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이준익. 출연 강하늘, 박정민
아프디 아픈 이야기.
윤동주.
어린 날 처음으로 시라는 걸 좋아하게 되고, 처음으로 마음에 '좋아하는 시인'으로 따옴표를 붙였던, 그리고 그 후로 아주 많은 세월이 흐르고 무수한 시와 시인들이 마음에 들어왔어도 한동안 왠지 '좋아하는 시인' , 하면 '윤동주' 하고 그에 대한 의리를 지키고 싶었었던 시인.
그가 영화를 통해 살아난다.
윤동주와 함께 송몽규가 살아나고, 그들보다 더 깊고 아프게 그 시대가 살아난다.
청춘을 맘껏 즐기고 누리지도 못하고 시대에 저항하고 고뇌하며 살다가 그렇게 억울한 죽음을 당해야 했던 이들.
뭘 과장하지도 강요하지도 않고 흑백의 영상으로 담담히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영화를 보노라면 나도 모르게 분노가, 그리고 다시는, 절대, 그런 치욕을 당해선 안된다는 다짐이 지어졌다.
샴쌍동이 같던 그들.
다들 그 시대를 어떻게 견뎠던 건지...
그렇게 순수했던 영혼들.
흑백의 이미지들이 참 맑았고, 특히 별하늘이 너무나 아륻다웠었다.
군데군데 자리잡는 오랫만에 들어보는 윤동주의 시가 좋았고, 옛스런 화면과 달리 모던하게 흐르던 기타의 선율이 좋았다.
나라를 잃은 와중에 시나 쓰고 있어도 되는 건지 그는 끊임없이 회의했지만, 그 시는 시대를 넘고 시간을 넘어 나에게까지 왔었고, 앞으로도 오래 더 무수한 사람들의 마음에서 꽃을 피울 거다.
아름다웠던 사람들.