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 그리고 기억함

곤지암 화담숲

바다가는길 2014. 11. 11. 23:00

`’화담(和談)`’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다.

곤지암 화담숲은 LG 상록재단이 공익사업의 일환으로 설립 운영하는 수목원이며, 지난 2006년 4월 조성승인을 받아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도웅리에 위치한 약 760,330㎡ (약 23만평)에 조성되었습니다.
현재 총 20여개의 다양한 테마정원과 국내 자생식물 및 도입식물 약 4,300종을 수집하여 전시하고 있습니다.

 

 

 

'화담숲'이라는 이름이 참 예쁘다.

창 밖으로 나날이 짙어져가는 단풍을 바라만 보다가, 어디 좀 조용히 단풍 볼만한 데 없을까, 가을을 이대로 보내긴 아쉬운데... 궁리하다가 우연히 화담숲을 알게됐다.

곤지암까지 가는 버스가 잠실, 강남, 양재, 성남, 수원 등지에 있고, 곤지암 터미널에서 바로 화담숲까지 한 시간에 한 번씩 셔틀버스가 운행되니 차가 없이도 가볼만했다.

곤지암리조트에서 셔틀버스를 내려 화담숲 입구까지는 다시 한 10여분 정도의 길을 올라야 한다.

길은 계속 작은 내같은 물길과 나란히 함께 하고, 돌돌돌... 졸졸졸... 울리는 물소리가 너무 맑고 아름다운 음악인 바람에 숲에 도달하기도 전 이미 잠깐 걷는 그 길에서 마음이 몰랑몰랑, 랄랄라 즐거워져 숲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천천히 걷다 멈춰 앉아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물소리를 듣노라면 저절로 편안해지는 마음.

이건 분명 화담숲을 조경한 사람의 회심의 역작인데, 그 세심한 마음이 난 느껴졌는데, 다른 이들은 그냥 성큼거리며 가는 걸 보니 그 의도를 알아챈 사람 몇이나 될지...

(물소리를 예쁘게 만들려 크고 작은 돌들을 여기저기 물길에 놓고, 내를 일부러 S자로 구부려 길을 곧장 가는 게 아니라 이리로 저리로 작은 다리도 몇 건너며 여유를 갖게하고, 바닥엔 흙길 그대로에 폭신하게 짚도 깔고... 난 그런 저런 마음이 너무 예쁘게 느껴졌다.) 

 

정문을 들어서면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서있는 작은 광장이 나오고, 광장을 빙 둘러 국화분이 전시중이었는데 이미 가을이 가는 중이라 꽃들은 그닥...

그래도 그 내음 한 번 맡고 들어서면 마주치는 여기. 화담숲 관람의 시작과 끝맺음을 하게 되는 곳.

나무를 자르지않고 그대로 살리면서 활용한 이런 건축적 아이디어도 좋고...

이렇게 물 위에 멋진 노천 테이블들이 있는데, 여기 앉아 커피 한 잔 마실 시간여유를 못가져 아쉽다.

 

폭포 위 파라솔에서 차라도 한 잔 마시며 우아한 시간을 가져봐도 좋을 것. 숲 안 곳곳에 이렇게 물을 배치한 게 참 좋다.

이끼정원. 이끼들을 따로 모아놓은 곳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이끼는 어디든 있겠지만 눈여겨 본 적이 한 번도 없고...

이렇게 종류가 많고 형태도 다양한지 처음 알았다. 살짝 만져보니 벨벳같이 부드러운 촉감이 얼마나 좋던지...

 

 

불 붙은 단풍. 그 아래 서서 잠깐 그 황홀에 취하다..

가을 숲. 어쩌면 그냥 평범한 가을 숲. 그런데 이런 공간이 너무 필요했었다. 소음, 공해없고, 사람을 비롯해 사람의 것 하나 없는 고요~~한 곳.

조성된 숲은 테마원을 중심에 두고 산 위로 빙 둘러 힐링숲길이라는 이름으로 산 길이 나있다. 거길 걸을 생각에 체력을 비축하려 테마원 꼭대기까지 가는 모노레일을 탔었다.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처럼 가는 길에 멋진 풍경을 기대하기도 했지만 모노레일에서 보는 전망은 그저 그렇고, 그냥 편히 오르막길을 올랐다는 의미 정도.

모노레일에서 내려 바로 테마원쪽으로 내려갈 수도 있고, 힐링 산길쪽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

모노레일 하차장에서 아래 너른 풍경보며 심호흡 한 번하고 천천히 길로 들어서서 마주한 숲. 그냥 평범한 산길일 수도 있지만 그냥 아, 좋다.

 

 

 

어려울 것도 없는, 산책로같은 가파르지않은 오르막 산길을 천천히 걷다보면 다리 좀 아프다 싶을 때마다 군데군데 벤치가 나타난다.

벤치도 산 풍경을 하나도 거스르지않게 이렇게 최대한 자연의 모습으로, 최대한 덜 다듬은 것처럼 만들어져 너무 좋았고, 다시 한 번 이 숲을 조경한 사람들의 아이디어, 마음씀씀이를 느낄 수 있었다. 돌에 걸터앉아도 좋고, 나무의자에 앉아도 좋고... 아픈 다리를 쉬며 저기 저 아래를 무심히 내려다보면 말 그대로 힐링.

산 위라 바람 한 번 불 때마다 낙엽비들이 휘르르 휘르르 장막을 치듯 떨어진다. 마른 나뭇잎들이 서로 부딪히며 내는 그 소리란......

