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플래쉬

바다가는길 2015. 3. 24.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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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데미언 차젤
출연
마일스 텔러 (앤드류 역), J.K. 시몬스 (테렌스 플렛처 역)

 

 

 

 

 

쌈박하다.

에두르지않고, 중언부언하지않고 할 얘기만 딱 '적당한 템포'로.

영화 한 편을 마치 한 곡의 음악처럼.

모티브를 제시하고 , 주제를 발전시키며 긴장을 고조시키다 클라이맥스에서 쾅!

 

암전상태에서 '미미하게' 시작한 드럼소리는 영화의 말미를 '창대하게' 장식하며 마무리된다.

그 무서운 채찍질을 이겨낸 앤드류는 마침내 '버드맨', 작은 날개를 달고...

그런 열정, 몇 십년을 사는 동안 내 안에서 싹조차 터본 적없고, 앞으로는 더욱더 가능성 제로라, 그래서 더 탐나고 부러웠던 그런 이야기.

(사실 앤드류의 그 열정은 음악에 대한 열정이라기 보다 갓 스물짜리의 성급한 성공에의 야망같기도 했지만.)

영화 끝나고도 자리에서 일어나지못하고 밍기적 밍기적.

영화가 너무 감동적이어서라기보다 그 음악의 여운에서 벗어나기 싫어서.

영화 보고나니 좋은 재즈밴드의 한 세 시간짜리 공연 하나 봤으면 하는 생각 간절하더라.

 

영화 속 음악들이 너무 좋았고, 반면 너무 짜증스럽기도 했다. 왜냐하면 좀 들을만 하면 끊기고, 또 들을만 하면 끊기니까.

마지막에 그 갈증이 약간 해소되지만 여전히 미진.

집에 돌아와 폭풍검색하며, 벅스를 뒤져 ost를 찾고, caravan, whiplash의 원곡을 찾아보고, 다운받고...

(영화 속 음악들은 whiplash는 Hank Levy, caravan은 Duke Ellington,&Juan Tizol의 작품. 듀크 엘링턴 버전은 물론 엘리스 마살리스나, 시카고의 캐러반도 각기 다른 매력을 갖는 좋은 곡들이었고, 그 외 버디 리치의 'Casey's song', 찰리 파커의 'Donna Lee', 스탄 겟츠의 'Intoit' 같은 곡들이었다고 한국일보기자가 썼더라)

음악은, 아니 음악을 비롯한 모든 예술은 인간에게서 나온 가장 좋은 것들이어서, 인간에게서 나온 나쁜 것들로부터 입는 상처를 어느 정도 치유한다.

 

영화를 보면서 플렛처가 사실은 악마의 탈을 쓴 참스승이 아닐까 의심했었는데, 그는 끝내 찌질한 인간으로 남고 마는구나.

그를 참스승으로 설정했다면 너무 진부했을까?

'위플래쉬'는 앤드류의 성장기이지만, 나는 한편으로 플렛처가 궁금했었다. 무엇이 그를, 어떤 상처와 컴플렉스가 그를 그런 인간으로 만들었을까...

위플래쉬 2탄으로 '플렛처 이야기'를 만들어도 좋을 듯.

두 배우의 앙상블이 좋았고, JK시몬즈의 연기 대단했다는 생각, 앤드류역의 마일스 텔러도 앞으로 굉장히 영민한 배우로 커갈 듯 싶고.

무엇보다 저예산으로 14일이라든가,19일이라든가 만에 뚝딱 이런 영화 하나를 만들어버린 젊은 감독의 그 총기와 내공이 대단했다는 생각.

 

드러머가 주인공이지만, 드럼보다 한여름 햇살처럼 쨍쨍하게 내리꽂히는 브라스의 소리가 내겐 더 선명하게 느껴졌었다.

어쨌거나, 영화 내내 악악대며 플렛처가 소리질러대던 '템포', 그 템포가 너무나도 경쾌했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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