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나라 때 진록(陳錄)이 엮은 '선유문(善誘文)'은 선행을 권유하는 글을 모은 권선서(勸善書)다. 그 첫머리에 송대 조변(趙抃·1008~1084)의 '조청헌공좌우명(趙淸獻公座右銘)'이 실려 있다. 모두 24칙의 짤막한 글을 싣고 그 아래에 설명을 달았다. 이 가운데 몇 가지를 읽어본다.
"구함이 없는 것이 보시보다 낫다(無求勝布施)." 보시에는 제 복(福)을 구하려는 마음이 깔려 있다. 애초에 복을 향한 마음을 버리는 것만 못하다. 그 아래 "구함이 없으면 절로 편안하니 보시는 복을 탐하는 것이다(無求自安, 布施貪福)"란 설명을 달았다. "입에 맞는 음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병이 된다(爽口味多須作疾)." 건강에 좋은 음식은 입에는 깔깔하다. 미식과 보양식만 찾아다니면 몸에 해롭다. 너무 맛난 음식은 오히려 질병을 부른다.
"마음에 통쾌한 일은 지나고 나면 꼭 재앙이 된다(快心事過必爲殃)." 한때의 통쾌함을 백일의 근심과 맞바꾸려 들지 마라. 잠깐 분을 풀어 시원하겠지만 여기서 늘 더 큰 재앙이 비롯된다. "마음에 맞는 곳은 두 번 가지 말라(得便宜處莫再去)." 너무 좋았던 곳은 다음에 가면 꼭 실망스럽다. 지난번엔 그렇게 멋있고 맛있었는데 이럴 수가 있을까? 차라리 아껴 간직했더라면 앞의 기억이 무색하지 않다. "남이 알까 겁나는 일은 아예 마음조차 먹지 말라(怕人知事莫萌心)." 할까 말까 하는 일은 대부분 안 하는 것이 좋다. 마음에 조금이라도 켕기면 제 스스로 합리화의 구실을 만들기 전에 손을 떼라.
"좋은 밭 1만 이랑을 지녔어도 하루에 먹는 것은 두 홉뿐이다(良田萬頃, 日食二升)." 바깥짝은 이렇다. "큰 집이 1000칸이라도 밤에 누울 때는 여덟 자면 충분하다(大廈千間, 夜臥八尺)." 두 홉 쌀이면 배가 부르고, 여덟 자 공간이면 몸을 뉠 수 있는데 인간의 탐욕은 끝 간데없다. "다만 좋은 일을 행할 뿐 앞길은 묻지 말라(但行好事, 莫問前程)." 좋은 일의 끝은 있는 법이다. 앞날에 대한 보험으로 좋은 일을 하는 것은 순서가 틀렸다. 요컨대 지는 게 이기는 것이고, 부족한 게 남는 거라는 말씀이다. 읽고 나니 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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