면 기업이 그 저작권을 사들이고, 후에 그 논문을 보려면 그 기업에 비용을, 그것도 아주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일의 비합리성에 분개해 rebel, 감히 반항을 시도한다.
그는 jstor라는 기업의 소유 자료 공개를, 위와 같은 이유로, 공공의 자금으로 만들어진 정보를 기업이 사유화해 사용자에게 비용을 물려 사익을 취하는 것의 부당함을 계속 주장한다.
그 주장에 밀려 jstor는 미국 내 일곱 개 대학에서 무료로 자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한다.( 그 넓은 땅덩어리의 미국에서 고작 7개 대학에서만.)
어쨌든 애런은 그 틈을 노려 무료다운이 허용된 MIT에서 무려 백만 개가 넘는 자료를 다운 받아 공개해버린다.
이에 jstor와 MIT는 그를 고소하고 얼마 간의 다툼 끝에 jstord와 MIT는 고소를 취하하지만 오히려 미 정부는 그에게 더 많은 항목의 죄를 씌워 더 많은 형량으로 기소해버리고, 그 압박을 이기지못한 그는 그만 자살을 택하고 만다.
그게 2013년 1월, 작년의 일이다.
그런 마인드를 지닌 그런 인재가 살아있었더라면 스스로의 천재성을 맘껏 발휘하며, 앞으로 얼마나 큰, 많은 일들을 대중을 위해서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
왜 좀더 강한 신경줄을 가지고 버티지 못했을까, 요즘 같은 세상에 왜 좀더 이슈화 시켜서 대중의 저항을 함께 이끌어내지 않았을까, 그랬더라면
여론에 밀려 정부도 물러설 수 밖에 없었을 수도 있는데, 하는 마음.
그는 그 모든 것들이, 세상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견딜 가치가 없다 싶을 정도로 혐오스러웠을지도 몰라.
감히 일개 개인으로 용감히 공룡에 맞섰던 그에게 뒤늦은 박수를 보내지만, 나는 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깜깜히 모르며 살다가 이런 다큐를 보고서야 새삼, 말 그대로, 세상에 이런 일이... 하고 놀라기나 할 뿐이겠지...
돈 맥컬린 McCullin 재키 모리스, 데이빗 모리스 (Jacqui MORRIS, David MORRIS) 영국 | 2012 | 90분
현존하는 최고의 사진작가 돈 맥컬린, 그가 털어놓는 지난 30년 간의 기록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들. 그는 싸이프러스 내전, 베트남 전쟁, 콩고 내전 등의 분쟁 지역을 다니며 처절하고 비참한 인간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냈다. 돈 맥컬린의 렌즈 너머로 본 포토저널리즘의 생생한 역사.
‘shoot’에는 ‘(총을) 쏘다’라는 뜻과 더불어 ‘(사진을) 찍다’라는 뜻이 있다. 눈앞에서 총알이 날아가는 상황, 그리고 그 총알이 언제 자신에게로 날아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 광경을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한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돈 맥컬린>은 1964년 사이프러스 내전을 시작으로 콩고, 캄보디아, 베트남 등 세계각지의 분쟁 및 전쟁 사진을 찍어온 돈 맥컬린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다. 생사를 넘나들며 온갖 비참과 혼란을 사진으로 담던 그는 어느 시점부터 이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전쟁을 보기 시작한다. 사진을 찍다가 카메라에 총알이 날아와 박히는 일을 겪기도 했던 그는 전쟁사진에 대해 우리가 어렴풋이 짐작했던 것과는 전적으로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제 75세가 된 그는 전쟁사진을 찍었던 지난 50여년의 시간을 돌아보며 자신의 사진이 결국 자본주의의 논리에서 벗어날 수 없었음을 담담히 밝힌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시종일관 침착하면서도 힘있는 어조로 말하는 그의 모습과 그의 사진들, 그리고 실사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도 어느 순간, 보도사진이란 무엇이며, 나아가서는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 자체는 과연 무엇인지 생각에 잠기게 된다. (한유주)
이 아름다운 사진 한 장. 심도 깊고, 구도 좋고, 저 역동적인 포즈의 순간을 잡아 낸 절묘함이라니...
