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윈터 슬립

바다가는길 2015. 5. 11. 18:35

윈터 슬립 포토 보기 감독:누리 빌게 제일란   터키, 프랑스, 독일 | 196 분 | 개봉 2015-05-07

 

-터키 카파도키아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전직 배우 아이딘(할룩 빌기너). 중년의 부르주아인 아이딘은 항상 양심과 도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지역신문에 칼럼을 연재하며 자신의 지성을 과시한다. 아이딘의 아내 니할(멜리사 소젠)과 여동생 네즐라(드맷 앳백)가 그의 기만성을 비판하지만, 정작 아이딘은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아이딘은 자신의 건물에 세들어 사는 사람들의 딱한 사정을 철저히 무시하다가, 차를 타고 가던 중 앙심을 품은 세입자의 아들이 던진 돌멩이에 차창이 깨지는 봉변을 당한다. 그 사건 이후, 금이 간 차창처럼 아이딘의 인생에도 균열이 발생한다.

제67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윈터 슬립>은 터키의 거장 누리 빌게 세일란의 여덟 번째 연출작이다. 안톤 체호프의 <Excellent People>과 <The Wife>를 원작으로 한 <윈터 슬립>은 체호프뿐만 아니라 셰익스피어, 도스토옙스키 등 대문호의 영향을 받은 장면이 곳곳에 드러나는 문학적 컨텍스트로 가득한 작품이다. 아이딘의 위선과 기만은 연극적으로 촘촘히 직조된 주변인들과의 대화 장면(아이딘은 자신의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들과는 정면으로 마주하지 못한다)에서 한 꺼풀씩 벗겨진다. 자신의 내면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는 아이딘의 서글픈 초상을 낱낱이 해부하는 대화 장면들은 깊이 있는 대사들에 힘입어 연극을 보는 느낌을 준다. 터키 카파도키아의 수려한 풍광은 아이딘의 공허한 영혼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최고의 배경.-

 

 

 

제목과 멋진 포스터에 반해 오래 전부터 기다렸던 영화.

인간의 위선(주인공 뿐 아니라 모두의)을 철저히 파헤치지만, 영화적 진행이나 스토리로써 보다  등장인물들의 구구절절 장황한 주장과 설명으로 내용을 표현하는 게 지루하고 공허했다.

그런 독선과 위선은 꼭 개개인에게 국한된 게 아니라 어디든,  집단, 국가 간의 관계속에도 도사리고 있는 인류 보편적 약점일테고, 그런 공감대로 이 영화가 수상까지 한 거겠지.

 

터키 사람들은 원래 그런가? 이슬람교도들은 원래 그런가? 위험한 편견이 생길락 말락 할 만큼 영화 속 그들은 왜 그렇게 배배 꼬였는지.. 어쩌면 그렇게 자기는 다 옳고 남들만 다 문제이고 모든 게 남 탓인지... 내 눈엔 밑바닥까지 떨어진 열등감으로밖에 안보이는 그 꼴난 자존심을 명예를 지키는 것이라고 여기는 것 하며...

내가 목숨 걸며 지키려는 신념이라는 게 더 넓은 시야 속에선 한없이 어리석고 우스꽝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는 걸 우리와 다른 사고를 지닌 낯선 나라의 영화를 통해 다시 깨닫는다.

주인공 아이딘은 이런 저런 자각 후에 스스로 '새로운 나'가 되었다고 주장하지만, 그조차 또다른 위선으로 느껴지던 건 왜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면에 깔리는 바람소리며 빗소리 너무 좋았고, 눈 내린 카파도키아 풍경은 눈이 번쩍 뜨일만큼 아름다웠다.

 

그리고 역시...

그들의 모습은 거울이 되어 나를 비추어보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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