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장 자크 말레. 2014
출연:리즈 위더스푼 (셰릴 스트레이드 역), 로라 던, 가비 호프만, 찰스 베이커
Cheryl Strayed, 길 잃은 셔릴.
엄마의 죽음 후 비탄에 빠져 자신의 삶을 방기해버린 그녀, 남편과 이혼하고 남편의 성을 버리고 스스로를 'Strayed' 길 잃은 자라고 명명한다.
방탕한 생활로 무너져 가던 어느 날, 슈퍼마켓의 선반에 놓여있던 여행책자 하나가 그녀의 눈을 사로잡는다.
울창한 침엽수림에 둘러싸인 초록빛 아름다운 호수, pct 트레일 여행 안내서.
트레킹이라곤 해 본 적도 없는 그녀가 그 길로 배낭을 꾸려 길을 나선다, 아니 길에 들어선다.
PCT trail, pacific crest trail. 모하비사막을 거쳐 오리건-워싱턴 보더까지 서부해안을 따라 이어진 1100마일에 이르는 악마의 트레킹코스라고.
트레킹이라곤 해 본 적도 없는 그녀의, 용기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무모한 시도.
설명서를 펼쳐놓고 버벅버벅 사막 한 가운데서 텐트를 치고, 버너에 사용되는 연료도 제대로 몰라 잘못 가져오는 바람에 밥을 굶고, 뱀을 만나고, 뱀보다 더 무서운 '사람'을 만나 위험에 빠지고, 때론 도움을 받고, 거친 길에 발톱이 빠져 상처투성이가 되고, 사막의 더위에 시달리고, 추위에 얼어붙고...
그녀는 자기 몸집보다도 커 일어서기조차 힘든 배낭을 어깨에 매고 비틀거리며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길을 걸어낸다.
길을 잃고서 길을 통해 길을 찾는다는 이야기.
이건 작가 셔릴 스트레이드의 자전적 에세이가 바탕이 됐다.
1968년생인 그녀가 1995년, 20대 때 강행한 여행기록을 'wild: from lost to found on the pacific crest trail'이라는 제목으로 2012년 발표해 대중의 인기를 얻은 후 영화화까지 됐다.
흔히 인생은 여행길에 비유되곤 한다.
그녀가 타박타박 걸은 트레일이라는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길과 삶의 과정의 은유로서의 길이 중의적으로 겹쳐진다.
트레킹코스의 하루 하루와 그녀의 지난 삶의 한 단편 단편들이 교차편집돼 그 중의적 깊이를 더해주었다.
트레일여행기라니까, 넓은 화면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며 대리만족해보자 했던 영화지만, 보는 내내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기게 하는 의외로 괜찮은 영화였다.
리즈 위더스푼의 연기도 좋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