하지만 사진의 내용은 오랜 전투로 다 부서진 폐허에, 사진 속 남자가 몸을 활처럼 휘게 해 던지는 저것은 투포환이 아니라 수류탄이고, 그 수류탄은 곧 저기 어디서 터져 이미 페허인 거기를 다시 부수거나 누군가를 죽이고 다치게 할 것이 라는 것.
다큐에는 수많은 참 좋은 사진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감히 거기 아름다움이니 뭐니를 말하기에 그 사진들이 보여주는 전쟁의 실상이란 게 너무 잔혹하고 가슴 아픈 것들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사람들의 목숨이 한 순간에 날아가고 삶의 터가 박살이 나고 피와 살이 튀는 그 와중에 사진이나 찍고있다는 건 뭘까.
그도 수없이 그런 회의를 한다.
하지만 사지에서 같이 죽음의 고비를 맞이하면서도 끝끝내 사진을 찍어 사람들에게 그 실상을 알리는 것이 바로 그의 사명이었노라고 그는 말한다.
그가 들려주는 얘기 하나. 베트남 전 때에는 군인들이 종군기자들에게 아주 협조적이었단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의 당위를 선전하기 위한 협조를 통해 찍게 된 여러 사진들로 인해 본토에선 오히려 반전운동이 일어나고 결국 미국은 베트남에서 철수하게 된다.
그래서 요즘 오히려 이라크니 하는 전쟁터에서 보도통제가 더 심해졌다고.
그렇게 대중에게 진실을 알리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었다고 그는 믿는다.
또 한편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끊임없이 전쟁터로 돌아가는 '중독'이 자신에게 있었노라고.
전쟁중독으로 일상에선 의미를 찾지못하고 전쟁터만 전전하다 결국 그곳에서 사망한 어느 기자를 다룬 다른 다큐도 있었다.
죽음이 너무나 가까운 그곳 만큼 삶이 생생한 장소도 달리 없겠지. 그 치열함의 감각이 너무 강렬해 거기서 놓여나기 쉽지않았을 게 이해되기도 한다.
그가 찍은 또 다른 사진 한 장.
이 사진을 찍는 동안, 대 여섯 컷을 매번 카메라를 조정해가며 신중히 찍는 동안 이 병사는 단 한 번도 움직이지않고, 눈 조차 깜박이지 않았다고 한다.
때론 한 장의 사진이 천 마디의 말보다, 백 줄의 문장보다 더 정확히, 절실히 사실을 말해준다.
무언가를 뚫어지게 보는 듯한, 혹은 아무 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 듯한 저 한 표정이 전쟁이라는 것의 실상, 그 터무니없음을 너무나 잘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이해되지도 받아들여지지도 않는 그런 일이 지금도 늘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으니...
역사 이래 전쟁이 없었던 순간이 있을까? 어느 미래에 과연 인간은 전쟁 없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을까?
그리고 모처럼 보기 즐거웠던 노익장 삼부작..
샤넬을 화려하게 부활시킨 패션계의 황제, 칼 라거펠트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 중 하나이다. 그의 사생활은 오랫동안 비밀에 싸여 있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 속 그는 직접 자신의 인생을 그린다. 어린 시절의 집, 가족, 학교, 그리고 그가 커리어를 처음 시작한 패션의 도시 파리까지. 칼 라거펠트가 경험해 온 패션계의 역사와 천재적인 창조성을 함께 엿볼 수 있는 기회.