그럴때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아무도 없는 길 위에 서서, 공간을 가득 채우며 함박눈처럼 쏟아지는 잎, 잎들을 와! 나도 모르게 터져나오는 감탄사와 함께 바라보았다.

 

길을 그냥 내지않았다. 일부러 꼬불 꼬불. 좀 곧다 싶으면 이렇게 동선을 만들어서라도 꼬불 꼬불. 짧은 길도 천천히 오래 가라고, 서두르지 말라고...

 

이렇게 호젓한 길이 온통 내 차지. 이런 한적함이 너무 좋다. 낙엽  밟히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거북이 걸음 걷기.

탁 트인 전망이 시원코..

 천천히 천천히 걸었는데도 어느 새 힐링 산책길이 끝나고, 길 따라 내려오다보면 단풍원에 들어서게 된다.

이미 11월 중순, 단풍 한창일 때는 지나 빈 가지들 많지만, 그래도 단풍원이라는 이름 답게 붉디 붉은 색, 색들이 눈을 환하게 한다.

여기, 나만 모르고 있었나? 주중인데도 불구하고 남,녀,노,소, 사람들이 꽤 많았다.

여기도 길은 꼬불꼬불... 산등성이를 마치 고랭지밭 가꾸듯 그렇게 층층히 공간을 꾸며 길의 동선이 거의 갈 지자로 만들어졌다.

 

 

 

 

 

 

 

 

 

 

여기도 작은 계곡. 물길. 그리고 군데 군데 연못도 조성돼있고... 여름엔 아름다운 연꽃도 볼 수 있겠다.

다들 색이 바래가는 중에 홀로 독야홍홍? 하던...

갈대꽃이 하얗게 하얗게, 뽀샤시하게 피었다. 붉은 단풍과 어우러진 갈대가 독특한 조화를 이루더라.

 

이름 모를 보라색 열매, 색이 너무 곱고, 그 위를 덮는 갈대와 환상의 색감을 만든다.

단풍원이라지만 단순히 단풍나무들만 있는 게 아니라 사이사이를 채우는 크고 작은 돌들과, 각종의, 아마 봄이면 꽃들로 만발할 꽃나무들, 이름 모를 키 작은 관목, 풀들이 다채롭기 그지없고, 갈 지자 형으로 이리 저리 나있는 기본 동선의 흙길과 사진에 살짝 보이듯 길 사이 사이를 잇는 돌계단 길, 나무데크 길... 넓고 좁은, 길고 짧은 다양한 길들이 공간을 풍성하게 한다.

작은 폭포. 물소리를 잃지 않도록 군데군데 물의 장치를 한 게 참 인상적.

분재원. 분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눈이 휘둥그레질 분재들이 가득. 개인적으론 인위적으로 강제한 그런 형태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작은 몸집에 연륜의 표정을 다 지닌 분재들이 놀랍기도 했다.

분재원은 특히 탁 트인 전망이 좋다.

규화목. 처음 보는 신기했던 나무. 규화목이란 죽은 나무가 갯벌이나 모래 속에 묻혀 썩지않고 남아있다가, 지하수의 광물질이 나무의 수관으로 타고들어와 원래 나무성분은 다 없어지고 광물질로 바뀐 채 나무형태만을 그대로 유지하게 된 것을 규소의 '규'자를 써서 '규화목'이라 한단다.

보기엔 그냥 나무 같지만 재질이 만져보면 차갑고 매끈한 게 잘 연마된 대리석같다. 참 묘한 느낌. 자신의 성질을 다 잃은 채 형태만 유지된 나무이되 나무 아닌 그 모습이... 현재 300여점의 규화목 전시중.

 

 

 

 

 

 

 

 

어느 새 관람코스 다 지나 출구쪽으로 내려오면 여기. 계곡 위 'ㄹ'자 형태로 다리들이 놓아져있다. 이런 것도 난 참 재미있는 아이디어라는 생각 들었었다. 뒷짐 지고 어슬렁 어슬렁 이리로 갔다가 저리로 갔다가 하며 만들어진 길을 따라 걸어봤으면 좋았겠지만 폐장시간이 가까운 바람에 서둘어 나와야했다. 여름, 계곡에 물이 풍성할 때 그렇게 걸어보면 좋을 곳.

 

 

나가는 길. 연못엔 원앙들이 물 위를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먹이를 사서 던져주면 쪼르르... 부채살같은 물살을 이끌고 달려온다. 그 귀여운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마음에 미소를 품고 떠난다.

 

화담숲은 이름만큼이나 다정한 느낌의 숲이었다. 나무며 풀이며, 돌, 물, 숲... 빼곡히 자리했지만 번잡하기보다 참 아기자기하다는 느낌이었고, 세심한 손길과 마음씀이 느껴졌던 곳.

 나도 사람인데 왜 그렇게 때때로 사람이 공해인지... 아마 좁은 나라에서 아글바글거리며 살아야해서 그런 거겠지만, 때론 정말 사람 없는 곳에 있고싶은 마음 간절하다.

자연을 찾아 산에 가도 어디나 울긋불긋한 차림의 등산객들 피할 길 없는데, 여기 화담숲은 유료라서인지 뒷 산길이 정말 한적해서 좋았다.

 

겨울, 하얗게 눈 쌓인 산길도 참 좋을텐데, 아쉽게도 12월부터 봄까지 휴장이란다.

곤지암리조트가 스키리조트라 겨울에 오는 손님들 많을텐데, 앞으로 화담숲이 볼거리, 즐길 거리를 만들어 겨울에도 개장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내게 볼 거리, 즐길 거리는 따로 필요없고, 그 하얀 길만 있으면 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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