어떤 직업에서 성공하려면 우선 그 직업에 적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관념 속의 옷을 현실로 만들어 내는 패션 디자이너에게 열정과 성실은 빠트릴 수 없는 요소이다. 아르테arte에서 제작한 <칼 라거펠트, 인생을 그리다>는 라거펠트가 그의 작업실에서 직접 어린 시절의 집, 가족, 학교, 고향, 그가 경험해온 패션계의 역사 등에 관하여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기억을 되짚어 나가는 영상 자서전이다.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패션 디자이너이지만, 그에 관한 공식적인 전기가 발행된 적 없어서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그가 ‘어떤’ 사람인 지 그 숨겨진 비밀에 다가갈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다. 단순한 화면과 특별한 사건이 없으면서도 눈길을 뗄 수 없는 것은, 그가 쉴새없이 그려내는 그림들 때문이다. 하나의 옷, 가방, 구두 혹은 하나의 선을 찾고 만들어내기 위해 그의 펜이 지나갔을 무수히 많은 흰 종이들은 실로 막대할 것이다. 그의 뒷 편으로 벽돌처럼 빼곡히 쌓인 책들은 그 엄청난 노력을 증명한다. 그래서 50여년 전에 맡았던 <클로에>의 첫 번째 컬렉션을 그려줄 수 있냐는 감독의 질문에 곧바로 핵심 룩을 그려내고 설명하는 장면 등은 대단히 인상적이다. “유행은 변하지만 스타일은 그렇지 않다.”는 코코 샤넬의 말을 라거펠트는 “나는 평범함에 대한 어떤 욕망도 없다.”로 받아낸다. 인간의 욕망은 변하기에 패션은 항상 새로워야 하기에 낯선 것에 도전하기를 멈춰서는 안 된다. 비단 패션에 국한되지는 않는 가르침이다. (이동섭)
샤넬, 구찌, 칼 라거펠트 본인, 세 개의 브랜드의 수석 디자이너.
너무나 큰 성공을 거둔 유명인이지만 다큐를 통해 보는 그는 의외로 참 소탈하고 귀여운 할아버지다.
게다가 패션계에 종사하면서 평생 담배도, 술도 마약도 한 적이 없다니 화려한 외모와 달리 참 단정하고 성실한 삶을 살아왔다는 생각.
다큐는 카메라 밖의 보이지않는 인터뷰어가 질문을 던지면 쓱쓱 스케치 한 장의 그림으로 그 답을 하는 식.
다른 직업군은 어떨지 몰라도 예술가는 타고나는 것 같다. 그는 아주 어릴 때부터도 옷 입기를 그렇게 좋아했단다.
질문에 따라 몇 초만에 슥삭 그려지는 스케치들, 펜으로 혹은 연필로, 때로 파스텔 대신 화장품인 새도우로 컬러링을 하면서 묘사하는데 그냥 단순한 휘리릭한 선들이 그 대상을 어찌나 실감나게 보여주는지, 지금까지 그가 얼마나 많은 스케치들들 해왔을지 그 내공이 보여 역시 프로는 프로다, 싶던 다큐.
패션의 메카 뉴욕,..할머니들의 패션 반란이 시작된다...나이를 초월한 과감한 패션 스타일로 눈길을 끄는 그녀들. 풍부한 삶의 경험을 통해 얻어낸 자신만의 패션 철학이 스크린을 수놓는다.
아리 세스 코헨은 패션 블로그 'Advanced Style'를 운영 중에 있다.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옷을 입은 인물의 사진을 올리는데 여느 패션 블로그와는 좀 다르다. 사진 속 주인공들의 나이가 최소 62세에서 최고 95세다. 그러니까,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아리 세스 코헨이 아니다. <은발의 패셔니스타>가 다루는 이 노년의 여성들은 패션이란 단순히 옷을 잘 입는 것을 넘어 삶의 태도와 연륜을 담아내는 예술이란 사실을 증명한다. 패션잡지 속 화려한 모델보다 이들이 더 눈에 들어오는 것은 유행에 따르지 않는 신념이 옷차림에서 잘 드러나는 까닭이다. 아리 세스 코헨의 도움으로 유명세를 타게 된 이들 중 한 명은 광고 모델로도 발탁이 되는데 이때 홍보문구는 다름 아닌 'Money can't buy style', 바로 '돈으로 스타일을 살 수 없다'이다. 이는 사실 태도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 나이대의 사람들이라면 삶이 무료할 것 같지만 우리의 주인공들은 매 순간을 즐긴다는 태도로 아름다운 옷을 통해 삶을 아름답게 장식한다. 노년 '패피'들의 옷차림이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아름답게는 만든다. 그런 점에서 이들에게 예술가라는 칭호를 부여해도 결코 과찬은 아니다. 영화는 관습을 거부하는 이들의 태도를 화려한 옷차림처럼 세련되게 펼쳐 보이는 것이다. (허남웅)
95세에 패션쇼 맨 앞 줄에서 쇼를 보다가 쓰러져 사망. 이보다 더 행복한 죽음이 있을 수 있을까?
스스로의 나이에 묶이지않고, 누구의 시선도 신경쓰지않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입고 싶은 대로 입으며 맘껏 자신을 표현하며 사는 발랄한 할머니들.
효도화도 불편해 절뚝 거릴 나이에 하이힐을 신고 곧게 허리를 펴고 런웨이를 누비고 포즈를 잡는다.
그 모습들이 참 아름답고 보기 좋았다.
하지만 한편, 노인복지가 잘 되어 노년에 생계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미국이어서 가능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패션 여제, 다이애나 브릴랜드 Diana Vreeland: The Eye Has to Travel 리사 이모르디노 브릴랜드, 벤트-요르겐 펄무트, 프레데릭 청 미국 | 2011 | 86min
한 번도 아름답지 않았지만 눈부신 아름다움을 창조한 여인...그녀는 대학 교육도 받지 못했지만 하퍼스 바자, 보그 등의 패션 에디터로 활동하며 패션 잡지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최초의 진정한 패션 에디터인 다이애나 브릴랜드의 독창적이고 놀라운 패션 세계.
패션 여제, 다이애나 브릴랜드>를 보는 경험은 강령술에 참여하거나 시간 여행을 하는 것과 비교할 수 있다. 하퍼스 바자와 보그의 에디터와 편집장으로 활약하며 패션계의 여왕으로 군림했던 다이애나 브릴랜드는 1989년에 죽었다. 하지만 브릴랜드의 손자와 결혼한 감독 리사 이모디노 브릴랜드는 고인이 생전에 회고록 집필을 위해 작가 조지 플림턴(그 역시 2003년에 고인이 되었다)과 함께 남긴 녹음 테이프와 인터뷰 영상들을 가져와 오래 전에 죽은 이 패션계의 유명인사를 관객들의 코 앞까지 끌고 와 되살려놓는다. 20여년 전에 세상을 뜬 고인이 걸걸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벨 에포크 시대부터 1980년대 말까지 커버하는 20세기 서구 패션과 대중 문화의 역사가 관객들 눈앞에 펼쳐진다.(듀나)
그녀도 역시 타고 난 감각의 소유자. 패션을 배운 적 없이도 놀라운 감각을 소유해 창의적인 스타일링을 해냈다.
예전에 즐겨 보던 보그니, 엘르니 하는 잡지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의, 의상과 그에 어울리는 가방이니 액세서리니 하는 소품과 또 그에 어울리는 메이크업 그리고 배경까지 완전히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시키는 스타일링법이 그녀에게서 나온 것임을 알게 됐다.
다큐를 통해 보여지는 그녀가 에디팅한 수십년 전 작업들이 지금 봐도 너무 멋져서 한 컷 한 컷들 스크랩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었다.
그녀는 또 한 사람의 열정가.
그녀는 1903년 태어나 1989년 85세의 나이로 죽었는데, 30대에 우연히 그녀의 독특한 옷 입는 스타일을 눈여겨 본 하퍼스바자의 에디터에게 스카웃된 이후 보그로 옳겨 해고될 때까지 수십년 간 그 이전엔 없던 스타일리시한 잡지를 만들어냈다.
특히 재미있었던 건, 거의 70세가 다 되가는 나이에 보그에서 해고되면서, '아니, 지금 나더러 그만두라고 하면 앞으로 뭘 하라는 거야'라고 생각했다는 말.
충분히 은퇴할 나이이면서 그녀 자신은 아직 한창 더 일할 때라고 여겼던 것.
그런 그녀 답게 곧 metropolitan museum of art의 코스튬 인스티튜트의 컨설턴트로 들어가, 역시 그녀답게 대충 일하는 게 아니라 그전엔 창고에나 박혀있던 의상들을 끄집어 내 그녀만의 새로운 독특한 컨셉으로 디스플레이를 해내어 매번 성황을 이루는 멋진 전시회들을 기획했다.
80세까지 그렇게 일하다가 85세에 사망.
패션관련, 혹은 노익장 관련 세 다큐, 등장인물들 모두 대단하다 감탄하며 기분좋게 본 다큐들이었다.
그리고 지난 해 상영작이라는 '블러드 브라더'
블러드 브라더Blood Brother 스티브 후버 Steve Hoover 미국 | 2012
로키는 절친한 친구 스티브와 함께 떠난 인도 배낭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HIV에 감염돼 버려진 아이들을 만난 로키는 호스피스에 남아 그들을 돌보는데… 로키의 헌신적인 노력과 사랑에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피부색을 넘어 그들은 한 가족이 된다
...인도의 타밀 시의 한 마을. 로키 브랏은 인도에 배낭여행을 왔다가 HIV에 감염돼 버려진 아이들을 만난다. 그리고 어렸을 적 부모가 이혼을 한 뒤로 온전한 가정을 갖기를 소원하던 이 백인 청년은 마침내 자신의 진짜 가족, 충만한 삶과 죽음의 경이와 마주하게 된다. 다큐멘터리 <블라드 브라더>는 감독 스티브 후버의 절친한 친구이자, 에이즈에 걸린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로키 브랏의 삶을 뒤따라간다... 로키 브랏에게 진짜 피를 나눈 형제들은 바로 이 땅의 아이들이며, 이 땅의 죽어 가는 사람들... 그는 영웅도 신도 아닌 한 인간이다. 파리와 쥐가 들끓는 방에서 살고, 지역 주민들이 믿는 미신과 싸우는 중이다. 좀 더 의미 있는 삶에 헌신하기로 한 청년은 지역 처녀와 결혼식을 올림으로써 마침내 인도와 결혼한다. 피부색을 넘은 인류애의 감동을 전해 준 로키 브랏의 삶에 2013년 선댄스 영화제는 그랑프리와 관객상으로 화답했다. (심영섭)
에이즈에 걸려있지만 아무 관심도, 보호도, 지원도 받지못하는 인도의 가난한 마을의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그들과 함께 뒹굴며 피로 맺은 형제가 되주는 한 미국 청년의 이야기.
때론 눈 앞에서 소녀가 끝내 죽음을 맞이하는 걸 보기도 하고, 때론 의사도 포기한 한 소년을 수포로 가득한 몸의 피고름을 일일히 닦아주며 간호한 끝에 결국 살려내기도 한다.
그러면서 마을의 한 처녀와 사랑에 빠져 결혼함으로써 진정한 그들의 가족이 되는 걸로 다큐는 맺음을 하는데, 물론 그의 삶은 아마 지금도 거기서 계속되고 있겠지.
나라면 에이즈환자가 덮고있는 이불 자락 끝도 만지기 꺼려했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아무 거리낌없이 그들과 몸으로 부딪히는 그의 헌신은 참 놀랍다.
결혼하기 전에 그는 혹시라도 에이즈에 걸려있지않을지 검사를 받고 다행히 그 결과는 음성으로 나온다.
하지만 난 다큐를 보며 어쩌면 그는 무의식 속에서 차라리 에이즈에 걸리길 희망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보다 더 큰 헌신의 증거는 없을테니까.
그가 자기 고향에 그냥 머물렀다면, 거기서 그냥 흔한 마트나 주유소 직원으로 살아갔다면 그는 아무도 아닌 사람일 뿐이었겠지.
주인공 로키는 바로 인도에서 자신의 가치를 최대화했다는 생각.
비록 나는 실행을 못하지만 누군가들이 그렇게 필요한 곳에서 할 일을 하고 있다는 게 너무 다행스럽다.
어디든 필요한 곳에 꼭 그런 희망들이 하나쯤 놓여져 있길...
다큐 영화제는 영화관에서 정식 상영되고, 동시에 EBS에서도 방송되고, 이것 저것 다 놓친 사람도 일주일 동안 티비 다시보기를 통해 회원가입같은 복잡한 절차없이 그냥 언제라도 다시 볼 수 있도록 허용됐었다.
진정으로 사용자를 위한 배려가 철저했다는 생각이어서 감사.
'지구 반대편의 초상' 의 캡쳐.
파이 서비스가 종료되어
더이상 콘텐츠를 노출 할 수 없습니다.
파이 서비스가 종료되어
더이상 콘텐츠를 노출 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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